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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 섬에서 이주민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 섬에서 이주민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루피니 장관 “교황의 람페두사 섬 방문은 거창한 구호보다는 마음으로 보라고 가르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람페두사 섬 방문 1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가 시칠리아 섬을 찾았다.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 섬 방문은 교황이 즉위한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그 여정은 사전 계획에 없던 일정이자 첫 번째 사목 방문이었다.

Andrea De Angelis

“우리는 기억을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주에 대해 말할 때 단순화하지 않고 손쉬운 구호를 거부하며, 마음으로 보고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서서 역사의 시급한 사안에 응답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는 7월 8일 람페두사 섬 공항에서 “전쟁에서 이주까지, 위기와 다가올 유럽에 대해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컨벤션에 참석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 컨벤션은 제8회 크리스티아나 마타노 국제 언론인 상 수상식 행사 가운데 하나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사목 방문지였던 람페두사 섬 방문 10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루피니 장관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교황의 람페두사 섬 방문이 훗날 교황 가르침의 핵심 주제에 대한 가시적인 표징을 보여준 여정이었다고 상기했다. 

이하 파올로 루피니 장관과의 일문일답: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0년 전 람페두사 섬 방문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셨나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모든 일이 계획한 바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신의 모범으로 가르쳐 주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경청할 줄 아는 역량으로 돋보여야 합니다. 이는 우리 언론인을 포함해 자신이 본 것을 말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적용됩니다. 경청하고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러한 일을 따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고 상처를 주는 다른 일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교황님은 람페두사 섬에서 ‘마음속의 가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두고 교황님은 교황 직무와 관련해 많은 일들이 계획에 없었지만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일어나는 일을 항상 계획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fatti)이 생각보다 우선합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그 여정은 이주민에 대한 교황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부각시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교황님은 지중해를 가리켜 난민의 “공동묘지”라고 정의하셨으며, 그들이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오늘날 교황님의 목소리는 누구를 향한 것이며 누가 듣나요? 교황님의 목소리는 누구의 양심에 호소하고 있나요?

“교황님의 목소리가 아무도 듣지 않는 사막에서 종종 울려 퍼진다고 말하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교황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듣는 것을 모두 감당하지는 못합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예언자의 운명이겠지만, 뿌린 씨앗은 남아 있고 때가 되면 열매를 봅니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이 귀 기울여 들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덜 귀 기울여 들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전임 교황님들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이는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1966년에 가톨릭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전쟁에 관한 연설이 생각납니다. 당시 교황님은 베트남에 관한 평화의 제안을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은 이해되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보이는 유토피아적 평화주의처럼 보였을지라도 평화는 분명 가능하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릴 분명한 권리를 주장하셨습니다. 10년 후 베트남 전쟁은 어느 정도 종식됐습니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수확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귀 기울여 듣느냐에 대한 질문은 합당하고 또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신자든 비신자든 우리는 교황님의 말씀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듣는가?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만, 우리 모두가 교황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며, 전쟁, 경제, 생태에 관한 현 사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교황님의 말씀에 익숙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며 심지어 이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사안들을 따로따로 개별적으로만 파악한다면 지역적으로 산발적인 전쟁을 벌이게 되겠지만, 넓고 큰 안목으로 생각한다면 더 나은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버리는 형국이 만연하면 번영도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소통의 시대에는 많은 것을 듣지만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오히려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주시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황님의 람페두사 섬 방문과 같은 여정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0년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기억은 좋은 언론을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소셜 미디어 대화를 포함해 소통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억을 공유하고 경험을 소중히 여길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한 여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고정관념에 의존하거나 단순화하지 말고 현실의 복합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복합적인 문제, 복합적인 질문에 간단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이민에 반대하시나요, 찬성하시나요? 이는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닙니다. 관건은 세계 역사 안에서 언제나 존재해 온 이주 현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상호 대화를 통해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통합을 기반으로 하는 이주 프로세스의 협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구호로만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더 많은 아름다움도 필요합니다. 곧, 만남, 대화, 미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교황님의 람페두사 섬 여정을 떠올려 보면, 거창한 구호보다는 마음으로 말하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나눔을 통해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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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7월 2023,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