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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님 수난 예식 거행... 칸탈라메사 추기경 “예수님의 죽음으로 삶은 절정에 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7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했다. 이날 예식 강론은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이 담당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하느님의 죽음에 대한 허무주의를 비판하면서 서구 세계에 퍼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아울러 영적 우주의 진정한 “블랙홀”을 보여주는 그러한 허무주의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7일 오후 5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이날은 말씀 전례(제1독서 이사야서(52,13-53,12), 제2독서 히브리서(4,14-16; 5,7-9), 요한이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18,1-19,42)) 후에 성찬 전례를 거행하지 않고 △교회 △모든 신자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 △고통받는 이들 △위정자들을 위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보편 지향 기도를 드린다. 제대 위 예식은 성 베드로 대성전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강론은 교황청 강론 전담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이 담당했다. 약 4000명의 신자가 참례했다. 

2023년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거행
2023년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거행

하느님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2000년 동안 교회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날을 선포하고 또 기념해 왔다”며 강론을 시작했다. 이어 “그러나 세속화된 서구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한 세기 반 동안 하느님의 또 다른 죽음이 선포돼 왔다”며 “우리는 이를 모른 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하느님의 또 다른 죽음을 “완벽하게 표현”한 인물로 프리드리히 니체를 지목하며, 그가 하느님의 종말을 도시에 선포한 “광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니체의 또 다른 글에서는 허공에서 방황하는 인물로 묘사된다고 말했다.

“신이 어디로 갔냐고? 내가 너희에게 말해주마! 우리가 신을 죽였다. 너희들과 내가! (...) 우리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까. 이 땅을 태양의 사슬로부터 풀어 놓았을 때 우리는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이제 이 땅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한한 허무를 통과하는 것처럼 헤매고 있지 않은가?”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니체가 하느님을 인간으로, “더 정확히 말해 ‘초인’, 곧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광인’은 허무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해 인간이 하느님의 임무를 완수할 것이므로 ‘무한한 허무에서 헤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렇지만 무한한 허무에서 방황하는 그러한 일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무한한 허무를 통과하는 것처럼 방황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서양을 지배하는 상대주의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니체의 또 다른 “전투적 부르짖음”인 『선악의 저편』을 인용하면서 “선악의 저편에는 ‘권력에의 의지’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이 어디로 이끄는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니체의 사유가 초래한 결과를 살펴보면서, 이른바 ‘후기 구조주의’로 점철된 서구 지성계에서는 주류가 될 정도로 하느님의 죽음에 대한 개념을 “가장 다양한 방식과 가장 다양한 이름으로” 무관심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다양한 변화의 공통분모는 윤리, 언어, 철학, 예술, 물론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목격되는 총체적 상대주의입니다. 더 이상 견고한 것은 없으며 모두 액체이거나 심지어 기체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현재의 “허무주의”에서 “창세 이래 한 번도 꺼지지 않은” 불꽃이 깜박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곧, 타인의 은총 안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정의 정신’, 아담과 하와 이래로 타인을 결부시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부정의 정신’이 그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허무주의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나자렛 예수님께서 우리 손에 의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의 죽음은 “우리의 죄와 온 세상의 죄”를 위한 것이지만 “그분의 부활은 이 길이 패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켜준다”고 덧붙였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성금요일에 이 주제를 언급하는 목적과 관련해 “신자들이 영적 우주의 진정한 ‘블랙홀’인 허무주의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신곡』의 ‘천국’ 편에 나오는 시의적절한 조언을 예로 들었다. 

“그리스도인들이여, 더 신중하게 행동하십시오. 모든 바람 앞의 깃털처럼 되지 말고, 모든 물이 그대들을 씻는다고 믿지 마십시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사제가 미사 때마다 선포하는 말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반복하자며 강론을 마쳤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을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강론하는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
강론하는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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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4월 2023,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