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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몽골 교회에 “작음은 하나의 자원… 참된 믿음이 중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일 울란바토르 대성당에 모인 몽골 교회 공동체 앞에서 성스러운 것에 대한 강한 감각을 지닌 몽골 그리스도인의 뿌리를 되짚었다. 교황은 친교와 단순함 안에서 의료, 문화 증진, 인간 존엄을 위한 헌신을 이어가라고 장려했다. 또 교회의 복음화 활동은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며 정부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부활하신 주님의 무장해제 권능에 의지하는 가난한 교회입니다.”

Antonella Palermo

“형제자매 여러분, 적은 숫자, 늦어지는 성과, 보여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는 하느님의 방식이 아닙니다.” 

이는 주교단, 사제, 선교사, 남녀 수도자, 사목협력자들로 구성된 작은 몽골 교회 공동체에게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의 핵심이다. 교황은 제43차 사도 순방을 준비할 때부터 사용했던 표현인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역량”, 곧 작지만 따뜻하고 큰 애정을 표현하는 역량, 하느님과 공동체 관계를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몽골 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종종 속삭임의 언어를 활용하신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께 봉헌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대성당에서 중앙아시아 주교회의 의장 겸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삼위일체교구장 호세 루이스 뭄비엘라 시에라 주교의 환영인사와 살비아 메리 반다나카라 수녀, 피터 산쟈브 신부와 루피나 차밍게렐 사목협력자의 증언이 있었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작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알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마리아를 바라보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작음을 사랑하신다고 힘주어 말했다. 

몽골에서 “속삭이는” 신앙의 오래된 뿌리

교황이 서방 세계와 멀리 떨어진 몽골을 방문한 것은 복음의 개척자들이 이곳에 뿌린 가톨릭 신앙의 씨앗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이 대성당을 세운 초대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를 기억했다. 아울러 실크로드를 따라 전파된 시리아 전통의 복음화 운동을 특징으로 하는 제1천년기의 경험을 떠올렸다. 교황은 13세기의 외교 선교 활동과 몽골 원나라의 수도 칸발리크(현 베이징)의 초대 주교 몬테코르비노의 요한의 사도적 돌봄을 언급하며 “선교사의 상당한 헌신”으로 탄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로 몬테코르비노의 요한이 시편과 신약성경을 몽골어로 최초로 번역했다”며, 그의 특별한 점을 강조했다.

울란바토르 대성당에서 행한 연설 후 사랑의 선교회 수녀를 축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울란바토르 대성당에서 행한 연설 후 사랑의 선교회 수녀를 축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1992년 티 없으신 성모성심 수도회가 최초의 선교사로 몽골에 도착했고, 이어 다른 여러 수도회 회원들, 교구 성직자와 평신도 자원봉사자들이 합류했다. 교황은 특별히 활동적이고 열성적이었던 고(故) 김성현 스테파노 신부를 기억했다. 대전교구 소속으로 지난 2000년 몽골에 파견된 선교사인 김 신부는 지난 2023년 7월 선교지에서 선종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며 그리스도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몽골의 많은 신실한 복음의 종들을 기억하면서, 그분의 선하심이 여러분 안에서 그리고 여러분을 통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놀라운 일들을 ‘보고’ ‘맛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왜 복음을 위해 삶을 바쳐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시편 34편이 상기시켜 주듯이 하느님 사랑의 온유함과 선함을 자신의 삶에서 보고 맛보며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하느님은 예수님 안에서 당신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만질 수 있고 또 만날 수 있게 하신 분입니다.”

주님을 바라보지 않으면 피로와 좌절만 찾아옵니다

교황은 △교육 △의료 △문화 진흥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자선 활동을 이어온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다음과 같은 감사와 충고를 전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몽골 민족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에게 유익한 것으로 입증된 이 길을 앞으로도 걸어가길 바랍니다. 동시에 주님을 보고 맛보며, 모든 것이 시작된 본래의 시선으로 항상 새롭게 돌아오라고 초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힘은 약해질 것이고 우리의 사목적 헌신은 공허한 봉사, 결국에는 피로와 좌절만 불러일으키는 의무의 나열이 될 위험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대성당에 함께한 신자들
대성당에 함께한 신자들

우리는 경배하는 역량을 상실했습니다

교황은 몽골인들이 이런 종류의 증거를 기대한다며, 특히 성스러운 것에 대한 뚜렷한 감각과 증거 자체의 진정한 진위를 분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때때로 소홀히 여겨지는 경배의 차원을 회복시켰다. “그리스도인은 침묵 속에서 경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경배에서 다른 활동들도 나온다고 즉흥적으로 덧붙였다. “경배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경배의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바쁘고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사람 혹은 쉽지 않은 인생을 두고 원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 우리는 근원, 곧 예수님의 얼굴로 돌아가 그분 현존을 맛보아야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복음 선포를 겁내지 마십시오

교황은 진정성을 재차 강조했다. “교회는 진정한 믿음과 부활하신 주님의 무장해제 권능에 의지하는 가난한 교회이며, 상처입은 인류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교회입니다.” 이어 정부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러한 까닭에 정부와 세속기관은 교회의 복음화 사업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지 않고, 모든 이의 선익을 증진할 수 있는 하느님 은총의 겸손한 권능과 자비와 진리의 말씀에만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관리인이 아닙니다

교황은 “주교를 관리인이 아니라 자신의 백성을 모으고 이끄는 살아 있는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보라”고 초대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애를 확립하고 고귀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이 나라에 더욱 굳건히 뿌리를 내리게 하는 사도적 카리스마가 충만한 제자로 보길 바랍니다.” 이어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의 주교가 추기경이라는 사실은 저와의 친밀함을 한층 더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저와 물리적으로만 멀리 떨어져 있을 뿐 베드로의 마음에는 매우 가까이 있습니다. 온 교회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공동체에 가까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공동체는 참으로 가톨릭, 곧 보편적입니다. 여러분의 교회는 교회적 친교 안에서 전 세계에 흩어진 모든 형제자매의 공감을 몽골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아시아 지역 교회 주교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아시아 지역 교회 주교들

여러분 가까이 있는 교회 전체의 선물을 보고 맛보십시오

교황은 교회 일치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것이 질서나 존중, 심지어 “팀워크”를 위한 좋은 전략과도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회의 일치는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 그분께 대한 충실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모든 교회 일원들이 주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주교를 중심으로 굳건히 일치해 우리가 전파하고 신앙의 토착화에 큰 도움이 되는 시노드적 친교를 이루는 게 중요합니다.”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단순함과 친밀함을 언급하면서 특별히 하느님 백성에 대한 “친밀함”의 특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친밀함이 하느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가까이 계시고, 자비로우시며, 온유하십니다.” 이어 종종 다른 연설에서 다뤘던 기본 개념이자 그리스도교 복음 선포 방식의 핵심 특징 중 하나를 덧붙였다. “교회는 개종 강요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그와 다릅니다.” 교황은 복음이 증거를 통해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어머니 마리아의 ‘작음’에 자신을 맡기십시오

“교회는 가난하고 궁핍한 모든 이와 연대하는 목소리로 세상 앞에 자신을 드러내며,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기 위해 묵묵히 일합니다.” 

교황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다시 찾은 성모상에서 영감을 얻어 쓰레기로 보여지는 것에 빛과 순결의 원천이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황은 우유 바다처럼 큰 마음을 지닌 어머니인 순 달라이 이지이(suun dalai ijii)라는 현지 전통을 배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몽골비사」에 나오는 신화에 따르면 게르의 에루게(위쪽 창)를 통해 내려온 빛이 알랑고아 여왕의 배를 비추어 아이를 잉태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동정 마리아의 모성 안에서 높은 데서부터 매일 교회의 발걸음에 동행하는 신성한 빛의 활동을 관상할 수 있습니다.”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지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그분께서 친히 여러분을 선택하시고 여러분을 믿어주셨으니 저는 여러분과 함께하며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께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의 증거에 감사하고, 복음을 위해 쏟아부은 여러분의 삶에 감사합니다.” 교황은 “끊임없이 기도하고, 창의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친교 안에서 서로 굳건히 머물고, 모든 것과 모든 이와 함께 기뻐하며 온유하게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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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9월 2023,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