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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청(INPS) 책임자들과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청(INPS) 책임자들과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고용 불안과 불법 노동은 안 됩니다. 사회는 연대해야 지속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3일 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청(INPS) 책임자 및 직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이탈리아의 연금 제도가 우리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보여준다며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복지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원을 낭비하면서 미래 세대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도록 “형제애의 기준에 따라 때와 시기를 분별할 줄 아는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하며, “미래 세대에게 일어날 일”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생태 위기와 젊은이들의 “어깨 위에 가중된” 공공 부채를 우려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회 보장은 “갈수록 더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3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국립사회보장청(INPS) 책임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말했다. 교황은 올해 125주년을 맞이하는 국립사회보장청의 경험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되풀이할 수 없는” 이탈리아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본당의 오라토리오”, “자원봉사자” 그리고 사회보장기관과 같은 조직 등 세 가지 풍요로운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상호 의존적 관계입니다

교황은 “사회 보장 제도는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복지의 한 형태”라며 “사실 노동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연금은 노동자가 제공한 수년간의 노동은 물론 노동을 통해 다른 사람의 연금을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아직 이탈리아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도 연금 제도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황은 “세대 간의 강한 유대감이 사회 보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 세대 교체의 부족이 사회 보장 제도를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이가 서로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회생활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 망 덕분에 유지됩니다. 공동선은 노동자 간의 연대라는 원칙을 공유하는 수백만 명의 일상 노동을 통해 이뤄집니다.”

클레멘스 홀에서 열린 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청 관계자들과 교황의 만남
클레멘스 홀에서 열린 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청 관계자들과 교황의 만남

교황의 세 가지 호소

교황은 “이탈리아처럼 갈수록 더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의 도전에 맞서 사회 보장을 유지하기 위해” 세 가지를 호소했다. 곧, △불법 노동에 반대 △고용 불안에 반대 △품위 있는 노동에 찬성이다. 먼저, 불법 노동은 “가족들이 정의에 따라 연금 제도에 기여하고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노동 시장을 왜곡하고 노동자를 착취와 불의의 형태에 노출시킨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두 번째로 고용 불안이 지속되면 “불신으로 이어지고,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선택과 연금 가입시기를 늦추게 되며,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황은 “고용 불안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호소는 노동이 “항상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참여적이고, 연대적’이어야 한다”(「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192항 참조)는 점이다.

“사회 보장은 자신과 타인의 안녕을 위한 참여의 한 형태입니다. 경제적 자원을 마련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인생의 여러 단계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나쁜 사회 보장과 좋은 사회 보장

교황은 “좋은 사회 보장과 나쁜 사회 보장”이 있다면서 성경이 몇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사례는 “자기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더 큰 곳간을 짓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을 위해 쌓아두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속이게 된다”며 “가짜 보험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평온하고 안락한 미래를 보장받았다고 확신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때가 왔다고 말씀하시며 그가 준비한 것을 누리지 못하게 됨을 깨닫게 하신다. 교황은 “하지만 좋은 사회 보장은 이집트 재상이 된 성조 요셉이 기근의 시기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풍년에 곡식을 따로 모아 두도록 보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셉은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하고 알아봤음은 물론 백성들의 선익을 위해 선견지명을 발휘”한다. “그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돌봅니다.” 따라서 교황에게 있어서 국립사회보장청의 소명은 “미래의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형제애의 기준에 따라 때와 시기를 분별할 줄 아는 현명한 정치인, 자원이 있을 때 낭비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심각한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는 지혜로운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실업자와 병자, 부상자와 노인을 돕기 위해 노동자를 지원하는 봉사”에 대해 국립사회보장청 책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연금에 대한 권리를 구체적으로 가능하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이탈리아 사회 조직에서 공동선, 사회 보장, 지속 가능성의 문화를 육성하라”고 당부했다. “경제적인 것은 사회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만남의 한 장면
만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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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4월 2023,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