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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이스라엘 성지 전쟁 관련 “두 국가 해법 없이 평화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대담을 통해 “글로벌 차원의 종전이 시급하다”며 “우리는 심연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발표한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과 관련해 “점차 모든 이가 선언의 정신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언은 분열이 아닌 포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제가 한 본당의 주임 신부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라는 본당의 주임 신부 말이죠.”

Vatican News

“과거 오슬로 합의엔 두 국가 해법이 분명히 담겼습니다. 두 국가 해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9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대담을 통해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의 여러 마을을 파괴하고 있는 이스라엘 성지 전쟁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전쟁을 언급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하고, 유일한 해결책으로 대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즉각 미사일 폭격을 멈추고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과 “글로벌 차원의 종전”을 요구했다. “우리는 심연의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희망

교황은 자위권은 합법적이라면서도 “전쟁을 정당화하는 건 언제나 잘못된 일”이라며 “의로운 전쟁” 개념을 정의하는 데 있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군사적 확장이 우려되는 가운데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고 있다”며 “휴전은 좋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의 최근 행보를 높이 평가한 교황은 피자발라 추기경이 영상 통화를 통해 가자지구 본당과 연락을 취하고 “이스라엘 인질 석방”이 선행될 것을 강조하며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의장 마테오 마리아 주피 추기경이 수행한 임무를 상기했다. “교황청은 포로 교환과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중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는 러시아 아동 권리 담당 대통령 전권대표 마리아 리보바-벨로바와 협력해 러시아 당국을 통해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아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선언 「간청하는 믿음」은 포용에 대한 문헌

대담에서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를 당신 품 안으로 부르신다”며, 비정상적 상황에 있는 커플과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한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복음은 모든 이를 거룩하게 합니다. 물론 선의가 있는 경우에 말이죠. 그리스도인 생활에 정확한 가르침을 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동성 결합에 대한 축복이 아니라 각 사람에 대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인데 어째서 교회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죄인의 목록과 교회에 들어올 수 없는 죄인의 목록을 따로 구분해서 만들어야 하나요? 이는 복음이 아닙니다.” 교황은 해당 문헌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강하게 저항하는 이들은 특정 이념 집단에 속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적 관점에서 “동성애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 아프리카의 상황”과 관련해 “다소 특별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분열이 아닌 포용을 바라는 선언의 정신을 점차 모든 이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선언은 각 사람을 받아들이고 신뢰하자는 초대이자 하느님께 믿음을 두자는 초대”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때때로 자신이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며 “그럼에도 날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의 분열을 겁내지 말자고 당부했다. “교회 안에는 언제나 교회를 갈라 놓으려는 소그룹이 존재해 왔습니다. 그들이 그저 지나가도록 놔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을 내다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기회이자 위협

교황은 최근 발표한 홍보주일 담화에 담긴 인공지능(AI) 관련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AI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진전이지만, 윤리적 성찰과 함께 관리되지 않는다면 잠재적으로 인간에게 많은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교황은 AI 기술 사용의 목표는 “언제나 인간 존엄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해당 기술의 사용이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사도 순방 일정

교황은 다양한 지병에도 불구하고 현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벨기에 사도 순방이 예정돼 있으며 8월에는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이사를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방문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하며,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중 내뱉은 말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2월 11일 예정된 아르헨티나 복녀 “마마 안툴라”의 시성식 이후 신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는 밀레이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다가올 교회와 11년 전 콘클라베

교황은 세계 어린이 날 관련 질문에 “아이들은 인생의 스승이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신의 꿈은 “밖으로 나가는 교회”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2013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를 앞두고 열린 전체 회의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힌 뒤 벌어진 일을 상기하며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제 연설이 끝나고 큰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전체 회의에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죠. 그런데 당시 저는 이후에 추기경님들이 제게 어떤 일을 할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 연설이 제게는 ‘선고’와 마찬가지였던거죠. (웃음) 이후 시노드 홀을 나오는데 영어를 구사하는 한 추기경님이 저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매우 훌륭한 연설이었어요! 멋집니다. 당신 같은 교황이 우리에게 필요해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저를 교황으로 뽑기 위한 일련의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어요. 그리고 3월 13일, 교황 선출 투표를 몇 시간 앞두고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데, 몇 분이 제게 의미심장한 질문들을 던지셨어요. 그제서야 저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 어쨌든 저는 여전히 낮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놀랍게도 제 마음 안에 평화로운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교황은 대담 말미에 자신이 “본당 신부”라는 느낌이 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매우 큰 본당, 지구라는 본당의 주임 신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는 본당 신부의 마음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요. 사람들 가운데에서 저는 언제나 하느님을 만납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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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월 2024,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