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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는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는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개막, 루피니 장관 “연결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가 8월 16일 ‘2022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기술의 도전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우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개막식에는 약 30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창욱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유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 간의 만남의 기적이나 뜻밖의 놀라움, 회심이나 창의력의 폭발, 거저 주어진 사랑 같은 것입니다.”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는 가톨릭 커뮤니케이터들을 위한 국제 행사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한 이번 총회는 오는 8월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며 전 세계에서 약 300명이 참가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메타버스의 경계를 넘어서는 최초의 도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 

루피니 장관은 인간 독창성의 산물인 기술이 오늘날 화상 회의, 비대면 진료, 전자 상거래 등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연결돼(hyper-connected) 있지만 결국 혼자라는 사실”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연결이나 접속만 있고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양심성찰을 해야 합니다.” 루피니 장관은 몇 가지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대답해보라고 초대했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연결될 수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토록 끔찍하게 혼자일 수 있는가? 이 외로움을 메울 수 있는 연결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가?” 루피니 장관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기술의 도전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우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 기술을 악마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류를 구원하는 임무가 기술에 있다고 믿지 않으며 인류의 멸망이 기술에 달려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루피니 장관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의 솔뫼 성지에서 젊은이들과 만났을 당시 한 청년에게 대답하면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강조했음을 떠올렸다. 당시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돈으로 행복을 살 때, 그 행복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돈으로 사는 행복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사랑의 행복만이 지속되는 행복입니다.” 루피니 장관은 “소비주의는 보다 심오하고 지속되는 행복을 단기적 만족과 혼동한다”며 “우리는 소비 대상은 물론이고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에 기초한 관계, 그 연결만이 우리를 덜 외롭게 만들고, 우리를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고 사랑받을 필요, 거저 주고 또 자기 자신을 내어 주는 필요를 느끼게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연약함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뿌리가 있습니다. 연결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의 위험

루피니 장관은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이 제53차 홍보주일 담화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오늘날의 상황에서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는 공동체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소셜 웹(social web)상에서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 곧 그룹과 무관한 사람과 비교하여 대조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정의할 때에,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인종, 성, 종교 등에 대하여)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온갖 편견의 분출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 그리하여 세상을 향한 창(窓)이 되어야 할 자리가 개인의 자아도취를 과시하는 진열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휴머니즘

시그니스의 도전이기도 한 ‘좋은 저널리즘’의 도전은 바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마케팅 아이디어보다는 대화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대중의 광적인 도덕주의보다는 도덕적 범주로서의 지성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루피니 장관은 캐나다 사도 순방 중 교황이 퀘벡에서 강론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다다르고, 경청하고, 대화하고, 만남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창의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도행전의 본질과 열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루피니 장관은 가톨릭 커뮤니케이터, 가톨릭 언론인, 선의의 모든 이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어렵고도 중대한 사명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는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공동체로 구현되는 새로운 휴머니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민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엮어낼 수 있습니다.”

시그니스 세계총회

대면 회의와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미디어 사용에 관한 화상 회의는 올해 시그니스 세계총회의 작업이 지향하는 지평이다. 교황은 앞서 6월 시그니스 세계총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디지털 미디어, 특히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여러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종사하는 이들, 나아가 인간 관계에 대한 진정성과 품격을 우려하는 모든 이의 현명하고 분별력 있는 판단을 요구합니다. 때때로 어떤 곳에서는 미디어가 해악과 편파적 발언, 가짜 뉴스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그니스가 미디어 교육, 가톨릭 미디어 간의 네트워킹, 거짓과 잘못된 정보에 맞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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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8월 2022,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