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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시국 조폐국이 발행한 새 우표들 바티칸 시국 조폐국이 발행한 새 우표들 

바티칸의 새 우표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와 2023년 세계청년대회

바티칸 시국 조폐국이 5월 16일부터 발행한 새로운 우표는 다가오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와 “인류의 가장 큰 가치”인 평화라는 시급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스폴레토 대성당 봉헌 825주년, ‘지극히 거룩한 구세주의 라테라노 의전수도회’ 통합 200주년, 교황청 역사 및 예술 기념물 보호 상임위원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도 있다.

Maria Milvia Morciano / 번역 이창욱

바티칸 시국 조폐국이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비롯해 올해 치르는 몇몇 주요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새 우표를 발행했다. 2023년 5월 16일과 17일 성 베드로 광장에 위치한 바티칸 우체국의 “아르코 델레 캄파네” 지점에서 기념 우표에 우체국의 특별 직인을 찍게 된다. 다른 방법으로 기념 우표에 특별 직인을 받으려면 오는 2023년 6월 17일까지 우편 및 우표 소인 사무국에 우체국 직인을 신청하면 된다.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기쁨과 역동성을 표현한 우표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2022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37차 세계청년대회가 2023년으로 연기됐다. 대회는 오는 8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점점 일정이 가까워지고 있다. 앞서 파나마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이 발표한 것처럼 이번 대회 개최지는 리스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참조)라는 구절을 행사의 주제로 삼아 항상 준비돼 있고 결코 불안해하지 않으며 식별의 길을 따라 여정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대회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항상 새로운 지평, 항상 저 너머를 보는 법을 배우십시오. 여러분의 인생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지 마십시오. 장벽은 여러분을 가둬버리지만 지평은 여러분을 자라나게 합니다! 항상 눈을 들어 새로운 지평을 바라보되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바라보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을 여십시오! 다른 문화에, 또한 이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마음을 여십시오!”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기념 우표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기념 우표

2023년 세계 젊은이의 날을 맞아 바티칸이 발행한 우표는 교황의 말씀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 우표는 리스본의 벨렘 지구 타구스 강 왼쪽 기슭에 세워진 발견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가 스테파노 모리가 디자인했다. 발견기념비는 15-16세기 탐험의 시대에 포르투갈을 발견한 항해자 헨리의 사망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60년 세워졌다. 타구스 강에 세워진 이 기념물은 항해자 헨리가 선원들을 이끌고 신대륙을 발견하는 모습이다. 우표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과 베드로의 배로 대표되는 교회가 “시대의 변화”를 발견하게끔 인도하는 모습을 담았다. 교황이 피렌체에서 열린 교구 행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들을 기다리는 항구를 탐색하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배를 형상화한 하얀 석조 기념물은 푸른 하늘과 대비돼 돋보인다. 뱃머리는 위로 솟아오른 듯하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포르투갈 국기를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젊은 디자이너 베아트리스 로케 안투네스가 만든 대회 로고가 왼쪽 상단에 배치돼 역동적이고 유쾌한 특징을 자아낸다. 대회 로고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십자가 실루엣이 그려져 있으며, 십자가 안에 성모님과 묵주를 표현하고 있다. 루카복음의 말씀처럼 역동적이고 솟구치는 이미지다.

지난 2022년 4월 6일 일반알현 도중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도착한 국기를 들어보이는 교황의 모습이 새 우표에 담겼다.
지난 2022년 4월 6일 일반알현 도중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도착한 국기를 들어보이는 교황의 모습이 새 우표에 담겼다.

유럽 2023: 평화, 인류의 가장 큰 가치

유럽 우정국 연맹이 발행하는 “유러파”(Europa) 우표 시리즈는 올해 ‘평화’라는 시급한 주제를 다루기로 했다. 당초 2023년 주제는 ‘수중 동식물’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유럽우편특별이사회가 지난해 4월 25일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를 들어 주제를 “평화, 가장 위대한 가치”로 변경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보여주고 전 세계에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우편국인 우크라포쉬타(Ukrposhta)가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바티칸에서 발행하는 우표 시리즈는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우표의 가격은 0.10유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22년 4월 6일 일반알현 도중 끔찍한 학살이 벌어진 고통의 도시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도착한 국기를 보여주는 순간을 담아냈다. 당시 교황은 안전한 땅에 도착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고통받는 고결한 민족”인 우크라이나인을 잊지 말라고 촉구했다.

“평화, 인류의 가장 큰 가치”라고 적힌 우표
“평화, 인류의 가장 큰 가치”라고 적힌 우표

두 번째 우표의 가격은 1.25유로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우정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형상을 담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이 형상은 룩셈부르크 우정국이 제안한 “평화의 매듭”으로, 그래픽 기호만으로 평화로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또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린다 보스와 루나 에길스도티르는 켈트족의 상징인 사랑의 매듭에서 영감을 받아 두 개의 하트가 팔처럼 뻗어나가 서로 맞잡은 손으로 끝나는 매듭을 표현했다. 이들은 이 형상을 통해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평화의 상징을 제안하고자 했다. 색상은 여러 국가의 글로벌 특징을 연상시키고, 깍지를 낀 손은 상호 존중을 떠올린다.

스폴레토 주교좌성당 봉헌 기념일에 맞이하는 희년

바티칸은 몰타기사단과 함께 1198년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이 축복식을 거행한 스폴레토의 성모 승천 주교좌성당의 봉헌 825주년을 기념한다. 이 기념일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교구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시노드 여정과 일치하는 희년(2022년 10월 16일-2023년 10월 25일)이 선포됐다. 스폴레토-노르치아대교구장 레나토 보카르도 대주교는 사목서한 “그리스도의 교회, 세상을 위한 교회”에서 희년은 “사실과 인물에 대한 해박한 기억이나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누구였는지 또 누구인지, 복음에 일치하는 개인 및 집단의 선택으로 우리의 지역 교회를 세우기 위해 어떻게 부름받았는지 영적으로 성찰”하고자 “우리의 눈부신 주교좌성당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희년 개막미사에 이 기념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스폴레토는 고대 주교좌성당이 간직하고 있는 값진 예술과 귀중한 역사 자료를 통해 수세기에 걸쳐 성령께서 주신 선물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 교구생활의 원동력인 주교좌성당에 존재하는 신앙과 아름다움의 증거가 이곳을 방문하고 드나드는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다시 되살리고, 자신의 뿌리와의 유대를 굳건히 하며, 교구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이루게 하길 바랍니다.”

우표는 성모 마리아와 복음사가 성 요한 사이에서 강복하는 구세주를 표현한 모자이크화로 두드러지는 대성당의 정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신앙의 새로운 기쁨과 복음화의 결실을 위해 선교하는 제자로서 교회에 소속된 삶을 살도록 이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표 윗부분에는 주교좌성당 후면의 세미 돔을 장식하는 “성모의 대관식” 프레스코화를 재현하고 있다. 이는 대성당 전체 후면 돔을 채우고 있는 “성모의 역사” 프레스코화 연작의 일부다. 이 작품은 위대한 피렌체 화가 필리포 리피 수사가 1466년부터 1469년까지 완성한 것이다.

두 수도회의 통합 200주년, 중요한 이정표

1823년 6월 23일,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의 사제관에서 ‘라테라노 의전수도회’와 레나니로 알려진 ‘지극히 거룩한 구세주 의전수도회’의 통합이 이뤄졌다. 두 의전수도회는 모두 9세기 초에 설립됐다. 이 통합으로 오늘날 ‘지극히 거룩한 구세주의 라테라노 의전수도회’(이후 라테라노 의전수도회)가 탄생했다. 초대 아빠스는 빈센초 가로팔리다. 

이에 따라 2023년은 두 수도회의 사회 및 교회적 현실의 1000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두 수도회의 수세기에 걸친 역사는 각각의 고유 명칭에 완전히 요약돼 있다. 의전 사제는 한 교회 공동체 의전 사제단 명단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성직자를 말한다. 1059년 라테라노 시노드 이후 그레고리오 개혁에 힘입어 공동생활을 실천하던 의전 사제단에 속한 성직자들이 「아우구스티누스 규칙서」의 규정에 따라 수도 생활(의전수도회)을 시작했다. 1446년 에우제니오 4세 교황은 라테라노 의전수도회에 모든 교회의 어머니 교회, 곧 라테라노 대성전의 종들이라는 뜻으로 “라테라넨시”(Lateranensi)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했다.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라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라테라노 의전수도회의 끊임없는 유대와 전적인 헌신을 상기시키는 요소다. 우표에 담긴 문장은 17세기 중엽에 활동한 오타비오 마치엔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의 오래된 제의실 천장의 반원형에 그려진 라테라노 의전수도회의 문장이 이번에 발행하는 우표에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라테라노 의전수도회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 진출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의 여러 지역과 스페인 및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의 여러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라테라노 의전수도회는 전례 봉사, 하느님 말씀의 설교, 본당 내 활동, 청소년 교육 및 선교 등 다양한 형태의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교황청의 역사적, 예술적 기념물 보호

비오 11세 교황은 1923년 6월 27일 교황청의 역사적, 예술적 기념물 보호를 위한 상임위원회를 설립했다. “교황청에 속하는 예술 및 역사 기념물을 보존 및 복원하는 작업에 있어서 더 큰 통일성과 방향의 연속성을 확보함은 물론 교황청 소유 기념물의 보편적 명성을 고려해 관련 권한과 책임을 더욱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보존 및 복원 작업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196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교황청 조직 개편 과정에서 해당 위원회의 소임은 교황청 소유의 예술작품 대여에 대한 평가까지 확대됐다. 이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 동안, 곧 2001년 문화재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위원회는 바티칸 시국 및 영외 지역에서 수행되는 모든 복원작업, 신축 건물, 전시 프로젝트, 보호 조치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도록 요구받았다.

위원회는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막사의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 100주년 기념 우표에 소개된 성 베드로 성문의 기념비적 복원을 후원한다. 향후 몇 년 내로 현대에 가미된 모든 요소를 걷어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해 대중에게 다시 공개될 예정이다.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어 시스템은 두 개의 높은 망루 사이에 둘러싸인 중세 레오니나 도시의 관문으로, 고풍스러운 전통을 지금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성 베드로 성문은 846년 사라센족이 성 베드로 대성전을 약탈한 이후 레오 4세 교황이 848년에서 852년 사이 성벽 북쪽에 세운 정문이었다. 알레산드로 6세 교황이 마지막으로 보수할 때까지 여러 차례 개보수를 거듭하다 성 비오 5세 교황이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막사로 통합하면서 완전히 폐쇄됐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이 성문은 다시금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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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5월 2023,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