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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떠난 안젤리카 양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교황 하늘나라로 떠난 안젤리카 양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교황 

교황, 제멜리 병원서 퇴원... 딸 잃은 부부를 끌어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1일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했다. 교황의 퇴원을 기다리는 차량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모였다. 교황은 떠나기에 앞서 모인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포옹하며 축복했다. 특히 지난 3월 31일 밤 하늘나라로 떠난 안젤리카 양의 부모와 함께 기도했다.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성모 대성전에 들러 모든 병자들, 특히 지난 31일 방문한 소아종양병동의 어린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했다. 교황은 오전 11시30분경 바티칸으로 복귀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제멜리 종합병원 입구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건강을 빈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들의 인사와 박수소리는 전날 밤(3월 31일) 네 살배기 어린 딸 안젤리카 양을 잃은 어머니 세레나 씨의 울부짖음에 숙연해지고 말았다. “교황님,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염성 기관지염으로 제멜리 종합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다가 4월 1일 오전 10시35분경 퇴원했다.

의료진에 인사

교황은 지난 며칠 동안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와 의료진으로부터 항생제 치료 등으로 건강이 호전됐다는 확인을 받고 4월 1일 오전 퇴원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이 이틀 전 저녁 피자를 함께 먹은 의료진과 퇴원 전 작별인사를 전했다며, 이 자리에는 가톨릭대학 프랑코 아넬리 총장, 그와 가장 가까운 협력자들인 마르코 엘레판티 제멜리 종합병원장과 가톨릭대학 영성지도 클라우디오 줄리오도리 주교가 함께했다고 밝혔다.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하는 교황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하는 교황

안젤리카 양의 부모에게 건넨 위로

제멜리 종합병원에 두 번째로 입원한 교황은 흰색 피아트 500L에 올라타 병원을 떠났지만, 환송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에게 인사와 축복을 전하기 위해 멈춰 섰다. 차량 뒤편에 있던 세레나 씨와 그녀의 남편 마테오 씨는 교황에게 다가가 몇 시간 전 유전병으로 딸을 잃은 비극을 이야기했다. 연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표하는 세레나 씨의 말에 교황은 귀를 기울였다. 그런 다음 세레나 씨를 꼭 안아주고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그녀의 남편에게도 똑같이 했다. 남편은 울먹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2019년 교황님이 카살 베르토네에 방문하셨을 때 안젤리카를 보시고 안아주신 적이 있습니다.” 부부의 손을 잡은 교황은 “안젤리카 양을 위해 기도하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들에게 축복과 위로를 건넸다.

기자들과의 대화

교황은 다시 차량에 오르기 전 몇몇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 소녀의 석고 붕대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교황은 이른 아침부터 제멜리 병원 주차장에 모여 있던 기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지팡이를 짚은 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중 몇몇은 밤을 지새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줘 고맙습니다. 이제 가서 쉬십시오.” 교황은 건강 상태를 묻는 미국 CNN 델리아 갤러거 특파원에게 여느 때처럼 재치 있게 답했다. “아직 살아있네요!” 기자들의 웃음 속에서 교황은 지난 3월 29일 병원으로 입원하게 된 호흡곤란 문제를 언급하며 “복통과 같은 불편함만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한 노인이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교황님, 저는 죽어본 적은 없지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느꼈습니다. (…) 죽는다는 것은 좋은 게 아니죠!’”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교황은 오는 4월 2일 오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거행하고 삼종기도를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입원기간 동안 인상 깊은 순간이 무엇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하려면 영웅적인 태도 그리고 병자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아픈 사람들은 변덕스럽습니다. 여러분! 변덕은 병에서 오는 것이죠.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 저는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정말로 존경합니다. 어제 아이들을 보러 갔었는데, 그분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스럽게 보살펴 주는지 보았습니다.”

성모 대성전에서 드리는 기도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모 대성전을 들렀다. 교황은 재위기간 동안 모든 해외 사도 순방 전후로 수백 번 이상 성모 대성전을 방문한 바 있다. 이번에도 교황은 로마 시민들이 크게 공경하는 ‘로마 백성의 구원’(Salus Populi Romani)이신 성모님 성화 앞에서 지난 3월 31일 제멜리 병원의 소아종양학과 및 소아신경외과에서 만난 아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했다. 또한 모든 병자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 특히 안젤리카 양의 부모처럼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이들을 성모님의 보호에 맡겼다. 

오전 11시30분경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 있는 교황의 거처로 돌아갔다. 교황은 페루지노 성문을 지나면서 잠시 정차해 그곳에 있던 기자단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바티칸 특파원에게 오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헝가리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두 기쁜 부활시기를 보내세요!” 

바티칸으로 오는 길목의 페루지노 성문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퇴원을 반기고 있다.
바티칸으로 오는 길목의 페루지노 성문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퇴원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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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4월 2023,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