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휴대전화 보는 시간을 줄이고 내면의 삶을 더 돌봅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12일 연중 제32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를 풀이했다. 교황은 그들이 등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모두가 충분한 기름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면서, 우리도 잠시 멈춰 침묵의 자리를 마련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휴대전화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눈에 있는 빛을 바라보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교회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며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은 우리 각자의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마태 25,1-13 참조). 우리에게 삶이란 이런 의미입니다. 곧, 예수님을 맞으러 나갈 날을 위한 대대적인 준비입니다! 그러나 열 처녀의 비유에서 다섯은 지혜로웠고 다섯은 어리석었습니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삶의 지혜와 삶의 어리석음 말입니다.

처녀들은 모두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이를테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실현하길 바라는 것처럼 그들도 신랑을 만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혜와 어리석음의 차이는 선의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그 만남의 순간에 때맞춰 도착하느냐에 달려있지도 않습니다. 모두 그 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죠. 지혜와 어리석음의 차이는 그와 다릅니다. 곧, 준비입니다.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4절). 하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름입니다. 기름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름은 등 안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지만, 기름이 없으면 불을 밝힐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우리 삶도 같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겉모습에 매우 주의를 기울입니다. 자기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남들 앞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삶의 지혜가 다른 곳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곧,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마음을 돌보는 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내면의 삶을 가꾸는 것’입니다. 이는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살필 줄 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루 중 우리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지혜란 침묵의 자리를 마련해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안다는 뜻입니다. 다른 이들의 눈과 자신의 마음,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길 속에서 빛을 바라보기 위해 휴대전화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는 법을 안다는 의미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주님께 시간을 바치며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내적 삶의 기름인 “영혼의 기름”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이를테면 이 기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올바른 조언을 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 비유에서, 처녀들이 이미 등을 가지고 있지만 기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상인들에게 기름을 사서 등에 넣어 불을 밝혀야 했습니다(7절, 9절 참조).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면의 삶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가끔씩, 어쩌다 한 번, 한 번에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내면의 삶은 모든 중요한 일을 할 때처럼 매일 조금씩 시간을 할애하여 꾸준히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봅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나의 내면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저축에 대한 생각, 집이나 새 차 혹은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이런 것들은 나쁜 것들이 아니라 좋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내 마음을 돌보고, 기도하고, 다른 이들을 섬기고, 삶의 목표이신 주님께 시간을 바칠 생각도 하고 있는가? 요컨대, 내 영혼의 기름은 어떤가? 우리 각자 이렇게 자문해 봅시다. 내 영혼의 기름은 어떤가? 나는 그 기름을 제대로 보살피며 잘 간직하고 있는가?

성모님께서 우리가 내면의 삶의 기름을 소중히 여기도록 도와주시길 빕니다.

번역 이창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2 11월 2023, 09:46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최근의 삼종기도와 부활 삼종기도

모두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