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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사설

현실주의와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행한 2020년 신년연설의 핵심 키워드를 살펴본다.

ANDREA TORNIELLI / 번역 이정숙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의 사정(stato del mondo)”에 대한 연설은 특히 긴장이 고조되는 이란과 미국에 주목했다. 지난 1월 5일 주일 이미 이 주제를 다뤘던 교황은 “국제법을 온전히 존중하며 대화와 자제력의 불꽃”을 유지하면서 갈등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촉구했다. 이는 모든 관계자들로 하여금 헤아릴 수 없는 결과로 인한 갈등 속으로 중동과 전 세계를 끌어들이는 위험을 현실적으로 고려하라는 호소다. 

하지만 심지어 오늘날 언론의 관심이, 미국과 이란의 위기 고조를 비롯해, 테러와의 전쟁에 시달리면서 이미 불안정해진 이라크에 나타난 또 다른 위험 등에 물론 집중돼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실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교황은 너무나 많이 잊힌 다른 수많은 전쟁과 폭력도 기억했다. 황폐해진 시리아의 운명을 침묵으로 덮고 있다고 비난했고, 국제사회의 무관심으로 매우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의 분쟁을 비난했다. 교황은 리비아를 예로 들었지만,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와 나이지리아의 폭력을 언급했다. 또 테러리즘과 근본주의의 희생자들, 곧 복음에 대한 충실함 때문에 목숨을 잃는 수많은 그리스도인을 포함해 무죄한 이들에 가하는 폭력도 떠올렸다. 

 

불평등과 각 나라의 부패로 인해 화염에 싸인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길고 구체적인 위기 목록을 경청했거나 읽은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도인에게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현실주의에서 분리할 수 없는 희망의 시선으로 자신의 연설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황은 희망하는 것이란 문제를 이름으로 부르고, 그것에 직면할 용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각 시대에서 치러졌던 전쟁들로 인한 불행과 황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무기 재무장 경쟁의 불합리성과 부도덕성, 그리고 세상의 자멸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한 존중이 부족해진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 물의 부족과 고통받는 많은 민족들에 대한 보호,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못 본 척하는 생태론적 위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증오와 장벽의 형벌에 처해진 것 같지만, 분열에 굴하지 않고 고통받는 사람 앞에서 몸을 돌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평화의 세상을 건설하려고 서로 만나 노력하는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피조물이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가까워지는 위기에 관해 어른들에게 일침을 놓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베들레헴의 밤에 당신의 풍요로운 사랑과 자비로 세상을 이기시려고, 작고 약하고 겸손한 (어린) 아기가 되는 것을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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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월 2020, 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