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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갤러거 대주교 내한 “교회의 외교는 희망의 도구”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11월 21일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설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외교 활동이 안정과 안보, 평화 구축을 목표로 한다며, 단순한 힘의 균형이 아닌 정의에 기반한 평화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berta Barbi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아 내한해 서울에서 열린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갤러거 대주교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제시한 방향성을 중심으로 연설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겸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의 초청에 감사를 표하며, 한국 문화에서 60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삶의 순환과 더 큰 충만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연상시키기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실제로 성경에서도 60이라는 숫자는 “상부상조와 상호연결 개념을 나타낸다”며, 완전한 성취를 위한 준비를 뜻한다고 말했다.

상호 관계에서 비롯된 선물에 대한 감사

갤러거 대주교는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과 관련해 바티칸 사도 문서고, 바티칸 도서관, 주한 교황대사관 등지에 있는 한국 관련 사료를 발굴, 정리, 보존, 연구하는 사업이 한국 정부와 한국 주교단의 지원으로 마무리된 시기와 맞물렸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84년, 1989년), 프란치스코 교황(2014년) 등 세 차례의 사도 순방과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과 문재인 전 대통령(2018년, 2021년) 등 한국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이 이뤄진 지난 60년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양국 관계의 끈끈함을 증명하는 증거로 오랜 기간 동안 복음이 한국에 큰 활력으로 뿌리내려 “선교의 땅, 수많은 선교사들의 출발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갤러거 대주교의 감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역 교회가 증거하는 신앙과 보편 교회에 대한 선교적 헌신과 참여”로 이어졌다. 지난 1947년 패트릭 번 주교(메리놀외방전교회)가 초대 주한 교황사절로 임명되고, 1948년 당시 론칼리 대주교(훗날 성 요한 23세 교황)가 유엔 주재 한국 대표단을 도와 유엔이 한국을 합법적인 독립 국가로 승인하는 데 의견을 제시한 것도 바티칸 사도 문서고에서 새롭게 발견한 내용이다. 

역사 현장에 드러난 하느님의 현존

갤러거 대주교는 사료의 증거를 살펴보면서 ‘원리’, ‘기원’, 과거, 우리가 뿌리내린 토대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르케’(arché)를 상기했다.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볼 때, 바티칸 사도 문서고의 기록은 과거의 문서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사적 사건의 전개 속에서 신앙 자체가 사료에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믿는 이의 눈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점진적인 계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록된 문서는 교회가 “공동체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 현존의 표징을 인식”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갤러거 대주교는 원칙과 역사적 진화의 전망처럼 추상적으로 보이는 주제가 국가 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발전, 미래가 달려있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황청 외교의 가장 큰 독창성 중 하나는 복음적 진리에 기반을 둔 ‘지고한’ 전망과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교황청 외교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교회와 외교, 희망의 표징 

갤러거 대주교는 과거를 보존하고 재발견하더라도 “미래의 희망과 도전”에 맞설 수 있는 자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황의 표현을 인용해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 곧 군비경쟁, 핵 위협, 테러 등 인류를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요동치게 만드는 상황에서 “교회와 외교는 한마음으로 희망의 표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이 희망은 전쟁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공동 행동의 “고무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황청 외교는 “인류 공존을 위한 도구이자 가능한 모든 경우에 안정과 안보, 평화에 대한 공동의 열망을 재확인하는 목소리”가 되지만, 그 평화는 단순한 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의에 기반한 참된 평화여야 한다. 갤러거 대주교는 교회와 국가를 포함한 외교가 본연의 역할, 곧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세상의 현재와 미래,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 닥친 엄청난 도전에 맞서기 위해” 교황청과 한국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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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1월 2023,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