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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글레 추기경 “위기 상황에서 애덕이란?”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애덕의 역할은 무엇일까? 국제 카리타스 의장 겸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이 이 물음에 대한 묵상을 「바티칸 뉴스」와 나눴다. 타글레 추기경은 “전염성 강한 사랑의 판데믹”으로 바이러스와 공포를 이겨낼 것을 촉구했다.

+ Luis Antonio G. Cardinal Tagle / 번역 김단희

사랑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위기 상황을 뜻하는 영단어 ‘emergency’는 ‘주의를 요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emergere’에서 왔습니다. 위기 상황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매년 우리는 지진, 태풍, 홍수, 가뭄, 역병 등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한정된 지역과 민족들에게서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판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됐습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가리키는 ‘pandemic’은 ‘모든, 전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pan’과 ‘사람 또는 민중, 시민’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demos’가 합쳐진 말입니다. 판데믹 상황은 인류 전체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코로나19는 보편적,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거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는 곧 우리 모두의 대응을 요구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 자신, 내 가족, 그리고 나와 가까운 이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키려 합니다. 이 같은 반응은 본질적으로 선한 것이지만,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행동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두려움에 눈이 멀어 나와 동일한 것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타인의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불안감 때문에 우리 이웃에 대한 진심 어린 염려를 거둬서도 안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의 진심 또한 드러납니다. 모두를 위협하는 이 위기 상황을 통해 보살핌, 연민, 사랑의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드러나길 기대합니다. 예기치 못하게 ‘터진’ 위기 상황에는 동일한 규모로 “터져나온” 희망으로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은 애덕의 세계적 “전염”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역사는 이 공동의 위기 상황이 생성하고 확산시킨 이타적 사랑의 힘의 정도에 따라 우리 세대를 평가할 것입니다. 지난 몇 주간 치유와 희망의 원천이 되어준 수많은 영웅적 인물들의 사랑과 용기에 감사를 표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을 잘 씻어야 한다고 합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 사형 선고 당시 본시오 빌라도의 모습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빌라도는 (…)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마태 27,24 참조). 우리가 손을 씻을 때는 빌라도처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빈민, 노인, 실업자, 난민, 노숙자, 의료인 등 모든 인류와 피조물,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손을 씻듯 씻어낼 수는 없습니다. 이 공동의 위기 상황을 통해 전 인류의 마음에서 모든 생명에 대한 참사랑이 일어나길 성령의 힘에 기대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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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월 2020,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