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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에 보낸 교황의 메시지 다보스포럼에 보낸 교황의 메시지  (AFP or licensors)

스위스 다보스포럼, 교황 “기아, 착취, 문맹...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도 있을 수 있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각국의 정계와 재계 대표 약 3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이번 포럼 참가자들에게 교황은 “폭력, 침략, 분열로 인해 점점 더 위협받는 세상에서 국가와 기업은 미래 지향적이고 윤리적으로 건강한 글로벌 모델을 장려하기 위해 함께 앞장서는 게 중요하다”며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권력과 개인의 이익 추구를 인류 가족의 공동선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Salvatore Cernuzio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급여가 적거나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문맹 어린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거처할 집이 없는 사람들. 어떻게 2024년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가? 이는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54차 세계경제포럼(WEF, 이하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2800여 명의 국가 원수, 정부 대표, 최고경영자, 이사회 의장, 국제기구 사절 등 120개국 주요 인사들에게 던진 결정적인 질문이다. 교황은 이들에게 “빈곤과의 싸움”, “모든 형제자매를 위한 온전한 발전”, “민족 간의 평화로운 공존 추구”를 위한 역할에서 파생되는 “윤리적 책임”을 상기시켰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착취당하고, 문맹에 시달리고,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거처 없이 노숙인으로 방치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도 있을 수 있나요?”

인간의 고통으로 분열된 세상

교황은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창립자 겸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이 같이 말했다. 메시지에서 교황은 다보스포럼이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개최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6일 열린 연차총회에서 가나 출신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이 교황 메시지를 대독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얼굴도 모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 –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 – 이 장기간의 분쟁과 실제 전쟁의 피해를 받으며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갈수록 분열된 세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황은 이러한 고통을 두고 “현대 전쟁이 더 이상 명확하게 정의된 전장에서만 일어나지도 않고 군인들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1월 8일 교황청 주재 외교단 신년 연설에서 언급한 성찰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군사적 목표와 민간 부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의 구분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근원이 되는 불의에 맞서 싸우십시오

교황은 다보스포럼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공동체, 국가 간의 사회적 유대와 형제애, 화해를 증진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전과제 중 첫 번째는 평화다. 교황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평화가 “정의의 열매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화에 이르려면 “전쟁의 도구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갈등의 근본원인인 “불의에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아다. “다른 지역에서는 과도한 음식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기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천연자원의 착취는 소수의 부유층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반면, 이러한 자원의 자연적 수혜자인 전체 인구는 빈곤과 가난의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자기 계발과 직업적 성장의 실질적인 기회를 박탈당한 모든 이에 대한 광범위한 착취”를 어떻게 모르는 척할 수 있을까?

미래 지향적이고 윤리적으로 건강한 글로벌 모델

교황은 “세계 각국과 민족의 상호의존성”을 분명히 보여준 “세계화” 프로세스가 몇몇 국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세계화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윤리적 차원을 내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미래를 빚어내기 위한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논의에서 윤리적 차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 침략, 분열로 인해 점점 더 위협받는 세상에서 국가와 기업은 미래 지향적이고 윤리적으로 건강한 글로벌 모델을 장려하기 위해 함께 앞장서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권력과 개인의 이익 추구를 인류 가족의 공동선에 귀속시킴으로써 가난한 이들, 궁핍한 이들,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기업과 금융의 역할

끝으로 교황은 기업계와 금융계가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경제적 맥락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오늘날 “국가는 국제 경제 및 금융 관련 분야의 급격한 변화를 관리하는 데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기업은 “공정한 이윤 추구는 물론 특별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높은 윤리적 기준, 곧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금융시스템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보 영역에서 퇴보의 아픔에 직면한 ‘진정한 글로벌 발전’

교황은 “진정한 발전은 글로벌한 것”이라며 “모든 국가와 세계 모든 지역에서 공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을 이룬 분야에서도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세계 평화와 진정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조율된 조치”를 채택한 “국제정치적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간 구조가 경제 부문에서 통제 및 관리 기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동선의 달성은 권력, 부,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개별 국가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국제기구들이 “합법적인 차이를 존중하면서 모든 이가 온전한 발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의 기초인 평등의 달성을 보장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투쟁을 되짚어야 합니다

교황은 “모든 세대는 앞선 세대들의 투쟁과 쟁취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보다 숭고한 목표로 이끌어가야 한다”며 “사랑, 정의, 연대와 함께 선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날마다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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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2024,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