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교황, 건강 회복 중… 건강 악화 피하려 두바이 방문 취소”
Salvatore Cernuzio
“교황님은 병세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당신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폐 염증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며칠째 고통을 겪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이 같이 안심시키며,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월 28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8) 참석차 오는 12월 1일 두바이로 떠나는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사제 겸 선교사 루이지 세코 몬시뇰의 “교육 전망에 나타난 제도의 의미”에 대한 강연에서 기자들을 만나 “교황이 건강 악화를 피하고,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청, COP28 참석
파롤린 추기경은 현재 교황청이 COP28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28일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의 두바이 방문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현재 교황청의 COP28 참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가 파리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열린 이래 계속 참가해 왔으므로 이번에도 제가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체류 기간은 단축될 것입니다. 그리고 2주 내내 머무는 대표단이 있는데, 저는 첫 번째 일정에만 참석하게 될 것입니다.”
종교 간 대화와 양자회담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도 COP28에 참가할 예정이다. 파롤린 추기경은 아유소 기소 추기경이 “종교 간 대화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며, 그가 오는 12월 3일 엑스포시티 지역에서 열리는 신앙관 개관 기념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오는 12월 2일 예정된 양자회담, 곧 교황과 COP28에 참석한 여러 국가 및 정부 지도자 간의 양자회담이 불발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정계 인사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유감스럽게도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황님과의 만남은 취소됐지만 교황님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과의 만남이 취소된 게 유감”이라면서도, 무엇보다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 봉사하는 정치
끝으로 이탈리아 정치의 중심인 의회의 문턱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정치 세력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루이지 세코 몬시뇰의 업적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의미, 곧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노력, 특히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정치가 사회에 봉사한다는 측면에서 교육과 새로운 세대를 위해 일하는 게 중요합니다. 봉사가 가장 기본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의 강연
이탈리아 하원 레지나 홀에서 이뤄진 파롤린 추기경의 강연은 비첸자 현 바사노 델 그라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선교사 겸 사제, 대학 교수,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자로 약 30년 동안 교육 부문에 헌신한 상호문화 교육학의 대가 중 한 사람인 루이지 세코 몬시뇰의 업적과 사상에 비춰 교육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파롤린 추기경은 세코 몬시뇰이 “이탈리아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된” 교육의 필요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의미가 없으면 우리는 살지 못하고, 발전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각 사람의 가치
파롤린 추기경은 현실과 사회 구조에서 종종 발생하는 분열과 소외, 불화를 바라보면서 “모든 인간의 가치를 재발견할 것”을 촉구했다. 핵심은 “상호문화”(intercultura)다. “상호문화적 의미를 담아낸 교육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각 개인이 상호문화적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문화는 결코 개인의 진실에 반할 수 없습니다.”
환대
파롤린 추기경이 제시한 세 가지 핵심어는 공존, 환대, 수용이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 세 가지 원칙이 “공통의 가치”라며, 오늘날 “공통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이 가능한지 묻기 전에 인종이나 피부색을 떠나 인간의 공통된 뿌리를 규명하기 위한 환대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동등한 존재론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는 개념을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존엄성을 상대방에 대해서도 인정하면서 그 사람을 인간으로 환대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존과 문화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헌법에서도 인간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며 “일류나 이류의 문화, 다수와 소수의 문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하나인 것처럼 문화도 하나”라고 강조했다.
학교의 중요성과 공감에 대한 교육
이에 따라 파롤린 추기경은 “관용”의 문제, “새로운 윤리나 새로운 종교로 설득하거나 개종시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정체성과 다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의 문제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론의 특혜적 장소는 학교다. 파롤린 추기경은 학교가 “분파주의, 불관용, 타인에 대한 몰이해를 극복하기 위해 올바른 동기가 부여된 정교분리 안에서 교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학교 전체가 상호문화의 지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문화적 존중, 연대, 공감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특히 세코 몬시뇰의 정의에 따르면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그들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고, 우리 자신의 문제를 보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이 마지막 요점에 대해 파롤린 추기경은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이 밀라노대교구장 은퇴 후 이스라엘 성지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우리 각자는 타인의 고통을 짊어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던 내용을 인용했다. 이는 중동지역의 비극을 고려할 때에도 매우 관련성이 깊은 말이다.
제도의 역할
파롤린 추기경은 이러한 의미에서 “제도가 교육적일 수 있는가?” 하고 되물었다. 그는 “정의를 꽃피우고, 선을 꽃피우며, 악을 물리치는” “제도의 사명 실패”라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사람은 그가 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세코 몬시뇰의 말을 다시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지구상의 모든 이는 동등한 존엄성을 누립니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므로 불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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