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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개회 미사 “성령과 함께 걸어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4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개회 미사에서 분열과 다툼의 정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시선을 집중함으로써 오늘날의 도전과 문제에 맞서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경청하고 대화하며 갈라지지 않는 교회가 되자고 초대했다. 교황은 시노드의 주인공은 성령이시라며, 우리의 예상을 깨뜨리시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iziana Campisi

“세계주교시노드를 진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인간의 전략, 정치적 계산, 이념적 다툼으로 이뤄진 내재적 시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세계주교시노드가 이러한 시선을 허용한다면, 이런저런 문이 열릴 것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의회를 열거나 개혁안을 통과시키려고 이 자리에 모인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시노드는 의회가 아닙니다. 시노드의 주인공은 성령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의회를 열려고 이곳에 모인 게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하고, 지치고 억압받는 이들을 환대하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함께 걷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므로 축복하고 환대하는 예수님의 시선에서 출발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한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활동을 관상하고 현재를 식별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를 개최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추기경회의에서 서임된 신임 추기경을 포함한 추기경단 전체가 교황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교황은 강론에서 교회가 “때때로 동요하는 우리 시대의 풍랑 속에서도” 낙심하지 말고, “이념적 허점”을 찾지 않으며, “선입견”에 갇히지 말고, “편리한 해결책”에 굴복하지 않으며, “세상이 우리의 의제를 결정하도록 두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490명의 공동 집전자(120명의 추기경, 370명의 시노드 총회 대의원 주교·사제)를 포함한 2만5000명의 신자들에게 “교회 교부들로부터 물려받은 진리의 거룩한 유산”에 굳건히 머물라고 당부하는 한편, “현재를 직시”해야 한다고 권고한 성 요한 23세 교황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연설을 상기했다. 아울러 “분열과 다툼의 정신으로 오늘날의 도전과 문제”에 대응하지 말고, 오히려 “친교를 이루시는 하느님께 우리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시노드 정기총회의 주요 임무

하느님의 계시를 어떻게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알려 구원이 되도록 할 수 있는가? 교황은 시노드가 이에 답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시노드의 주요 임무는 우리의 시선을 하느님께 다시 집중시켜 자비로 인류를 바라보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치를 이루는 형제적 교회, 또는 적어도 일치와 형제애를 추구하며 경청하고 대화하는 교회, 축복하고 격려하는 교회, 주님을 찾는 이들을 돕는 교회, 무관심한 이들을 유익하게 일깨우며 사람들을 신앙의 아름다움으로 이끌기 위해 길을 열어주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는 교회는 내부적으로 분열되지 않고 외부적으로도 결코 가혹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교회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당신 신부인 교회의 모습입니다.” 

신자들로 가득 찬 성 베드로 광장
신자들로 가득 찬 성 베드로 광장

교회와 오늘날의 문화·사목적 과제들

교황 강론 묵상의 핵심은 바로 “저 너머를 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닌 예수님을 보여주는 복음서 내용이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의심한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지나간 많은 도시는 회심하지 않았습니다. 군중은 세례자 요한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자 그가 너무 엄격하다고 불평하더니, 예수님이 보통 사람들과 같이 음식을 먹고 술을 드시자 그분을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상황에서 “슬픔에 빠져들지 않으시고”, 오히려 작은 이들과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을 나타내시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신다. 교황은 실제로 예수님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는 선, 단순한 이들이 받아들인 말씀의 씨앗, 어두운 밤에도 길을 밝히는 하느님 나라의 빛을 식별하셨다”며 “가장 약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 버림받은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신다고 설명했다. 

“예수님의 이 환대하는 시선은 우리가 환대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문을 닫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복잡한 시대에는 새로운 문화적, 사목적 도전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두려움 없이 직면하려면 따뜻하고 온화한 내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함께 만들어가는 시노드적 대화, 이 아름다운 ‘성령 안에서의 대행진’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도전을 바라보며 주님과의 일치와 우정 안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아름다운 표현을 빌리자면 ‘대화하는 교회’(성 바오로 6세 교황, 회칙 「주님의 교회」(Ecclesiam suam), 65항 참조)가 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짐을 지우지 않는 편안한 멍에”의 교회, “길을 잃었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교회,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에게 문이 열린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에게 누누이 강조한 호소이기도 하다.

시노드 총회 대의원 주교들
시노드 총회 대의원 주교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

교황은 오늘날의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예수님의 시선이 “세상에 맞서 무장하고 과거만 돌아보는 경직된 교회, 세상의 유행에 굴복하는 미지근한 교회”가 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님께서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씀하신 요한 묵시록을 인용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문 앞에 서서 문을 수차례 두드리시지만 교회 안에서도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교회와 함께 나오셔서 당신 복음을 선포하시게 합시다.”

교황은 “가난과 평화의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가자고 촉구하면서, 아시시의 ‘가난뱅이’(Poverello)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를 입기 위해 모든 것을 벗어 던졌다고 말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이렇게 벗어 던지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나 제도 교회에게나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그러나 프란치스코 성인은 기도하는 동안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 자신에게 ‘가서 내 교회를 재건하라’고 말씀하셨을 때 주저하지 않았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시노드는 우리에게 다음을 일깨웁니다. 곧, 우리 어머니이신 교회는 항상 정화와 ‘재건’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용서받은 죄인들로 구성된 하느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입니다. 우리는 용서받은 죄인들입니다. 항상 근원이신 예수님께로 돌아가야 하고, 그분의 복음으로 모든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성령의 길로 돌아와야 합니다.”

시노드, 은총과 친교의 장

교황은 아시시의 ‘가난뱅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으라고 다시금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 제도 교회와 이단 세력,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사이에서 큰 다툼과 분열이 일어났던 시기에 그 어느 쪽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직 겸손과 일치, 기도와 사랑이라는 복음의 무기만을 사용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사목자들과 함께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우리가 시작하는 세계주교시노드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는 동시에 심지어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 시노드가 정치 모임이나 의회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 소집된 것이며, 양극화된 의회가 아니라 은총과 친교의 장이라는 점을 기억합시다.”

끝으로 교황은 시노드의 주인공이 성령이심을 분명히 했다. “성령께서는 종종 예상을 깨뜨리시고 우리의 예측과 부정적 태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십니다.” 교황은 “성령께 우리 자신을 열고, 성령께 청원하자”며 “신뢰와 기쁨으로 그분과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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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0월 2023,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