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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톨릭대학연합회 대표단과 인사하는 교황 국제가톨릭대학연합회 대표단과 인사하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무관심과 양극화 대신 일치와 화합을 전 지구적으로 표방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9일 국제가톨릭대학연합회(IFCU)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연설문을 통해 평화의 문화를 건설하는 주인공이 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진정한 삶의 여정에 영감을 주며 세상을 바꾸고 인간을 위한 봉사에 복음적으로 ‘손을 더럽히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회가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면서 세대 간, 문화 간 동맹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우십시오.”

Tiziana Campisi

“극심하게 분열된 이 시대에 우리는 무관심과 양극화, 분쟁 대신 희망과 일치, 화합을 전 지구적으로 표방하면서 과감히 시류에 역행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9일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100년 전 설립돼 비오 11세 교황에게 승인을 받은 국제가톨릭대학연합회(IFCU) 대표 150명을 만났다. 교황은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아 호흡하기 다소 힘들어” 사전에 준비한 긴 연설문을 읽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이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연설문을 나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임과 더불어 대학들, 곧 우리 가톨릭 대학이 학문과 하느님 말씀, 진정한 인문학의 씨앗을 뿌리며 이룩한 모든 선익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지치지 말고 가톨릭 대학의 아름다운 사명을 품으며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십시오. 가톨릭 대학의 정체성은 가톨릭에 속한 기관이라는 사실에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측면일 뿐 유일한 측면은 아닙니다. 인간에게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가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명백한 인본주의가 아마도 가톨릭 대학의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점일 것입니다.”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에서 교황은 “산발적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현재의 전쟁 구도에서 “가톨릭 대학이 학제 간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의 문화를 이루는 주축이 돼야 한다”며 “교회의 모든 활동에 영감을 주는 사랑, 곧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랑으로 움직이는 진리를 향한 공동의 탐구

교황은 “안타깝게도 교육 자체가 ‘사업’으로 전락하고 엄청난 익명의 경제 자금이 주식시장처럼 학교와 대학교에 투자”되는 오늘날 세상에서 교회의 기관들이 “이와 다른 모습, 이와 다른 사고방식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사업은 완벽한 프로그램이나 효율적인 장비 또는 우수한 법인 경영만을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대학에는 더 큰 열정이 일렁여야 하고, 진리를 향한 공동의 탐구와 의미에 대한 지평이 드러나야 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아낌없는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지식 공동체에서 살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삶의 여정에 영감을 주십시오

교황은 가톨릭 대학에서 기능주의와 관료주의가 만연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위 수여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이가 제각각 ‘되고자 하는’ 열망을 일깨우고 이를 소중히 여기며” “경쟁력 있는 진로를 준비시키는 것”은 물론 “풍요로운 사명을 발견하도록 촉진하고, 진정한 삶의 여정에 영감을 주며, 공동체의 창조적 역동성 안에 각 개인의 기여를 통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만 영적지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적지능이 없는 인간은 스스로에게 낯선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더 심오한 요구와 젊은이들의 꿈이 대변하는 책임을 제쳐두고 ‘시대에 발맞춰’ 살기에는 대학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가톨릭 대학은 세상에 장벽을 쌓아서는 안 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한 우화를 인용한 교황은 “벽 뒤에 숨어 안전한 사회적 술수 속에 틀어박혀 위험이나 문화적 도전을 회피하고 복합적인 현실에 등을 돌리려는 유혹”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면서도, 대학 운영을 두려움에 맡기지 말라고 권고했다.

“두려움은 영혼을 삼켜버립니다. 대학을 두려움의 장벽으로 둘러싸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 대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전형적인 장벽, 곧 불평등과 비인간화, 편협과 무관심,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형제애에 투자하지 않는 수많은 모델의 장벽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복음을 반영하는 선택

“지식을 위한 지식”이 비인간적이라는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의 말을 인용한 교황은 가톨릭 대학이 창출한 지식의 “변화 잠재력”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그것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립적 입장은 신기루와 같습니다. 가톨릭 대학은 복음을 반영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간을 위해 봉사하면서 복음적으로 ‘손을 더럽히는’ 입장을 분명히 취하고 행동으로 이를 보여줘야 합니다.”

당대 현안에 대한 대화에 참여해 교회를 도우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가톨릭 대학의 세 가지 사명인 “교육, 연구, 지역사회 환원”에 헌신한 데 대해 감사인사를 전하며 교회가 “지성의 이유와 ‘희망의 이유’(1베드 3,15 참조)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더 깊은 열망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당대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 있게 대화에 참여하고” “그리스도교 전통의 풍요로움을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시대에 열려 있는 언어를 사용해 문화적으로 옮기며, 사유와 학문,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고 균형과 지혜로 접근하도록” 도와달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교회가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효과적으로 응답하는 통합 생태론의 전망으로 공동의 집을 돌보며 세대 간, 문화 간 동맹을 구축”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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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월 20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