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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와 인터넷』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마테오 주피 추기경 『공의회와 인터넷』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마테오 주피 추기경 

주피 추기경 “교회 커뮤니케이션은 마음으로 말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주피 추기경이 바티칸 미디어의 개혁과 그 기원을 추적하는 안젤로 쉘초의 신간 『공의회와 인터넷』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발제했다. 이 자리에서 주피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사명과 관련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재단” 이사장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전 교황청 대변인) 등이 출판기념회 발제자로 나섰다.

Michele Raviart 

교회 언론 및 미디어의 특별함은 “마음으로 말하는 것”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바티칸 미디어의 개혁은 “모든 것을 그럴 듯하게 미화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기 위한 한 걸음”이다.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겸 볼로냐대교구장 마테오 주피 추기경이 안젤로 쉘초의 신간 『공의회와 인터넷: 교황청 커뮤니케이션과 개혁의 전환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발제했다. 교황 특사 자격으로 최근 키이우를 방문한 주피 추기경은 전쟁 중재 사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티칸 출판사(LEV)가 펴낸 이번 책의 출판기념회는 로마 룸사대학교에서 열렸다.

루피니 장관 “커뮤니케이션은 교회 사명에 본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자 안젤로 쉘초는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피데스」에서 기자로, 교황청 공보실 부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아베니레」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신간을 통해 지난 2015년 반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 교서에 따라 현재 교황청 홍보부가 설립되기까지 바티칸 미디어의 역사를 총망라했다. 아울러 바티칸 미디어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 시스템의 기원이 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향후 바티칸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지평을 고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는 교황이 2015년 반포한 자의 교서 형태의 교령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상황」(L'attuale contesto comunicativo) 및 2022년 반포한 교황청 개혁에 관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언급하면서 교회가 “우리 시대의 도구를 이용해 이 시대를 걸어가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의회가 제안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지평은 소통과 친교를 통해 “우리 모두를 서로의 구성원으로 삼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피 추기경 “그 뿌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있습니다”

주피 추기경은 교회의 현재, 과거, 미래가 서로 얽혀 있다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주일 증보판을 담당한 자신의 아버지 엔리코 주피를 기억하며, 바티칸의 언론과 미디어가 마주해야 했던 다양한 상황을 “가정 안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피 추기경은 또 역사 안에서 “모든 사건이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여러 사건들 가운데 그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두 교황의 의사소통” 방식을 소개했다. 하나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용감하고 솔직하게” 연설을 한 이후 교황의 메시지가 단순히 학문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깨닫게 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례다. 다른 하나는 위중한 전임교황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모든 신자들을 초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접적인 소통이다. 

롬바르디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진력이 결정적”

교황청 대변인을 지내고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의 책임자였던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재단” 이사장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우리 모두가 바티칸 미디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시작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개혁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방송설비나 기술은 물론 각 교황님들의 소통방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복음과 교회 생활을 지침으로 삼아 교황님이 오늘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시는 방식을 잘 살피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타르퀴니오 “교회는 전쟁을 반대하는 유일한 목소리”

작가이자 「레푸블리카」 기자로 활동하는 가브리엘레 로마뇰리는 이번 신간을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본질의 변화를 드러내는 이야기”로 정의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을 선언하고 헬기로 카스텔 간돌포 숙소로 이동하는 장면부터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봉쇄된 가운데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홀로 기도한 2020년의 장면까지 최근 몇 년 동안 교황의 이야기에 ‘최초’가 얼마나 많았는지 설명했다. 「아베니레」의 전 편집장 마르코 타르퀴니오는 교회가 언제나 소통의 선구자였으나 이제는 뒤쫓아가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사람이 되신 말씀”에서 “기계가 사람 대신 말하는 경향”이 있는 인공지능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날 교회가 전쟁에 반대하는 유일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가장 약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피 추기경, 두 번째 목적지로 모스크바 방문 예정

주피 추기경은 이날 출판기념회를 마치며 우크라이나의 긴장 완화라는 자신의 사명을 묻는 기자들에게 조만간 교황을 만나 다음 행선지인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세부내용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5-6일 주피 추기경은 키이우를 방문해 여러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주피 추기경은 또 지난 12일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기억하며 모잠비크 분쟁 중재 조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시기에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회상했다. “그의 환대와 호의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편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로마노 프로디의 부인으로 이날 세상을 떠난 플라비아 프란초니 여사를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사회적 헌신을 보여준 그녀를 떠나 보낸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저는 그녀의 감수성을 여러 차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적이고 학구적이었지만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헌신을 구체적 콘텐츠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 반대로도 바꿀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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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월 2023,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