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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수치스러운 범죄”

“인신매매라는 범죄를 통해 착취당하는 수많은 형제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읍시다. (이 형제들은) 상품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재이며, 그렇게 존중돼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30일 월요일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2018년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전야제가 있었던 지난 7월 29일 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참상은 노동착취, 성매매, 장기밀매, 강제 구걸과 범죄 가담을 목적으로 수많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이주 경로(rotte migratorie)도 종종 밀매단과 착취자들에 의해 인신매매의 새로운 피해자들을 물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습니다.

 이러한 수치스러운 범죄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불의를 고발해야 하는 것은 모든 이들의 책임입니다.” 교황이 현대판 노예제도의 수치스러움과 이를 묵인했던 수많은 공범을 고발하기 위해 강력하게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 세계로 확산된 현상

국제 노동기구(ILO)와 (노예해방 인권단체인) 워크 프리 재단(Walk Free Found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4천만 명 이상이 인신매매에 연루돼 있으며 이 가운데 71%가 여성과 어린이다. 그 형태는 다양하다. 곧, 불법 이민 거래, 강제 노동, 미성년자 노동착취, 성매매, 장기밀매, 강제 징집, 강제 조혼(早婚), 강제구걸 등이다.

유엔은 지난 2010년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신매매와의 투쟁을 위해 글로벌 행동 계획(Piano Globale d’Azione)을 도입해 각국 정부에 국제적인 협력을 하라고 권고했지만,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권력도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유엔 총회는 매년 7월 30일을 국제 인신매매 반대의 날로 정했다. 올해의 주제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돕기”다.

인권 유린에는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반기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신매매는 가장 수치스러운 악행들 가운데 하나이며, 인간 생명을 매매하고, 팔아 넘기며, 착취하고, 학대하며 삶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인권유린입니다.”

특히 치안 유지군과 국경 감시 경비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부족, 교육 결핍, 가난, 분쟁, 부패 등이 인신매매의 원인으로 꼽혔고, 최소한 지나치게 강압적인 이민정책이 불법적인 경로를 부추겨 결국 현대판 노예제도가 자리잡는 데 일조했다. 인신매매는 매년 수십억 달러에 버금가는, 엄청난 부정 이득을 낳는 세계적인 범죄 사업으로 변했다.

수많은 공모가 있습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12월 2일 현대판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공동선언을 서명하는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판 노예제도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관광사업처럼 대규모로, 잔인한 형벌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노예제도를 가리켜 “반인류적 범죄”, “혐오스러운 현상”, “겉으로는 허용된 관습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끔찍한 거래” 등과 같은 표현으로 정의했다.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짖음을 귀담아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창세 4,9)”

인신매매는 인류를 거스르는 범죄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패배를 안겨준다.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통해 이렇게 썼다. “노예가 되어 버린 네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불법 공장이나 매춘 조직에서, 구걸에 이용되는 어린이들 안에서, 불법 노동 착취를 당하는 이들 안에서, 네가 날마다 죽이고 있는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아무 일도 없는 척하지 맙시다. 생각보다 더 많은 공모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엔 모든 이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도시에는 이 악명 높은 범죄망이 단단히 구축돼 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편의로 침묵의 공모를 하여 이에 직접 관련돼 있습니다”(211항).

현대판 노예제도 앞에서 눈감지 맙시다

교황은 인신매매 현상과 관련해 “여론 안에서 의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위한 담화문에서 교황은 이렇게 썼다. “따라서 저는 선의의 모든 사람과 고위 당국자를 포함하여 가까이에서나 멀리에서나 노예살이의 참상을 목격하는 사람에게 호소합니다. 곧, 이 악의 공범이 되지 말고, 한 인류 가정 안의 형제자매로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자유와 존엄을 빼앗긴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48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015.1.1., 6항 참조).

 

31 7월 2018,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