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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무익한 대학살’을 중단하십시오. 전쟁 범죄는 국제인도법 위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8일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만나 연설했다. 이날 교황은 신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악화”되는 전쟁 △이스라엘 성지의 폭력사태 △니카라과의 위기상황 △코카서스의 긴장 고조 △아프리카 분쟁 등 오늘날 세계를 갈갈이 찢어 놓은 온갖 비극적인 사건을 나열했다. 아울러 △대리모 △젠더 갈등 △반유다주의 △그리스도인 박해 등의 도전을 언급하는 한편, 이주 현상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하고 사회정치적 대화와 교육을 통해 평화를 이룩할 것을 촉구했다.

Salvatore Cernuzio 

교황청에 파견된 184개국 대사들을 대상으로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년 연설은 세계 지정학적 상황에 짙게 드리운 구름만큼이나 호소, 권고, 간청, 인용문(베네딕토 15세 교황의 “무익한 대학살”이라는 표현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황은 1월 8일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 모인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전통적인 신년 인사를 건네는 자리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슬픔과 남부 코카서스 및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분쟁에 따른 불안정, 특히 가톨릭 교회를 위협하는 니카라과의 위기 등에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잔혹행위와 이에 맞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군사적 대응 이후 중동에서 발발한 분쟁에 대한 충격도 공유했다.

“우리 모두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민족을 겨냥한 테러 공격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잔혹한 방식으로 고문과 죽임을 당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붙잡힌 사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민족 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모두에게 고통만 안겨줍니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불러 일으켰고, 이로 인해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매우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했습니다.”

본격적인 글로벌 분쟁

교황은 1년 중 가장 길고 중요한 연설 중 하나로 꼽히는 이번 신년 연설을 통해 지구촌을 뒤흔드는 분쟁 지역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이 등 분쟁의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우리가 얼굴도 알지 못하고 종종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애도했다. 아울러 2024년을 가리켜 “특별히 평화의 한 해가 되길 바랐으나 갈등과 분열 속에 맞이한 한 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여러 차례 ‘산발적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정의했던 이 세상은 본격적인 글로벌 분쟁으로 서서히 전환시키는 분쟁의 확산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쟁 범죄는 국제인도법 위반입니다

교황은 외교단과 함께 △이주 △무기 산업 △핵 제조 및 보유의 “부도덕성”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대리모 △젠더 이론 △반유다주의 △그리스도인 박해 등 현재의 도전을 살폈다. 그런 다음 교황은 사회정치적 대화와 종교 간 대화,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인 국제인도법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길”인 평화를 촉구하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범죄는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쟁 범죄를 비난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이 범죄를 막기 위해 사전에 노력해야 합니다.” 

교황은 “정당한 자위권을 행사할 때에도 무력 행사의 비례성을 준수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 주재 외교단과 신년 인사를 나누는 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과 신년 인사를 나누는 교황

휴전 및 인질 석방, 가자지구 원조 호소

교황의 연설에 앞서 교황청 주재 외교단 단장 겸 주교황청 키프로스 대사 조르지오스 풀리데스 대사가 인사말을 전했다. 이후 이어진 교황 연설은 “갈수록 더 많이 위협받고, 약화되고, 부분적으로 길을 잃은 역사적 순간”의 ‘평화’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교황은 최근 3개월 동안 모든 공개 발언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와 규탄을 재차 표명했다. 

“저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모든 당사자들에게 다시금 호소합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을 받고 병원과 학교, 예배장소가 필요한 모든 보호를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교황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을 단호하게 채택하길 바란다”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보장된 예루살렘의 특별 지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시리아가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레바논은 대통령을 선출하길

교황은 가자지구의 분쟁이 취약하고 긴장으로 고조된 해당 지역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시리아 국민이 “더 이상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고통받지” 않도록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레바논이 “제도적 교착상태”를 해소하길 바란다며 “향백나무의 나라 레바논에서 조만간 새 대통령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시아 대륙으로 눈을 돌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한편, 로힝야족이 겪고 있는 인도주의 위기상황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그 땅에 희망을, 젊은이 세대에게 가치 있는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간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는 “희망의 표징”도 있다면서 지난해 9월 몽골 사도 순방을 언급했다.

우크라니아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교황은 “유럽의 심장부”로 떠난 헝가리 사도 순방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21세기 유럽에서 벌어질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분쟁”이 가까이 있음을 순방 당시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대규모 전쟁”도 언급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약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많은 희생자와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바라던 평화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갈수록 ‘악화’되는 전쟁이 이어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국제법에 따른 협상을 통해 현재의 참극을 끝내야 합니다.”

교황청 주재 외교단 단장 겸 주교황청 키프로스 대사 조르지오스 풀리데스 대사와 인사하는 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 단장 겸 주교황청 키프로스 대사 조르지오스 풀리데스 대사와 인사하는 교황

코카서스와 아프리카에 대한 우려

교황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긴장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이 평화 조약 체결에 이를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여러 국가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인도주의 위기로 인해 수백만 명이 고통에 시달리는”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또한 일부 국가들(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포함 3년 동안 8곳)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와 “부패, 협박, 폭력으로 점철된 선거” 문제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티그라이 내전의 종식, 에티오피아를 괴롭히는 폭력사태의 종식,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반도) 전체의 안정을 위해 다시 한번 호소했다. 이어 수개월째 내전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수단의 비극적인 상황과 카메룬, 모잠비크,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의 난민들이 겪고 있는 곤경을 언급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은 교황이 지난 2022년 초 순방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니카라과를 위한 호소

교황은 아메리카 대륙과 관련해 특히 큰 “우려”를 낳은 니카라과로 시선을 넓혔다. 교황은 “니카라과 사회 전체, 특히 가톨릭 교회에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는 장기적인 위기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가톨릭 신자들과 국민 전체의 선익을 위해 정중한 외교적 대화를 끊임없이 장려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은 “부수적인 피해자”가 아닙니다

교황은 당대의 수많은 분쟁에 주목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규탄했다. 교황은 “군사적 목표와 민간인 목표의 구분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사건을 “명백한 증거”로 꼽았다. “민간인 희생자는 ‘부수적인 피해자’가 아닙니다. 이름과 성을 지닌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고아가 되어 미래를 빼앗긴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에 시달리거나 현대식 무기의 위력으로 인해 불구가 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개인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전쟁이 지구상 모든 이의 존엄성을 해치는 엄청난 비극, ‘무익한 대학살’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핵무기를 제조하고 보유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입니다

교황은 전쟁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무기의 엄청난 가용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군비가 전쟁 억지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따라서 군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기의 가용성은 무기 사용을 장려하고 무기 생산을 증가시킵니다. 무기는 불신을 조장하고 자원을 전용합니다.”

“오늘날 군비에 투입되는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 자원을 진정한 글로벌 안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교황은 “기아를 퇴치하고 지구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세계 기금”을 다시금 제안했다. 그런 다음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파괴적인 핵무기를 언급하며 “핵무기 제조와 보유의 부도덕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이른바 ‘이란 핵협정’ 재개를 위한 협상이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아와 자원 착취, 분쟁의 원인

교황은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쟁의 도구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근본원인을 근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가장 중요한 것이 기아라며, 전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재앙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막대한 식량 낭비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교황은 자연 자원의 착취를 언급하며 “전체 인구를 비참과 빈곤 상태에 빠뜨리면서 소수만 부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모로코, 중국, 튀르키예, 시리아 등지를 강타한 지진이나 리비아의 홍수처럼 “사람의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재난”도 분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활동이나 부주의 탓으로 발생하는 재난, 현재의 기후위기에 심각하게 일조하는 재난도 있습니다.” 교황은 이 가운데 한 가지 예로 아마존의 삼림벌채를 꼽았다.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연설하는 교황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연설하는 교황

기후 문제... COP28과 다자주의

이런 의미에서 교황은 급성 폐 염증으로 인해 참석할 수 없었던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언급했다. 교황에게 최종 문서의 채택은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기후 문제를 돌봄으로써 다자주의를 되살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기”에 “고무적인 진전”이었다.

이주민, 엄청난 비극

전쟁, 빈곤, 우리 공동의 집(지구) 남용이라는 주제는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정된 미래를 찾아 자신의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 곧 이주 현상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교황은 사하라 사막에서 다리엔 숲으로, 그리고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최근 10년 동안 “파렴치한 인신매매범”이 초래한 일련의 비극으로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어버린 이주 흐름을 추적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강조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교황은 ‘우리의 바다’(Mare Nostrum)인 지중해가 “평화의 터전”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한편, 이 “엄청난 비극” 앞에서 이주 흐름이 자국을 ‘침범’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우리는 얼굴과 이름을 지닌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고, 무덤이 아니라 개인, 민족, 문화 간의 만남과 상호 풍요로움의 자리가 돼야 하는 이 ‘우리의 바다’(지중해)의 특별한 소명을 간과합니다.”

어떤 국가도 이주 문제에 홀로 맞설 수 없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입장이 “이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수용과 통합을 이루는 국가들의 문화, 감수성과 안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람들이 고국에 머무를 권리를 효과적으로 행사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성도 주장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러한 도전 앞에서 그 어떤 나라도 “홀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때때로 두려움의 압박에 짓눌려 승인되거나 선거적 합의를 추구하기 위해 채택된 더 제한적이고 더 억압적인 입법을 통해 이주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황은 유럽연합이 새로운 이주 및 망명에 관한 조약의 채택을 통해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한 노력을 “만족스럽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특히 “망명권 인정”과 “자의적 구금의 위험”에 관한 조약의 “일부 한계”에 주목했다.

대리모, 개탄스러운 관행

교황은 연설에서 “평화의 길은 모든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며 “어머니 뱃속의 태아의 생명을 시작으로 모든 인간의 생명은 억압할 수도, 상품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어머니의 물질적 궁핍 상황을 착취하는 데서 비롯된” 이른바 대리모 관행을 두고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언제나 선물이지 결코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교황에 따르면 이 같은 관행은 “세계적 차원에서”, 곧 “보편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특히 서양에서 “가짜 연민의 이름으로 어린이, 노인, 병자를 버리는 죽음의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교황은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인간 생명은 평화로 가는 길이기에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우 위험한” 젠더 이론

평화의 길은 또한 75주년을 맞이한 세계인권선언에 자명하게 담긴 것처럼 “인권을 존중”하라고 요구한다. 교황은 “안타깝게도 최근 수십 년 동안 당초 정의된 권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거나 항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새로운 권리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젠더 이론이 중심이 되는 이념적 식민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모든 이를 동등하게 만들겠다는 주장을 통해 차이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이러한 이념적 식민화는 평화를 촉진하기보다는 국가 간 분열을 조장하고 해를 끼칩니다.”

오늘날의 약화된 다자외교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교황은 국제사회가 대화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교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구축된 다자외교 구조가 약화됐다며, 오늘날 “더 이상 모든 회원국을 한 테이블에 모을 수 없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념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국가들만 받아들이는 ‘단일화’와 ‘사교클럽’으로 분열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공동선과 기술 문제에 전념하는 기관조차도 이념적 양극화로 인해 마비되고 개별 국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교황은 정치와 관련해 2024년에 많은 국가에서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선거는 모든 시민이 책임감 있게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순간입니다.” 교황은 “따라서 시민들, 특히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고 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투표를 통해 공동선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자신들의 주요 의무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 자유와 소수 공동체 존중

교황은 종교 간 대화를 비롯해 종교의 자유를 지키고 소수 민족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제도 언급했다. 교황에 따르면 “첨단 기술의 대대적 사용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는 모델을 채택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테러 행위, 문화유산에 대한 공격, 개종 금지법의 확산, 선거 규정 조작, 금융활동 제한과 같은 보다 교묘한 조치”로 인해 소수 종교 공동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반유다주의 반대

교황은 최근 몇 달 동안 목격된 반유다주의 시위의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형제애 교육과 타인에 대한 수용을 통해 이러한 재앙을 사회에서 없애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3억6000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교 박해 희생자

교황은 특히 지난 10년 동안 그리스도인에 대한 박해와 차별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도 발생하는 정치 및 사회 생활과 특정 직종에서도 서서히 소외되고 배제되는 현상”도 아우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3억6000만 명 이상의 그리스도인이 신앙 때문에 희생자가 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기술을 윤리적으로 사용합시다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교황은 “미래와 젊은 세대에 대한 주요 투자”인 교육을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촉구했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은 분열과 거짓,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만남과 상호 교류의 원천이자 평화를 위한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황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내 및 국제,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주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히 관련성이 높은 것은 2024년에 개최되고 교황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두 차례의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외교회의다.

“인간 유전자 물질의 특허와 인간 복제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인간의 유전적 유산을 보호하는 데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희년에 대한 기대

연설의 마지막은 2024년 성탄절에 시작될 희년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됐다. 교황은 “오늘날,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는 희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통과 절망감을 안겨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과 “이 세상의 어둠” 앞에서 열리는 희년은 “하느님께서 결코 당신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당신 나라의 문을 열어 놓으신다는 선포”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희년이 “한 나라가 더 이상 다른 나라를 향해 칼을 들지 않고, 더 이상 전쟁의 기술을 배우지 않는 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주재 외교단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교황청 주재 외교단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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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월 2024,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