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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예수님과의 첫 만남으로 돌아갑시다. 기억하며 걸읍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8일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를 거행하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예수님과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분을 “우리 삶의 주님으로 모신” 그 순간의 “놀라움과 기쁨”을 되살리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전쟁의 칼바람” 앞에서 용기를 되찾기 위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과의 첫 만남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파스카 성야 미사 중 여덟 명의 예비 신자가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창욱

“기억하며 걸으십시오! 첫사랑, 하느님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을 되찾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40명의 추기경, 25명의 주교, 200여 명의 사제와 함께 거행한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을 통해 이 같이 초대했다. 교황은 주님의 부활이 “낙심과 불신의 모든 돌을 치워버리라고 우리를 초대”한다며 “우리를 과거의 은총으로, 예수님과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 갈릴래아로 돌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마음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다시 여정에 나서기” 위해서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과의 첫 만남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가슴 뛰는 기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밤샘 전례의 어머니인 파스카 성야” 

성 베드로 대성전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오후 7시30분 대성전 입구(아트리움) 중앙 문에서 교황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정의한 “모든 밤샘 전례의 어머니”인 파스카 성야 예식을 시작했다. 교황은 새 불을 축복한 다음 파스카 초에 불을 댕김으로써 빛의 예식을 주례했다. 이어 대성전 입구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추기경, 주교들이 행렬을 시작했다. 부제가 세 번째로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노래하자 모든 신자들이 들고 있던 초에 불이 켜졌다. 이후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는 ‘파스카 찬송’이 울려 퍼졌고, 이후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이뤄진 말씀 전례와 세례 예식이 이어졌다. 8명의 성인 예비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인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았다. 이들 중 3명은 알바니아, 2명은 미국, 나머지는 각각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교황은 강론을 할 때까지 제대 앞에 앉은 채 파스카 성야 미사를 거행했고 강론을 마친 후에는 세례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세례대 쪽으로 움직였다. 이날 성찬 전례는 교황청 경신성사부 장관 아서 로시 추기경이 집전했으며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인 바티스타 레 추기경과 추기경단 차석 추기경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이 함께 중앙 제대에서 공동 집전했다.

빛의 예식 도중 파스카 초를 축복하는 교황
빛의 예식 도중 파스카 초를 축복하는 교황

제자들의 여정으로 들어섭시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주님 부활에 관한 마태오의 복음을 다시 읽으면서 날이 밝아올 무렵 예수님의 무덤으로 향하는 여인들의 여정을 살폈다. “여인들은 사랑하는 분을 떠나보낸 그 죽음의 고통으로 마음이 찢어지고 길을 잃은 채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빈 무덤을 보자마자 “여인들은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여인들은 무덤을 뒤로하고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갈릴래아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새로운 여정을 알리기 위해 달려갑니다.” 교황은 “이 여인들은 삶에서 ‘건너감’을 뜻하는 파스카, 곧 부활을 체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들이 “슬픔에 잠겨 무덤을 향해 걸어가던 모습에서 기쁨에 넘쳐 제자들에게 달려가는 모습”으로 건너가 주님께서 부활하셨으며 부활하신 분을 갈릴래아에서 뵙게 될 것임을 알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제자들의 다시 태어남, 그들 마음의 부활이 갈릴래아로 건너갈 수 있게 합니다.” 이에 따라 교황은 “무덤에서 갈릴래아로 가는 제자들의 여정”으로 들어서자고 모든 이를 초대했다. 이어 처음에는 모두가 “예수님께서 죽음의 현장에 계시고 모든 것이 영영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때로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이 과거의 일이며 현재를 대부분 봉인된 무덤으로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곧, 좌절, 괴로움, 불신이라는 무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오늘을 즐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무덤 말입니다.”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은 선교사명에 마음을 연다는 뜻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극심한 슬픔에 사로잡히거나 죄와 실패, 걱정으로 짓눌릴 때 “피로의 쓰라림을 맛보고 우리 마음에서 기쁨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때때로 우리가 “가장 똑똑하고 가장 강한 자의 법칙이 항상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세상의 장벽 앞에서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데 지친 채 일상을 보내며 고됨을 느낀다”고 말했다.

“때로는 악의 세력, 관계를 갈라놓는 갈등, 사회에 만연한 것처럼 보이는 묻고 따지는 태도와 무관심의 논리, 너무나 많은 암적인 부패와 불의의 확산, 전쟁의 칼바람 앞에서 무력감과 낙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강론하는 교황
강론하는 교황

역사를 바꾸는 소식: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교황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거나 질병이나 재난으로 인해 “우리가 죽음과 맞닥뜨렸을 수도 있다”며 “희망의 샘이 말라 버리면 환멸에 굴복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상황 앞에서 “우리 여정은 무덤 앞에 멈춰 서게 되고 슬픔과 후회로 가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활절에 여인들은 무덤 앞에 얼어붙은 채 서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복음이 전하듯이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마태 28,8). 여인들은 삶과 역사를 영원히 바꿀 소식, 곧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이 소식과 함께 제자들에게 전해진 주님의 초대는 갈릴래아로 가라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분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이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다락방의 울타리를 뒤로하고 이민족의 땅으로 간다는 것, 숨어있다가 밖으로 나와 선교를 위해 마음을 연다는 것, 두려움을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 길을 나선다는 뜻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 바로 갈릴래아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처음의 은총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교황은 정확히 바로 거기서 “주님께서 첫 제자들을 만나시고 부르셨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은 “처음의 은총으로 돌아가 희망을 되살리는 기억,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겨주신 ‘미래의 기억’을 되찾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주님의 부활을 통해 이러한 여정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어 역사의 방향을 바꾸셨습니다. 주님 부활은 우리로 하여금 패배감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가 종종 희망을 가두곤 하는 무덤의 돌을 치워버리게 하며, 확신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도록 재촉합니다.”

관념적인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과의 구체적인 만남을 바라보십시오

이를 위해 주님께서는 당신 부활을 통해 “우리를 과거의 은총으로, 예수님과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 갈릴래아로 돌아가게” 하신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를테면 주님을 만나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 현실 그리고 삶의 신비를 바라보는 데 있어 눈부시고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얻은 그 순간, 그 상황, 그 체험을 되살리라는 요구입니다.” 교황은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여정에 나서려면 우리는 항상 갈릴래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예수님이 아니라 그분과의 첫 만남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가슴 뛰는 기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여정에 나서려면 과거로 돌아가 기억해야 하고, 희망을 품으려면 기억을 되살려야 합니다. 우리를 위한 초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하며 걸으십시오! 첫사랑, 하느님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을 되찾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첫 만남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교황은 “여러분의 갈릴래아를 기억하고 여러분의 갈릴래아를 향해 걸어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갈릴래아는 여러분이 예수님을 직접 만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그분께서는 먼 과거의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분이 되셨습니다. 먼 곳에 계신 하느님이 아니라 여러분 곁에 계시는 하느님, 그 누구보다 여러분을 잘 알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교황은 “명확한 순간에 여러분에게 친히 말씀하신 하느님의 그 말씀을 기억하라”며 “여러분의 부르심, 성령의 체험, 고해성사 후에 체험한 용서의 큰 기쁨, 잊을 수 없는 기도의 순간,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킨 그 빛, 그 만남, 그 순례 등을 기억하라”고 초대했다.

“누구나 자신의 갈릴래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내적 부활을 체험한 장소, 시작이자 토대가 되는 장소, 모든 것을 변화시킨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과거에 묻어두면 안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파스카를 지내러 그곳으로 돌아가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의 갈릴래아를 기억하십시오. 기억해 내십시오. 오늘 그 기억을 되살려 보십시오.”

파스카 성야 미사의 제1부 빛의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파스카 성야 미사의 제1부 빛의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십시오

교황은 “첫 만남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그때가 어땠는지, 언제였는지 되돌아보고 그 만남의 상황과 시간, 장소를 재구성해 보십시오. 그때의 감정과 감각을 기억해 보십시오. (…) 첫사랑을 잊었을 때,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했을 때 여러분의 마음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럴 때 여러분은 슬픔을 경험하고, 제자들처럼 모든 희망을 봉인한 돌이 있는 무덤처럼 미래가 공허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론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오늘, 부활의 힘은 낙심과 불신의 모든 돌을 치워버리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죄와 두려움의 돌을 치우는 데 전문가이신 주님께서 여러분의 거룩한 기억, 여러분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비추시고 여러분과의 첫 만남을 다시 체험하게 해 주십니다. 기억하며 걸으십시오. 여러분 안에서 하느님의 부활의 은총을 되찾으십시오! 갈릴래아로 돌아가십시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을 따라 갈릴래아로 가서 그분을 만나고, 그분께서 우리 각자를 기다리고 계시는 바로 거기서 그분을 경배합시다. 그분께서 살아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그분을 우리 삶의 주님으로 모셨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되살려 봅시다. 갈릴래아로, 첫사랑의 갈릴래아로 돌아갑시다. 각자 자신의 갈릴래아로, 주님을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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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4월 2023,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