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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가 아버지 막시모에게 쓴 편지 조반니가 아버지 막시모에게 쓴 편지  역사

영원히 날고 있는 조반니

“자식을 잃는다는 건 가족을 피폐함으로 내모는 블랙홀과 같습니다. 이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 말씀엔 절대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모습이 정확히 새겨져 있습니다. 8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조반니. 그리고 그의 아버지 막시모의 이야기에는 사랑, 믿음, 선이 충만합니다. 3월 20일 아버지의 날에 이 이야기는 더 끈끈한 매듭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박수현

“어제는 (이탈리아) ‘아버지의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저는 제 두 딸에게서 축하와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엔 아들 조반니(Giovanni)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처음으로 아들의 물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친구들의 축하카드,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축구팀의 스티커, 사진, (...) 등이 있었죠. 그리고 우연히 ‘사랑하는 아빠 (....)’로 시작되는, 조반니가 펜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온화한 눈을 지닌 막시모 라이몬디(Massimo Raimondi)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는 본분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필요할 때만 말을 하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손이 더러워질 정도로 부지런하면서도, 그의 삶은 하느님께 끊임없이 감사드리는 사랑의 봉사로, 그리고 묵묵히 근면한 삶을 살아가며 (기쁨과 희망을) 밝히는 증거로 가득했습니다. 수년 동안 로마 카리타스 자선단체에서 운영자로 일해온 그의 사무실은 지난 12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했던 ‘자선의 성채(Citadel of Charity)’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막시모는 사려 깊으며, 심사숙고하여 말하고, 단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버지의 날’이라는 특별한 날에 그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린 건 심오한 뜻을 지닙니다.

조반니 라이몬디
조반니 라이몬디

편지

2019년 3월 20일은 7년 전 고인이 된 조반니를 추모하는 날이었습니다. 안나(Anna)는 막시모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학교의 아이들에게서 뜻밖의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그 이후 막시모와 안나는 언제나 함께 참례하는 미사를 통해, 그리고 두 딸 안토넬라(Antonella)와 알레산드라(Alessandra)에게 도움을 주면서, 헌신으로 충만한 일상생활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6월 23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에 함께 피자를 먹고 “프루스타(채찍이라는 뜻)”라는 별명을 외치며 건배하는 친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조반니에 대한 기억은 막시모가 몇 년 후에 찾아낸 편지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에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은 아빠의 아들 조반니랍니다. 아빠는 우리 가족이 어떤 곤경에 처할 때마다 항상 아빠 탓으로 책임을 돌리셨죠. 그러나 어쩌면 아빠가 하신 모든 좋은 일은 알고 계시지 못할 거에요. 제가 그 목록을 작성하려면 공책 한 권은 써야 할 지도 몰라요. (...)”

아빠, 고민하지 마세요

막시모는 마음을 모아 아들의 흔적이 담긴 그 편지의 행간 하나하나를 빠르게 읽어 나갔습니다. 조반니는 가족이 운영하던 가게의 부도를 이야기하면서, “누구든 피폐해졌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시 집을 마련해준 아버지의 능력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다음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아빠는 자신의 이상을 믿었죠.” 하느님 사랑의 확실성, 하느님 섭리에 대한 신뢰, 종종 타인에게서 존경받지 않더라도 타인을 존중하는 신뢰, 가족 없는 이들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위한 열린 마음 (...) 이것이 막시모의 꿈과 이상이었습니다. 한편, 다니엘(Daniel)에게 있어서 막시모, 안나, 조반니, 안토넬라, 알레산드라는 ‘이탈리아 패밀리’나 다름 아니었습니다. 다니엘의 어머니는 감옥에 갇혀 있었거든요. 막시모는 그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자원 봉사자로 일하는 레비비아 성당에서 본당 신부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신부님은 저에게, 어머니와 면회 계획이 있는 어린 소년과 동행해 달라고 부탁하셨죠. 매주 토요일마다 저는 소년이 머물고 있는 수녀님들의 공동체에 들러 그와 함께 교도소로 가서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고 그를 다시 수녀님들 공동체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어린 소년이 뭔가 더 많은 걸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다니엘은 막시모의 집에서 그의 자녀들과 놀면서 몇 시간 정도 머물기도 하고, 때로는 그 집에서 잠을 자고 갔습니다. 나중에 막시모는 다니엘의 임시 보호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니엘이 막시모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에게 있어 막시모는,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로마에 있는 아버지’로 남아 있습니다.

조반니의 친구들이 그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벽화
조반니의 친구들이 그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벽화

아빠는 실패자가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이 왜 일어났을까? 내가 실패자라서?” 이것은 막시모의 삶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물음입니다. 곧, 그가 직업을 가질 수 없었을 때, 모잠비크에서 그렇게 많은 가난을 목격했을 때, 로마에 있는 식당으로 와인을 배달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을 때, 또 신앙이 흔들릴 때 찾아왔던 물음입니다. 이 물음에 그의 아들 조반니는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내면에 힘이 있기 때문에 온 세상과 함께할 수 있는 거죠!” 그 대답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남을 돕는 일을 멈추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것까지 내어주는 착한 영혼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하느님 섭리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의 문을 활짝 열어준 절대적인 신뢰였습니다. 이 일자리는 아들 조반니도 관여된 곳입니다. 막시모는 처음에는 빌라 글로리(Villa Glori)의 직원으로, 나중에는 카리타스 운영자가 되었습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질병은 예기치 않게 들이닥쳤습니다. 어느 날, 조반니는 다시는 일어나 걸을 수 없었습니다. 진단과 입원,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로 이뤄진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 조반니의 누나들은 큰 사랑으로 십자가를 꼭 부여잡고 매달리며 동생에게 전적으로 헌신했습니다. 가족은 하나로 일치됐습니다. 막시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반니의 죽음은 우리 가족을 신앙으로 더욱 굳건히 일치시켰습니다. 장례식이 있던 날, 누군가가 저에게 이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위로했지만, 제가 너무나 사랑하고 사랑하는 주님, 나를 여러 번 일으켜 세우신 주님이시기에, 제 아들을 빼앗아 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외쳤습니다. 내 아들아! 그런데 제 아들은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막시모와 안나
막시모와 안나

그는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아들이 천국에 있고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있다는 것도 느낍니다. 부엌에서, 발코니에서 보기도 하고, 꽃꽂이를 하다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조반니는 막시모가 사랑하고 응원했던 라치오 축구팀의 엠블럼인 독수리처럼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삶을 채워줍니다. 또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삶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 곧 몇 달 전에 태어난 막시모의 손자 니콜라스(Nicholas)를 바라보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웃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 진심으로 말씀드려요. 만약 이곳에 승자가 있다면 바로 아빠일 거예요.”

막시모는 말합니다. “이는 모든 아버지가 바라는, 천국에서 온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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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월 2020,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