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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마리안젤라 어린 시절의 마리안젤라  역사

마리안젤라는 ‘생명의 순환’ 안에 있습니다

마리안젤라 크레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인간이라는 피조물을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떤 이는 ‘그것은 죽음’이라고 답합니다. 반면 생명을 언제나 수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곧,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이들입니다. 지난 7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은 25 세의 이탈리아 여성 마리안젤라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더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없애는 문명을 만들지 맙시다. 모든 생명은 언제나 가치가 있습니다.” 이는 의사 부부인 마리안젤라의 부모님이 20년 넘게 삶으로 실천해 온 이야기입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박수현

세 살짜리 소녀의 아름다움

여러분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 그림 안에는 하나의 기준인 중심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의 동그란 원을 그리면, 그 원은 서로 다른 길이의 지름과 반지름을 갖습니다. 하지만 (모든 원은) 결정적으로 한 점의 “중심”을 둔 채 무수한 점들의 집합으로 (중심점을) 둘러쌉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존엄도 생명과 (동등하게) 고려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서로가 결코 똑같지 않은 여러 가지 삶의 요소와 직면할 수 있죠. 하지만 서로 다른 요소들 사이에서도 ‘사람’, 곧 인간은 언제나 (둘러싸인) 원 안의 중심에 자리해야 합니다.

마리안젤라 크레아(Mariangela Crea)는 지난 날 가장 유명했던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 (라이온킹의) ‘심바’를 좋아했습니다. ‘생명(삶)의 순환(circle of life)’은 라이온 킹의 주제가 중 하나였죠. 어린 소녀는 화면 속에서 작은 사자를 보며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바 인형과 놀고 있을 때면 심바를 만나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마리안젤라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에서 유명한 아이였습니다. 3남1녀 중 막내딸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딸인만큼 사랑도 듬뿍 받는 아이였습니다. 금발과 초록색 눈, 그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녔습니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던 아이였고, 어린 나이에도 자신을 이해시킬 수 있는 법을 알았던 강인하고 (자기주장이) 확고한 아이였습니다.

질병

마리안젤라는 1998년 1월 발병했습니다. 3월에는 처음으로 ‘레지오 칼라브리아’ 지역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집으로 방문해서 진찰했던 가정의는 “아이에게서 한 때 (자주) 볼 수 있었던 결핵성 뇌수막염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후 5개월 동안 ‘레지오’ 지역 병원에서 2번, ‘트리에스테’ 지역 병원에서 3번 등 여러 차례 입원을 하게 됩니다. 트리에스테 지역 병원은 바르토넬라(Bartonella) 감염증으로 진단했습니다. 마리안젤라가 퇴원하자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뇌 질환은 더욱 일관적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에는 처음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기도 했습니다. 트리에스테 지역에서 브뤼셀까지, 바르토넬라 감염자는 결핵성 감염으로 분류되어 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1998년 여름에는 결핵성 감염의 전문외과 진료와 수술이 잦아졌습니다. 같은 해 10월 초, 다시 한 번 혼수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리안젤라는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1999년 5월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브뤼셀에서 7개월 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냈습니다. 그때는 마리안젤라가 이제 막 다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새로운 삶

삶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마리안젤라의 어머니 마리아그라치아 칸니자로(Mariagrazia Cannizzaro)는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 특히 막내 딸을 보살피는데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마리안젤라의 아버지도 의사입니다. 의사를 천직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0년 넘게 대학자료를 연구해왔지만 딸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인생은 간혹 방향을 바꾸기도 하며 격한 감정에 휩싸이게도 합니다. 마리안젤라의 세 형제인 다른 자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청소년기의 다른 또래들처럼 매우 예민한 시기에 매일 이와 같은 고통과 도전에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고통과 도전의 경험은 크레아 가문의 모든 친척과 지인들, 특히 손녀딸을 가장 사랑하며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할머니들도 겪은 것입니다.

“위대하다, 거대하다, 무한하다.” 이 세 단어는 친할머니가 손녀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친할머니의 이름은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손녀딸과 동일한 이름입니다. 한편, 외할머니의 손은 언제나 손녀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이 두 할머니는 매일 마리안젤라 옆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많은 다른 이들처럼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기도하며 끊임없이 기도합니다. 오늘날 마리안젤라는 스물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마리안젤라와 그녀의 어머니 마리아그라치아 칸니자로
마리안젤라와 그녀의 어머니 마리아그라치아 칸니자로

아버지의 사랑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 새로운 삶을 주고, 자녀를 보호하며, 자녀가 자유로워지도록 돕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용기와 책임 그리고 성숙함입니다. 몸져누워 있는 병든 딸을 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든 자질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병든 딸은 연약하기 때문에 마치 신생아처럼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병든 아이를 둔 부모는 또 다른 이면의 나약함을 갖고 있지만, 마리안젤라의 아버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것입니다. 의사로서, 아버지로서, 인간으로서 말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마리안젤라는 자신의 세계 안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딸이 인간이기를 멈추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것은 한 가정의 이야기로 삶이 더 강해지길 요구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격한 감정이 올라와 부서질 듯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음식이나 마실 것을 먹여주지 않으면 딸아이는 죽습니다. 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인류를 해치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제 딸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는 감정에 복받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와 그의 가족이 항상, 그리고 영원히 주장하는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입니다.

어린 시절의 마리안젤라
어린 시절의 마리안젤라

공원에서 “정상인 삶인 체하기”

마리안젤라가 항상 살아온 도시 팔미 지역에는 레지오 칼라브리아 지방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인 마찌니 공원(Villa Mazzini)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시칠리아 섬이 마치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며, 해협과 에올리에 섬이 뚜렷이 보입니다. 마리안젤라의 부모는 특히 여름의 늦은 아침 시간에 마리안젤라를 그 공원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이때는 이미 햇살이 따뜻하고 공기도 상쾌합니다. 산책로의 한쪽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은 나무들로 우거져 있습니다. 크레아 박사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말합니다. “따뜻한 햇빛도 있고 공기도 상쾌하구나. 마리안젤라, 그렇지?” 아버지는 딸을 따뜻이 어루만지며 말합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하고 마음속 고통을 되뇌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우리, 삶이 정상적인 것처럼 하자꾸나.”

마리안젤라와 그녀의 용감한 가족에게 하느님께서 복을 내리시길 빕니다. 그들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인간을 중심에 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사람, 그리고 각 사람의 존엄이야말로 바로 생명, 곧 삶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공원에 있는 마리안젤라
아버지와 함께 공원에 있는 마리안젤라
마리안젤라

마리안젤라 크레아의 아버지 주세페 크레아 박사

“마리안젤라는 매우 건강한 소녀였습니다. 1998 년에 뇌수막염을 진단받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1998년 9월부터 자신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리안젤라 크레아의 할머니 마리안젤라 크레아조

“마리안젤라의 이름은 저와 같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그녀의 엄마와 아빠가 그러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그녀의 삶은 가치가 있습니다. 내 손녀와 가까이 있는 것은 기쁨입니다. 이것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손주들을 위한 선은 위대하고 거대하며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안젤라 크레아의 아버지 주세페 크레아 박사

“마리안젤라가 우리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혹은 우리의 말을 듣고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비위관(nasogastric tube)으로 영양을 공급해야 하지만, 혼자서 먹을 수 없고 마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만일 음식이나 마실 것을 먹여주지 않으면 딸아이는 죽습니다. 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인류를 해치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제 딸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제가 음식이나 음료를 주지 않으면 딸아이는 죽습니다. 반려견에게 사료나 물을 주지 않으면 동물을 죽였다는 이유로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습니다.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게 함으로써 인간을 죽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납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다행히도 이 공원은 천국입니다. 편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늘은 시원합니다. 집에서도 가까워서 쉽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맑은 공기와 햇볕을 쬡니다. 아주 좋습니다. (...) 마리안젤라, 그렇지? 자, 우리, 삶이 정상적인 것처럼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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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0월 2019,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