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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렐 주교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보편적 형제애의 토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월 18-25일)의 중심에는 베들레헴을 찾아간 동방박사들의 체험이 자리한다. ‘중동교회협의회’가 선정한 올해 주제는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기원, 곧 삶의 유일한 근원이신 그리스도께로 돌아가라고 촉구한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사무총장 브라이언 파렐 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양성이야말로 풍요로운 부요함이라며, 그리스도인의 일치로 향하는 길이 획일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요한 복음에 표현된 이 같은 예수님의 뜻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특별한 기회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해마다 열린다. 올해는 1월 18일부터 25일까지다. 올해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성구는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이다.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한 이 말은 먼 땅에서 별을 따라 베들레헴에 있는 아기 예수님을 찾아나선 동방박사 혹은 지혜로운 자들과 관련돼 있다. 외경에 따르면 이들의 이름은 멜키오르, 발타사르, 가스파르다. 이들은 임금으로 새로 나신 아기를 알아보고 겸손하게 그분 앞에 엎드려 경배했다. 

중동에 있는 그리스도인들 간의 친교에 대한 증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거행하기 위해 동방박사들의 말을 주제로 제안한 것은 중동의 여러 그리스도교 교파들이었다. 실제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이하 일치평의회)는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선정을 ‘중동교회협의회’에 위임한 바 있다. 일치평의회 사무총장 브라이언 파렐(Brian Farrell) 주교(아일랜드)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중동 지역의 교회들이 전 세계 공동체에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전했다.

이하 브라이언 파렐 주교와의 일문일답:

파렐 주교님,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선정을 ‘중동교회협의회’에 위임하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다양한 형태로 100년 넘게 이어왔고, 50년 전부터 일치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WCC)가 협력해 왔습니다. 이런 까닭에 해마다 우리 혹은 그들이 번갈아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한 국가나 한 지역에 있는 교회일치운동 단체나 그리스도인 단체를 선정합니다. 지난 2020년, ‘중동교회협의회’는 매우 좋은 선택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중동은 수많은 인간적 고통, 전쟁, 가난, 인권 유린이 발생하는 지역인데다 다른 전통을 지닌 수많은 교회들이 항상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역에서 초교파적인 일치가 자연적으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그리고 많은 경우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동교회협의회’는 레바논 베이루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8월 베이루트항에서 끔찍한 폭발사고가 발생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이죠. 우리는 바로 거기에 세계를 위한 메시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을 참여시키기로 했습니다.”

브라이언 파렐 주교
브라이언 파렐 주교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는 주제는 언뜻 보기에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주교님이 보시기에, 이 동방박사 사화와 일치의 추구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요?

“우선 동방박사 사화가 중동 지역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탄생한 곳임을 떠올려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일치 추구는 오직 그리스도께서 중심, 기준, 우리 노력의 교량이 될 때 결실을 낳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간의 친교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받으시기 전에 제자들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교회일치운동은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최근에 말씀하셨던 내용을 기억합니다.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으로 떠납니다. 그들의 순례는 예수님을 향해 걸으라는 부르심을 받은 우리에게도 말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삶의 하늘을 밝히고 진정한 기쁨을 향한 발걸음을 인도하는 길잡이 별이시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추구하는 교회일치운동은 우리 모두가 주님께 충실할 때라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근본적인 요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

방금 주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중동 지역은 항상 다양한 종파의 그리스도인들이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 더불어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친교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아직 완전한 친교에 이르지 못했으니까요. (...)

“물론입니다. 제 생각에,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중동 그리스도인들의 역사와 전례의식, 그리고 전통의 다양성이 특별한 부요함이자 하느님의 섭리에서 주어지는 은총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섭리는 처음부터 다양한 민족과 문화 가운데에서 교회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는 모든 이의 획일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친교, 곧 모든 이가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친교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일치운동이 필요합니다. 역사의 과정에서 분열의 죄가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는 교리적 문제를 포함해 한쪽의 이익이 다른 한쪽보다 우세했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nitatis redintegratio)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이러한 분열은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1항 참조). 우리는 바로 중동에서, 더불어 살고 있는 다양한 전통의 그리스도인들의 지평과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러한 친교가 한층 더 굳건해지도록 기도하고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친교의 체험은 어디쯤 와 있나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수년 전부터 많은 교회들 사이에서 성장, 이해, 화해의 체험을 해 왔으며, 중동에서 이를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중동은 구체적으로 큰 도전, 큰 고통, 때때로 죽음과 전쟁에 직면해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연대하며 서로를 돕고 있는 지역입니다. 저는 수년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교회들 간에 더 이상 경쟁이나 갈등이 없고 오히려 협력과 연대가 있는 상황 말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열린 교회일치기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교회일치기도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번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를 통해 전 세계 공동체에 전하는 주요 메시지 혹은 더 강력한 요구는 무엇인가요? 

“기도 주간의 내용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주된 초대는 기원으로, 다시 말해 그리스도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하나의 인간적인 단체나 정치적 혹은 문화적 세력으로 축소하는 게 아니라, 베들레헴의 요람에서 계시된 신비, 동방박사들에 대한 이야기, 교회의 모든 삶과 노력의 핵심 등과 만남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일치란 이해관계나 전략, 혹은 정책적으로 합의를 본다는 뜻이 아니라, 복음이 우리 삶의 규칙이 되고 예수님의 가르침, 무엇보다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우리 삶의 참된 여정에 나서기 위해 헌신한다는 의미입니다. 제 생각엔 이것이 바로 올해의 주제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주요 메시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그토록 강조하시고 오늘날 그토록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그리스도교 교회들 간의 일치와 보편적 형제애와 세상의 평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매우 적절한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회칙 「Fratelli tutti」에서 교황님은 인간을 쓰고 버리기까지 하는 세상,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세상 앞에서,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열린 마음이 되는 보편적 형제애의 의미를 재탄생시키기 위해 꿈꾸며 일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저는 이러한 요청이 교회일치운동을 이해하고 교회일치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올바른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상호 거부, 분열, 갈등에서 상호 이해, 존중, 연대, 협력으로 넘어가는 문제입니다. 여러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화해하면 할수록, 그들은 인류 가족의 일치와 보편적인 형제애의 표징과 도구가 될 것입니다. 교황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바에 따르면, 이것이 정의와 평화의 실현,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실현시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미래 세상의 건설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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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월 2022,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