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글레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7년은 하느님 친밀함의 ‘비유’”
Alessandro Gisotti / 번역 김단희
「바티칸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7주년을 앞두고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과 만났다. 지난 2013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Jorge Mario Bergoglio,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추기경은 베드로 사도의 265번째 후계자로 선출됐다.
타글레 추기경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즉위 7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13일의 일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지요.
“저는 2012년 11월 24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이 마지막으로 소집하신 추기경회의를 통해 추기경으로 임명된 6명의 주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달 후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선출한 콘클라베(교황 선출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다면적 특징을 지닌 단 하나의 사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2013년 3월 13일의 기억 가운데 두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교황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베르골료 추기경님이 교황 당선에 필요한 표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되자, 추기경들 사이에서 박수와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결코 당신의 교회를 저버리지 않으심을 보여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베르골료 추기경님은 머리를 숙인 채 앉아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제가 느끼던 기쁨이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머리를 아래로 숙이신 신임 교황님의 모습에서 저는 신비로운 하느님의 뜻에 고개를 숙이는 순명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 또한 교회를 이끄는 참된 목자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두 번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인사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 새로 선출된 교황이란 곧 하느님께서 그의 재임 전 기간에 걸쳐 서서히 ‘드러내’ 보이실 ‘선물’이며, 당신 백성들 앞에서 성취하실 ‘계약’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13년 3월 13일,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선물을 주심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앞으로 주님께서 이 세상과 교회와 나누실 선물과 계약이 무엇일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했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또 필리핀 마닐라대교구를 이끄는 목자로서 교황님께 어떤 가르침을 얻으셨는지요?
“교황님의 지난 7년 간의 풍성한 가르침과 공적들뿐 아니라 교황님이 보여주신 모범을 통해 저는 특별히 마닐라대교구장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점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중 속 개인들에 관심 기울이기, 대규모 교회 조직이나 “관료 체계” 내에서도 개인적 차원의 접촉 이어 나가기, 모두가 ‘슈퍼맨’을 기대할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협력자가 필요함을 인정하기, 나는 ‘구원자’가 아니라 ‘종’이라는 것을 알기 등이 그것입니다.”
그간 여러 번 교황님을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인품이나 언행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베르골료 추기경님과 함께 주교시노드 사무국 정례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베르골료 추기경님은 소박하고 유머러스하며 성실한 사람인데, 교황의 자리에서도 그 모습들을 간직하고 있어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 거의 모든 만남에서 제일 먼저 하시는 질문은 그날의 안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부모님은 잘 계시냐’는 안부 인사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황을 현대 인류와 역사의 흐름을 형성하고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옳은 판단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교황님에게서, 또 교황님과의 대화에서 목격하는 것은 하느님의 친밀과 연민이 담긴 소박한 ‘비유’입니다. 교황님 자신이 곧 그 ‘비유’ 자체이시기에 역사를 움직이고 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병자, 빈민, 이주민 등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십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피해자들만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방금 언급하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피조물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다만 이점을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상기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해 지녀야 할 특별한 사랑이라는 개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처음 생각해내신 게 아닙니다. 성경, 교회 탄생으로부터의 실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모든 순교자와 성인의 증거, 수세기에 걸쳐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지켜온 교회의 사명 등이 한 데 모여 하나의 교향곡을, 합창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그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각자의 목소리와 각자의 ‘악기’, 곧 우리의 몸과 시간과 재능과 부를 보태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의 개별적 만남과 접촉의 기회를 늘리십시오. 그 만남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기도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난한 이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선교적 선포를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교회”를 구체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또 인류복음화성 신임 장관으로서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교황님이 강조하시는 ‘앞으로 나아가는 교회’란 세상 사람들과 구체적 상황들에 직접 나아가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교 및 복음화 사명은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황님이 선교와 관련해 중요하게 강조하신 지점들입니다. 교황님은 선교란 예수님과의 가장 깊고 참된 만남,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는 확신 및 신앙 체험, 오직 복음만이 줄 수 있는 기쁨으로 가득 찬 마음, 성령에 감도돼 내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 등에서 비롯돼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와 그들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요한1서 1,4 참조)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성령이 누락된 선교 사명은 성부께 말미암은 것이 아니며, 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것은 다만 인간이 하는 사업이며 사회∙시민활동일 따름입니다. 물론 그것으로도 좋지만, ‘미션(mission)’이라는 말의 참된 의미가 담긴 그리스도교적, 교회적 선교 사명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교적 선교 사명에는 참된 증거가 요구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진정한 선교 사명을 품은 이들입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지키고 증진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교황님의 즉위 7주년을 축하하며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7년 전 교황직의 부르심을 받아 인류와 교회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자 계약이 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사명을 드러내고 나타내 보이시길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사랑이 교황님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교황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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