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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모든 전쟁을 끝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9일 주님 부활 대축일 10만여 명의 신자들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가운데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하고 포로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길 기도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러시아인들에게 부활의 빛을 비추시길” 기도했다. 아울러 시리아, 레바논, 예루살렘, 로힝야족 등을 기억하고 “니카라과나 에리트레아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 부활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주님께 의탁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 포로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청하는 기도, 하느님께서 러시아인들에게 부활의 빛을 내려주시길 청하는 기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화 호소, 시리아-튀르키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향한 친밀함, 아이티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지원, 고통받는 미얀마와 로힝야족을 위한 정의 호소, 서아프리카의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 니카라과와 에리트레아 등 신앙의 자유가 금지된 지역에서 부활을 맞이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향한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9일 주님 부활 대축일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10만여 명의 신자들 앞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을 통해 이 같이 기도했다.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은 “암흑과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평화를 주시길 하느님께 간청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감

구원의 선포가 성 베드로 광장의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이날 정오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고, 햇살 가득한 성 베드로 광장에는 바티칸 시국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바티칸 시국 국가와 이탈리아 국가가 울려 퍼졌다. 스위스 근위대의 경례를 받은 교황은 자리에 앉아 광장에 모인 이들은 물론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귀를 기울이는 모든 이를 향해 부활의 의미를 설명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류의 결정적인 건너감, 곧 죽음에서 생명으로, 죄에서 은총으로, 두려움에서 믿음으로, 절망에서 친교로 건너가는 여정이 완성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프란치스코 교황의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교황 곁에 함께한 알바니아 출신 시모니 추기경

교황의 메시지 낭독 후 성 바오로 대성전의 수석사제 제임스 마이클 하비 추기경이 대사를 선포했다. 이날 교황 곁에는 알바니아 출신 어니스트 시모니 추기경도 함께 자리했다. 94세의 시모니 추기경은 전날 밤 부활 성야 미사에서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3명의 알바니아 젊은이와 함께 로마를 방문했다. 알바니아의 공산 정권하에 수감되고 고문을 받기도 한 시모니 추기경은 박해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신앙을 지킨 영웅적 증거자다. 2023년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는 많은 신앙인들이 박해를 받고 있다. 

생명으로 건너가는 다리

교황은 교황 강복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신앙의 증거자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병든 이, 가난한 이, 노인 등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살아 계신 예수님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아주시어 오늘 우리의 희망이 더 이상 죽음의 장벽에 가로 막히지 않으니 교회와 온 세상은 기뻐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

서둘러 평화를 이룩해야 합니다

교황은 “우리의 희망이 착각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부활 이후 희망으로 가득한 인류의 여정은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류는 기쁜 소식을 알리러 서둘러 달려간 여인들과 무덤으로 서둘러 달려간 두 제자처럼 “서둘러 길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사람과 사람, 민족과 국가 간의 신뢰, 곧 상호신뢰의 여정으로 서둘러 나아갑시다. (…) 분쟁과 분열을 극복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우리 마음을 열도록 서둘러 나아갑시다. 평화와 형제애의 길로 서둘러 나아갑시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

하지만 이 여정에서 그러한 서두름을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드는 많은 장애물”을 만나기도 한다. 그 장애물들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와 분쟁, 동족 분열, 불의와 폭력이다. 교황은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이 장애물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기도했다.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시고, 러시아인들에게 부활의 빛을 밝게 비추소서.”

교황은 이어 전쟁으로 상처 입은 이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을 위한 위로를 주님께 청하며 기도했다. “전쟁 포로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소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여전히 평화를 소망하는 시리아 내전을 비롯해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모든 전쟁이 종식되도록 전 세계 국제사회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소서.”

우크라이나 군인
우크라이나 군인

시리아와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교황은 시리아와 튀르키예를 기억하며 지난 2월 발생한 참혹한 지진의 희생자들을 돌봐주시길 하느님께 간청하고 이들을 위한 전 세계의 지원을 당부했다.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이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하느님의 위로를 체험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화, 레바논 사태 

교황은 예수님 부활의 “첫 증인”인 예루살렘을 기억했다. 이어 신뢰와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위협하는 최근의 공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예루살렘과 주변 지역의 평화를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화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여전히 사회적 안정과 일치를 모색 중인 레바논을 기억하며 “분열을 극복하고 모든 시민이 레바논의 공동선을 위해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아이티, 튀니지

교황은 사랑하는 튀니지인들, 특히 젊은이들과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했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평화와 형제애의 미래를 건설하는 데 협력하길 빕니다.” 이어 수년째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이티로 시선을 돌려 “정치 지도자들과 국제사회가 아이티 주민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좋은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을 당부했다. 

아프리카의 화해를 위한 절차들

교황은 아프리카, 특히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으로 시선을 돌려 두 나라가 화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데 힘을 모으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국제적 테러의 희생자들, 특히 부르키나파소, 말리, 모잠비크, 나이지리아에서 발행한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를 하느님께 청했다. 아울러 교황은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쳤다. 

“주님, 특별한 상황 속에서 부활을 맞이하는 여러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기억하소서. 니카라과와 에리트레아 등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고백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기억하소서.”

미얀마를 위한 도움, 로힝야족을 위한 정의

교황은 “미얀마가 평화의 길을 걸어가고 고통받는 로힝야족이 정의를 만날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의 마음을 비춰주시길” 기도했다. “난민, 추방자, 정치수감자, 이주민, 특히 기아와 빈곤, 마약밀매와 인신매매를 비롯한 온갖 형태의 노예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로하소서.”

그 누구도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사람이든 차별을 받거나 자신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인권과 민주주의를 온전히 존중해 이러한 사회적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힘쓰길” 당부했다. 

“시민의 공동선을 언제나 그리고 전적으로 모색하고, 대화와 평화로운 공존에 필요한 안보와 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으로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을 축하합니다!” 교황은 이 같은 말로 인사를 전하며 “로마와 온 세상에” 전하는 교황 강복을 끝맺었다. 교황은 부활하시어 제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신 예수님의 인사를 세 번 반복해서 외쳤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프란치스코 교황의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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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4월 2023,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