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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서 평화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한 파롤린 추기경 남수단에서 평화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한 파롤린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남수단 방문 “악은 최후의 승자 아니다”

아프리카 순방을 이어가고 있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8월 14일 남수단 수도 주바에 도착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8월 15일 말라칼교구 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수많은 실향민을 기억하는 한편, 뿌리깊은 반목과 분쟁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고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전했다.

Francesca Sabatinelli 

하늘나라에 불러올림을 받으신 성모님은 위로와 희망의 표징이다. 지상의 나그네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순간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악의 작용을 체험하는 순간에, 우리는 성모님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남수단 또한 내전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남수단은 오늘도 여전히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애쓴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남수단 순방 둘째 날 말라칼교구 주교좌성당에서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의 이번 남수단 방문은 지난 2022년 7월과 2023년 2월 방문에 이어 세 번째다. 파롤린 추기경은 앙골라를 떠나 지난 14일 남수단 수도 주바에 도착했으며 오는 17일까지 남수단에 머문다. 

남수단의 비극적인 실향민 상황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 참례한 이들, 특히 말라칼의 실향민들과 수단 내전을 피해 탈출했다가 본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향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수단 사도 순방의 기억을 얼마나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지, 또한 남수단의 고통과 상처, 희망과 기대를 얼마나 마음에 품고 있는지 말하며 교황의 기도와 축복을 함께 전했다. 남수단 난민 위기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심각한 규모로, 약 230만 명이 인근 나라로 뿔뿔이 흩어졌고 약 220만 명이 국내 실향민으로 남았다. 남수단은 끊임없는 내전과 부족간 분쟁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으로 수백만 명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뿌리깊은 반목으로 인한 큰 상처

파롤린 추기경은 다음과 같은 말로 강론을 시작했다. “여러분은 이 나라에서 분쟁과 긴장, 굶주림과 불안정, 홍수와 부족간 갈등, 권력 투쟁과 정치권 싸움을 직접 겪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까지 이 모든 악으로 고통받아야 하나요? 언제쯤 저희 공동체가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 할머니, 무죄한 이들의 외침이 하늘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주님,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요?” 파롤린 추기경은 수많은 실향민을 생각하며 공동체를 파괴하는 “뿌리깊은 반목으로 인한 큰 상처”를 언급했다. 지난 6월 초 이곳 말라칼에서는 남수단유엔선교사 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캠프 내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해 13명이 사망했다. 민간인을 보호하는 이 캠프는 10년 전 설립 당시 약 1만2000명의 난민을 맞아들였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수용 난민은 3만7000 명을 넘어섰다.

교황 “여러분은 희망의 씨앗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신자들을 향해 “악은 결코 마지막 말이 아니”라며 “악이 항상 최후의 승자는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늘나라에 불러올림을 받으신 성모님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표징이며, 지금 이 순간 삶의 암흑을 밝히는 세상을 위한 보증”이다. 말라칼을 비롯한 남수단을 위한 희망, 주변국을 위한 희망,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한 희망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파롤린 추기경은 강조했다. 이어 지난 2월 주바에서 난민들을 만난 교황의 모습을 언급하며 희망의 씨앗이 되라는 교황의 요청을 상기했다. “여러분은 새로운 남수단을 위한 씨앗, 이 나라의 비옥하고 풍요로운 성장을 위한 씨앗이 되십시오.” 당시 교황은 “악에 악으로 대항하지 말 것”을 호소하며 형제애와 용서의 길을 택해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고, 민족과 출신이 다른 모든 이와 화해의 여정을 걸어가려는 노력을 시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의 만남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의 만남

파롤린 추기경의 남수단 일정

파롤린 추기경은 남수단에 도착한 첫 날인 14일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을 만나 교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수단 정부 발표에 따르면 파롤린 추기경과 살바 키르 대통령은 “평화를 실현하고 남수단의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남수단 국민이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받아들여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파롤린 추기경은 주바의 성 테레사 주교좌성당으로 이동해 남수단 교회 평의회, 가톨릭, 장로교, 오순절 교회, 성공회 대표단 연합체를 만났다. 또 교회일치 운동 청년 및 남수단 아이들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과 일치의 강력한 상징인 평화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말라칼에서 레이크 주의 룸벡교구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남수단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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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월 2023,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