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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성모성지서 병자와 재소자, 신자들과 함께한 교황의 기도 “세상에 평화를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5일 리스본을 떠나 지난 2017년 찾았던 파티마 성모성지를 다시 방문해 성모발현경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쳤다. 몇몇 아픈 젊은이들이 묵주기도를 선창했다. 포르투갈 주교회의 의장 주제 오르넬라스 카르발료 주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의 다른 많은 분쟁 지역들을 생각하면서 평화를 위한 교황의 기도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황은 “문이 없는” 교회, “모든 이를 맞아들이는” 교회가 되라고 재차 당부했다.

Salvatore Cernuzio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이르신 대로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저는 평화를 얻기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자 합니다.’ 세상의 항구한 평화를 위해 주님께 기도합시다.”

8월 4일 파티마 인근 도시 레이리아에서 발생한 화재로 뿌옇게 변해버린 하늘 아래, 유럽 마리아 신심의 중심지인 파티마 성모성지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헬리콥터가 오전 9시40분경 모습을 드러냈다. 헬리콥터가 성모성지를 선회하는 동안 새벽부터(일부는 전날 저녁부터) 성모성지에 모인 약 20만 명의 신자들이 그 순간까지 유지한 정적을 깨고 우레와 같은 박수로 교황을 맞이했다. 2023년 세계 젊은이의 날(세계청년대회)을 맞아 8월 2일부터 포르투갈 사도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리스본을 떠나 파티마 성모성지를 잠시 방문했다. 이 일정에서 교황은 헬리콥터 창 밖으로 신자들로 가득 찬 뜰을 내려다봤다. 하늘에서 바라본 성모발현경당에는 성 프란시스코 마르투와 성 히야친타 마르투 그리고 그들의 사촌 가경자 루치아 두스 산투스 수녀에게 발현한 성모님의 성상이 한결 눈에 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티마 성모성지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교황은 지난 2017년 5월 13일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기도하는 교황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기도하는 교황

기도하기 위해 잠시 멈추기

8월 5일 오전 교황은 6명의 재소자와 아픈 청소년 그룹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쳤다. 이 묵주기도는 교황이 지난 2022년 3월 2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봉헌하며 성모님께 바친 기도이기도 하다. 성모님은 세 어린 목동들에게 “세계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당부하셨다. 1917년 발현 당시와 마찬가지로 갈등과 폭력, 분열로 상처를 입은 이 암울한 시대에 교황은 기도하기 위해 잠시 멈추기로 했다. 교황은 세계청년대회의 숨가쁜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성모님의 발치에 다가가 전 세계가 바라는 평화를 전구하고자 했다.  

신자들의 인사

기도 시간 30분 전에 도착한 교황은 헬기장에서 지붕이 개방된 교황전용차(포프모빌)를 타고 성모성지까지 4.5킬로미터 거리를 이동하며 손과 깃발, 흰 손수건을 흔드는 신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떤 이들은 흰색 색종이 조각을 던지거나 꽃다발을 건넸으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교황은 때때로 부모가 건네는 크고 작은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잠시 멈추기도 했다. 두 명의 어린이들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어린이들이 교황에게 그림을 건네자 교황은 미소로 그들의 뺨을 어루만지고 묵주를 선물했다. 

교황이 성모발현경당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동안 아베 마리아 성가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휠체어에 앉아 흰장미 꽃다발을 든 교황은 성모상이 훤히 보이는 경당에 도착했다. 교황은 몇 분 동안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홀로 기도했다. 처음엔 군중들의 짧은 박수와 “교황님 만세!”라는 한 여성의 외침이 들렸지만, 교황이 기도하는 동안엔 광장 전체가 침묵에 싸였다. 수십만 명의 인파로 가득한 광장이 고요하게 침묵하는 광경은 놀라웠다. 

파티마 성모성지에 모인 신자들
파티마 성모성지에 모인 신자들

병자들이 환희의 신비를 선창하다 

교황은 성모성지에 바치는 황금 묵주를 성모님 발치에 놓아드렸다. 이어 성모님 맞은 편에 앉아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한 사제는 성모님께서 세 어린 목동들에게 “형제자매 여러분, 기도를 많이 하십시오!”라고 당부하셨던 말씀을 떠올렸다. 이어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이 환희의 신비를 하나씩 선창했다. 특히 환희의 신비 제4단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성모님의 전구에 맡기는 지향으로 바쳤다. 포르투갈 주교회의 의장 겸 레이리아-파티마교구장 주제 오르넬라스 카르발료 주교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특히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삶과 미래를 심각하게 짓누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의 다른 많은 분쟁 지역들을 생각하면서 이 성모성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평화를 위한 교황의 기도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문이 없습니다

교황은 평화로 가는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기쁨에 대해 말하려 하는 인류의 요구를 한데 모았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즉흥적으로 “기쁨의 집이 될 수밖에 없는” 교회를 강조하며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를 되풀이했다. 

“교회에는 문이 없으므로 누구나 들어올 수 있습니다. 교회는 어머니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항상 모든 자녀,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를 위해 마음을 엽니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에 모든 이가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려고 서두르시는 마리아

교황은 “성모님께서는 가만히 서 계시지 않고 서두르신다”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지체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오신다”고 말했다. “서둘러 오십니다. (...)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가까이 오시려고 서두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서두르십니다. 포르투갈어로 서두른다는 단어는 아프레사다(apressada)라고 합니다.” 교황은 성모님이 “항상 동행하시지만 그렇다고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시지 않는다”며, 성모님의 두 가지 “몸짓”, 곧 “환대”를 의미하는 포옹과 “예수님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언급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삶을 통해 예수님을 가리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그를 따라라’고 하십니다. 이 두 가지 몸짓을 잘 생각해 봅시다. 모든 이를 맞아들이시고, 예수님을 가리키십니다. 이때 성모님은 서둘러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십니다.”  

예수님과 협력하기

교황은 “믿음이 없는 이들의 마음이 예수님께로 열릴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이곳에 나타나셨다”며 “오늘도 성모님은 우리 가운데 계신다”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서두르시는 성모님께서 우리와 더욱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같아지실 정도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며, 우리에게 당신과 함께 일하자고 요구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십니다. 곧, 우리 삶에서 그분과 함께 걷고 그분과 협력하라는 것입니다.”

어린 소녀를 안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
어린 소녀를 안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찰 초대

교황은 성모상을 바라보며 “성모님은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계신가?” 하고 자문해 보라고 권고했다. 그것은 어쩌면 “내 마음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는가” 하는 물음일 수도 있다. 교황은 모든 이가 잠시 침묵 중에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도록 초대했다. “성모님, 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제 삶에서 성모님이 걱정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삶에서 성모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삶에서 성모님이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끝으로 교황은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수 있도록 인도하신다”며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예수님을 가리키신 것처럼 우리 각자의 마음이 예수님께로 향하도록 하신다”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 우리를 예수님께로 이끄시는 성모님의 현존을 느낍니다. (...) 서둘러 오시는 성모님, 우리 모두를 축복하소서.”

리스본 복귀

교황은 영대를 착용하고 신자들에게 강복했다. 교황은 어린이들을 포함해 성모발현경당에서 함께 기도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얀 십자가를 선물로 받았다. 교황은 노래와 박수로 배웅을 받으며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이날 저녁 교황은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젊은이들과 함께 떼주 공원에서 밤샘미사를 거행한다. 대회의 절정인 이 미사에 약 100만 명의 청년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모발현경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는 병자들
성모발현경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는 병자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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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8월 2023,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