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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 “동방박사들에게서 하느님을 갈망하는 법을 배웁시다”

내 신앙의 여정은 어디쯤 와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주님을 찾는 여정을 걸어온 동방박사들에 주목했다. 교황은 그들이 무감각하고 평탄한 삶에 만족하지 않는 이들의 표상이라며, 하느님을 찾기까지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갖고 도전을 무릅쓰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헤로데의 말을 거부하고 다른 길로 돌아간 동방박사들이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걸어가도록 우리를 재촉한다”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재협 신부

1월 6일 교회는 멀리서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찾아온 세 인물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당신의 존재가 공적으로 드러났음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현자이며 천문학자인 동방박사들이 던지는 물음에 주목하고, 우리도 스스로 물음을 던지며 별의 인도를 받아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과 더불어 21명의 추기경, 19명의 주교, 약 150명의 사제들의 공동집전으로 봉헌됐으며, 코로나19 대유행 방역지침에 따라 신자들의 수는 제한됐다.

동방박사, 하느님을 찾기까지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지닌 이들

“동방박사들이 여행을 떠나도록 재촉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자신들의 확실성 안에서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도 하늘에 나타난 “표징”과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마태 2,2)라는 “물음으로 스스로를 안절부절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동방박사들의 마음은 무관심의 동굴 속에서 무감각해지지 않고 빛을 갈망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나태함 속에서 지쳐가지 않고 새로운 지평에 대한 그리움으로 타올랐습니다. 그들의 눈은 지상을 향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은 하늘을 향해 열린 창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은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 그들은 안정된 수입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 그들은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가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교황은 ‘갈망’이 동방박사들의 마음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든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실 갈망한다는 것은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망한다는 것은 삶이 우리를 넘어선 신비임을 받아들인다는 걸 뜻합니다. 벽의 틈새가 저 너머를 바라보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여기가 전부’가 아니며, 저 너머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채색해야 할 텅 빈 캔버스와 같습니다. 위대한 화가 반 고흐는 언젠가 하느님을 향한 갈망이 한밤중에 별을 그리러 나가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갈망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길을 나선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되찾아야 합니다

교황은 완고한 관습이나 반복적이고 피로에 지친 신앙을 넘어서도록 하는 것이 ‘갈망’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삶과 신앙의 여정에는 갈망, 곧 “내적 도약”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지 않고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관습적이고 외적인 그리고 형식적인 신앙생활 안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말과 우리의 의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려는 갈망을 일으켰나요? 아니면 우리 자신이나 우리 스스로에게만 말하는 ‘죽은 말’은 아니었나요?”

교황은 “하느님을 향한 갈망의 실종”으로 인해 많은 신자들과 교회 공동체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가감없이 말했다.

“우리는 지상의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천국을 바라보는 법을 잊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로 풍족하지만 우리가 놓친 것에 대한 그리움이 결핍돼 있습니다.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 말입니다. 우리는 저 너머에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사라지게 하면서 우리의 필요나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 것인지(마태 6,25 참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 마음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폭식증에 걸린 공동체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마음이 닫힌 사람들, 닫힌 공동체, 꽉 막힌 주교, 사제, 축성생활자들 말입니다. 왜냐하면 갈망의 결핍이 슬픔과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슬퍼하는 공동체, 슬퍼하는 사제, 슬퍼하는 주교가 됩니다.”

동방박사들의 교훈

교황은 “우리 신앙의 여정은 어떠한지” 각자 스스로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갈망을 함양하기 위해” 동방박사의 모범을 배우자며, 동방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동방박사들은 별이 떠오를 때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삶과 믿음 안에서 날마다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우리를 꽁꽁 싸매는 갑옷이 아니라, 믿음의 여정에서 항상 식별하면서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느님을 찾는 매력적인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음을 던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느님과 이 시대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경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방박사들이 “권력의 어두운 논리에 도전하고 정의와 형제애의 씨앗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믿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고 덧붙였다.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힘은 성령의 창의력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시노드의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시노드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주시도록 서로 경청하며 함께 걷는 여정입니다. 복음에 무관심하고 멀리 있는 이들, 비록 희망을 잃었지만 무언가를 갈망하는 이들의 마음에 복음이 전해지도록 힘쓰는 여정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더없는 기쁨”(마태 2,10 참조)을 찾아 헤맸습니다. 우리도 ‘저 너머’로, 계속 나아갑시다.”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경배합시다

끝으로 교황은 동방박사의 여정에 핵심적인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동방박사들이 아기를 경배한” 그 순간이다. 교황은 경배의 중요성, 곧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하는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경배의 맛을 되찾을 때라야 갈망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은 “하느님 앞에 머물 때만 자라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수님만이 우리 마음을 변화시키시기 때문이다.

“매일 이러한 여정을 통해 우리는 동방박사들처럼 어두운 밤에도 별이 밝게 빛난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나약한 인류를 보살피러 오시는 주님의 별입니다.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합시다. 우리를 평탄한 삶이라는 슬픔에 못 박는 힘에 체념하거나 무관심해지지 맙시다. 부단하게 활동하시는 성령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안에 쉬기까지 찹찹하지 않은 마음을 간직합시다. 세상은 하늘나라를 향한 믿는 이들의 쇄신된 열망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동방박사들처럼 “하느님의 놀라우심에 마음을 열라”고 초대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당부하며 강론을 마쳤다. “형제자매 여러분, 꿈을 꿉시다. 찾아 나섭시다. 경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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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월 2022,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