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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ANSA)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베트남 협정, 단순 목표 아닌 새로운 시작”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지난 7월 27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주재 교황청 상주 대표 사무소 운영 규정에 관한 협정”에 대해 설명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미래를 위해서는 성급히 목표에 도달할 게 아니라 가식 없이 서로 만나고자 하고 꾸준히 여정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협정은 교황청-베트남 공동실무그룹의 유익한 회의에 따른 결실입니다. 제도적 차원에서 좋은 결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관계를 맺은 데 대한 결실이며, 교회 차원에서 지역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지역 전통과 공유된 가치를 계승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살아 움직이는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제공하는 뜻이 반영된 결실입니다.”

이하 파롤린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교황청-베트남 협정의 이정표에 앞서 항상 존중과 진지한 대화를 특징으로 하는 기나긴 여정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 여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는 이 여정의 본질적인 요소를 두 가지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 표현하신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에게 제시하신 ‘시간을 때우지 않고 과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가 시작된 것은 1989년 당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로제 에체가라이 추기경이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교회가 매일 증거해야 할 정의와 평화라는 주제를 통해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교황청 대표단이 매년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정부를 만나고 교구 공동체를 만나는 관행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1996년에는 주교 임명 방식을 정의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당시 교황청 국무원 외무차관 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그 방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 응우옌민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만나기 위해 바티칸을 방문했습니다. 이후 베트남-교황청 공동실무그룹이 구성됐으며, 이를 통해 2011년 1월 13일 주싱가포르 교황대사 레오폴도 지렐리 대주교가 베트남의 비상주 교황청 대표로 임명됐습니다.” 

협정문 초안 작성 과정과 공동실무그룹 회의를 이끈 원칙은 무엇인가요?

“이러한 연구 및 공동실무그룹 회의의 바탕에는 항상 상호 존중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숨기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주교회의가 항상 이 과정에 참여해 왔으며 자체적인 성찰과 평가를 제시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최종 결과를 성급히 얻는 게 아니라 종교 자유 원칙과 현지 법률 및 관습을 점진적으로 어우러지게 하면서 단계적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이 같은 상호 이해의 정신이 초안 작성 과정에 녹아들었습니다. 이는 베트남 주재 교황청 상주 대표부가 베트남 교회와 베트남 정부, 그리고 베트남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 대표단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황청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훌륭한 시민과 훌륭한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복음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19세기에 교회의 사회 교리가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교회의 지침이 된 원칙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2세기부터 자신들의 삶의 방식으로 하늘과 땅의 시민임을 이 같은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교회의 삶과 신앙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양측의 대화에 포함됐습니다. 이를 통해 가톨릭 공동체의 활동과 발전에 유익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베트남 측의 이러한 태도가 주교 임명 과정에 반영됐으며, 이 기간 동안 특별한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추기경님, 협정문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교황청 상주 대표부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일반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연구와 토론의 시간을 통해 합의된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음을 되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새로운 혁신’(res nova in iure)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사실, 교황청 상주 대표부는 교황청과 지역 교회 사이의 친교를 증진하고, 지역 교회의 예배 활동과 사목 활동에 함께하며, 모든 측면에서 지역 교회와 협력하고 지원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교황청 상주 대표부는 교황대사와 마찬가지로 교황청과 베트남 정부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외교단의 정기 회의 및 접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상 국가의 법률을 준수하고 상호 신뢰와 현재까지 쌓아올린 좋은 양국 관계의 정신에 따라 외교관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 보도자료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 모든 것은 교황청 상주 대표부가 베트남과 교황청의 관계를 더욱 개선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함입니다.”

베트남-교황청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가 베트남 사람들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조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생활해온 겸손과 근면성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단순히 손으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일에 헌신하는 방식으로 일한다는 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자칫 자만심이 생겨날 여지가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구부러져도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항상 견지하며 자부심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소개하냐고요? 미래를 위해서는 성급히 목표에 도달할 게 아니라 가식 없이 서로 만나고자 하고 꾸준히 여정에 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협정은 단순히 이뤄야 할 성과나 목표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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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7월 2023,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