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거행한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거행한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 

갤러거 대주교 “우크라전 1주년... 그러나 하느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2월 21일 오후 이탈리아 내 비잔틴 전례 우크라이나 동방 가톨릭 개별 자치구장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상처 입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사를 거행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강론에서 약 1년 동안 이어지는 전쟁에 대한 깊은 고통과 슬픔을 표했다. 또한 역사의 사건을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해석하라고 권고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박수현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2월 21일 오후 로마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대성당에서 이탈리아 내 비잔틴 전례 우크라이나 동방 가톨릭 개별 자치구(esarcato*)의 장(esarco/a)인 디오니시오 라코비츠 몬시뇰을 비롯해 자치구 사제들, 우크라이나 수도자들, 라틴 전례의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거행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강론에서 작년 2월 24일 발발해 지금까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전쟁을 두고 “우리가 결코 경험하지 않길 바랐던 슬픈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깊은 슬픔과 당혹감 속에서 전쟁 1주년을 맞이한다”며, 이 같은 전쟁은 “21세기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일입니다. 그에 따른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편집주: 라틴교회의 ‘교구’와 같은 개념을 지닌 동방 가톨릭 교회의 교구를 ‘에파르키아’(eparchia)라고 부른다. 그리고 라틴교회에서 정식 교계제도가 설정되지 않은 지역의 교구로 교황청이 직접 관할하는 교구를 ‘대목구’라고 부르며, 대목구의 장을 ‘대목구장’이라고 한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동방 가톨릭 교회의 ‘에사르카토’(esarcato)이며, 그 장을 ‘에사르코’(esarco/a)라고 부른다.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대성당에서 거행된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대성당에서 거행된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전쟁을 바라봅시다

갤러거 대주교는 “끊임없이 빚어지는 군사·정치적 판세의 관점에서, 전선에서 들려오는 점점 더 걱정스러운 소식”이나 “여전히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어 보이는” 외교적 노력에 비추어 전쟁을 바라보지 말고 “역사의 모든 사건을 읽을 때”를 밝혀주며 “삶의 모든 상황에서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전쟁을 바라보자고 촉구했다. “하느님 말씀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관한 것입니다.” 갤러거 대주교는 또 “모든 이의 근본 소명”은 “주님을 섬기는 것, 곧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섬김으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그분의 노예가 되는 것과 다릅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섬김을 필요로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창조하셨으며 우리가 자유로워지길 원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인류 역사의 첫날부터 우리의 자유를 신뢰하셨습니다. 인간이 당신께 불순종하고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기로 선택했을 때에도 그 자유를 존중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이들은 시련에 대비합니다   

갤러거 대주교는 성경을 인용해 주님을 섬길 준비를 하는 이들은 누구든지 시련에 대비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자유를 누리는 삶이 평안과 행복이 아니라 어려움과 시련을 동반한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악의 결과”인 이러한 어려움과 시련은 “언제나 그리고 오직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원하시거나, 그분에 의해 초래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분께서 그것을 용납하신 것은 당신께서 그것을 피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분과의 관계와 고결한 삶 안에서 정화와 성장의 기회로 삼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갤러거 대주교는 “하느님께서 시련을 허락하시는 것은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용감하게 만드시려는 것”이라며 “우리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과 더 밀접하게 일치시키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련을 당할 때에 하느님을 떠나거나 혹은 낙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의를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오로지 하느님께 의탁하며 선을 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다음의 성경 구절처럼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고 하느님의 현존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그분을 믿어라. 너희 상급을 결코 잃지 않으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좋은 것들과 영원한 즐거움과 자비를 바라라. 그분의 보상은 기쁨을 곁들인 영원한 선물이다”(집회 2,8-9). “주님께서는 올바른 것을 사랑하시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을 버리지 않으신다”(시편 37,28). “의인들의 구원은 주님에게서 오고 그분께서는 곤경의 때에 그들의 피신처가 되어 주신다”(시편 37,39).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사

첫째가 된다는 것은 모든 이를 섬기는 것

갤러거 대주교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제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조차도 메시아의 약속과 대조되는 시련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동시에 그분께서는 당신의 부활을 선포하시며 당신의 죽음이 인간의 계략이나 음모에 직면한 하느님의 약점 때문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의 계시이자 구속사업의 실현임을 보여주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수님의 희생이 “정확히 시련을 극복하고 변화시켜 부활 안에서 결실을 맺기 때문에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갤러거 대주교는 “하느님보다 권력을 추구하고 자신을 신뢰하려는 유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제자들의 부끄러운 태도”도 언급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죽음에 넘기심으로써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결정”을 제자들에게 밝히시지만, 제자들은 죽음에 이르는 신비로운 계획을 알아듣기 위해 질문하길 두려워하며 자신들 중 “누가 가장 큰 사람인지 궁금해하면서 자신들의 셈과 권력의 밑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가르쳐야 할 진리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동에도 물러서지 않으시며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 9,35-37). 갤러거 대주교는 “가장 위대한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섬김을 받거나 자신의 뜻을 강제로 관철시키는 사람이 아니라고 예수님께서 분명히 가르치셨다”며 “그분께서는 자신을 겸손하게 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며 그들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또 “예수님께서는 권세 있는 자가 약한 이를 업신여기거나 강압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약한 이들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되는 행동은 인간의 존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거슬러 모욕하는 것입니다.” 

눈물 한 방울,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하소서 

끝으로 갤러거 대주교는 하느님 말씀이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유가 특정인이나 특정 법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그 자유를 존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위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그분께서는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실 때 결코 그것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신다”며 “그분께서는 그것을 우리 앞에 두시고 우리가 선택하게 하신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우리에게 “이 귀중한 선물”을 가꾸고 “외적, 내적으로 선을 통해 인내하고 모든 악으로부터 마음을 지키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선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악과 고통과 시련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의 눈물 한 방울이나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하신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또 “우리는 부활절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릴 때에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스도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력(힘)의 유일한 참뜻은 모든 이의 선익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힘은 다른 이들의 말에 마음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것, 마음을 열어 약자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갤러거 대주교는 강론이 끝날 무렵 “마음의 회심”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그리하여 세계가 다시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합시다.” 갤러거 대주교는 우크라이나 시인 타라스 셰브첸코의 “기도”와 함께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성모 마리아의 전구”에 의탁한다고 말했다. “이 약탈당한 땅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과 손에 어머니 당신의 힘을 보내주소서. 오! 하느님, 이 땅에 사랑의 선물과 기쁜 낙원 말고는 아무것도 허락하지 마소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1 2월 2023,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