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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대륙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대륙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그레크 추기경 “교황님은 시노드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정의한 교회를 실현하려 하십니다”

교회 생활의 주인공은 성령이시며, 사목자들은 하느님의 모든 백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을 식별하기 위해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 초기부터, 특히 교황이 원했던 시노드 과정을 통해 교도권과 함께 강조해온 내용이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교, 참여, 선교사명이라는 시노드의 세 가지 측면을 설명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10주년은 오는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 두 회기에 걸쳐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전체 가톨릭 교회가 참여하는 시노드 과정의 맥락에 놓여 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에게 있어 교회와 세상이 함께 걷는 여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체 교도권이 수렴하는 종착지이며, 그 중심엔 친교와 보편적 형제애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노드 정신은 교황이 교회에 무엇을 하나 더하려는 새로운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 자체의 기원으로, 곧 교회 역사의 제일천년기에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가는 것이라고 그레크 추기경은 강조했다.

이하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재위 10년 동안 교회와 세상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변화와 도전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의 목소리는 비록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도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국제적 차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교황 즉위 10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몸짓과 말씀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종종 생각하게 만드는 말씀은 교황님의 회칙 「Fratelli tutti」의 한 문장에 나와 있습니다. 교황님은 오늘날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32항)고 말씀하십니다. 이 확언은 교회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돼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분열된 세상, 갈등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교황님이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에 힘입어 우리 시대의 형제자매들 사이에 더 많은 친교를 이루려고 노력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세상에서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교황님이 최근 몇 년 동안 착수한 도전이며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 공동체와 국제사회가 함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도전에 맞서도록 돕기 위해 교회가 이 방향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일을 지지하고 계십니다.”

가난한 이들, 이주민, 공정하지 못한 현 경제체제, 불평등, 피조물 보호, 평화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재임기간 중 반복되는 도전의 일부 측면에 불과한 세상을 향해 할 말이 많은 교회의 모습이며, 추기경님이 말씀하셨듯이 보다 형제적인 인류애를 성취하는 데 효과적이길 바라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두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와 「Fratelli tutti」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

“질문 중 강조하신 내용은 교황님이 사람들과 함께 걷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확인시켜 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가 꾸준히 시노드에 대해 성찰하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러나 시노드는 교회만의 과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교황님이 곤경에 빠진 이들을 포함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걸어가면서 모든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초대하신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교황님이 가난한 이들, 불의에 시달리는 이들,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또 다른 말씀은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변방에 대해 말씀하실 때의 가르침입니다. 질문에서도 변방의 사례를 강조하셨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역사의 변화가 중앙이 아닌 변방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자주 상기시키시곤 하는데, 이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있는 사람들보다 현실을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확언을 통해 교황님은 실제로 모든 이의 존엄성과 가치, 특히 질문에서 강조한 ‘범주’의 사람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계십니다. 또한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세상의 권력자들에게도 정치를 통해 인류에게 봉사해야 할 소명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은 당신의 개입과 선택, 행동을 통해 그 누구도 잊히면 안 된다고, 특히 고통받는 이들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교황님은 아무도 잊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세상의 선익을 위해 이바지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교회 밖을 살펴봤습니다. 이제 교회 내부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여기서도 남성우월주의와 성직자 우선주의, 학대, 권력과 세속주의의 유혹에 반대하고, 다양성 안의 일치와 복음에 더 부합하는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회심과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황님이 영적, 생태적, 사목적, 시노드적 회심 등 다양한 범주로 나눠 강조하신 궁극적인 회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회심의 역동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 회심의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극심한 슬픔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이 회심의 과정에 들어가지 않으면 성덕으로의 소명과 성덕으로의 회심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이 소명을 일깨우려 노력하십니다. 성덕으로의 회심은 교회 생활과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을 아우릅니다.”

그레크 추기경과 대화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그레크 추기경과 대화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추기경님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하는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이십니다. 추기경님이 생각하시기에 시노드 방식으로 살아가는 교회에 대한 생각이 “새로운 것”인가요? 아니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된 것인가요? 그리고 현 시점에서 교회가 시작한 시노드 여정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저는 동방 교회의 대륙별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주교님이 저에게 ‘이 시노드 여정은 참회의 여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 말은 저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왜 참회냐고 여쭈니 그 주교님은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제일천년기에 누렸던 보화였지만 우리가 그것을 소홀히 해서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시노달리타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회에 무엇을 하나 더하려는 새로운 차원이 아닌 교회 본질의 일부인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의 차원을 소홀히 하고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참회의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교황님의 초대에 따라 더욱 시노드 정신에 부합하는 교회로 살아가도록 성찰하고 또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면, 그것은 교황님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론을 일상생활에서 구현하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자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시노드 과정의 두 번째 단계, 곧 대륙별 회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7개 대륙회의 중 4개 회의에 참석했는데, 매번 그 열정에 놀랐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교, 사제, 봉헌생활자, 평신도 등 모두가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백성이 예수님, 복음, 교회 그리고 세상에서 교회의 존재에 대해 이토록 크나큰 열정으로 말하는지 보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이 뉴스거리가 되지는 않지만 현실입니다. 저는 모든 이가 어려움이 없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시작된 과정이죠! 교황님은 종종 우리에게 시노드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일깨워 주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주님의 은총이 놀라운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대륙회의에 직접 참석하셨나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 대륙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런 다음 동방교회 회의를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로 갔습니다. 아시아 대륙회의를 위해 태국에,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대륙회의를 위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갔습니다.”

추기경님은 각 대륙의 다양한 회의를 직접 경험하셨군요. (…)

“이러한 다양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통일성도 있습니다. 각 대륙의 역사, 문화, 교회, 영성, 사목체험을 반영하는 미묘한 차이를 지닌 대륙회의의 토대가 동일하기 때문에 친교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항상 지역 맥락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지역 교회들은 서로 다르지만, 교회는 거기서 사람들과 함께 걷는 법을 배워야 하고 또한 그 대륙의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답을 구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최근 일반알현에서 시노드 방식의 필수요소인 식별을 주제로 교리 교육을 진행하셨습니다. 교회 생활에서 이번 시노드가 교회를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교황님의 희망과 기대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시노드의 주제는 친교, 참여, 선교사명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개념을 잘 이해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친교가 있고, 따라서 아무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원하십니다. 각자의 영성과 직무를 존중하며 모두가 참여하는 곳, 모두가 선교사명을 갖는 교회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자기지시적 담론, 곧 자기반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날 복음을 전하고 부활하신 주님과 오늘날의 구체적인 인간 사이의 만남을 도우려는 교회에 대해 성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별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황님은 지난 10년간의 가르침을 통해 시노드가 무엇인지, 시노드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가 무엇인지, 다시 말해 성령이 주인공이신 교회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성령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시노드적 모임과 교회는 예수님의 교회가 아니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그것은 자기 파괴적인 길이 될 것입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가 성령께 우리 자신을 연다면 여기에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현존을 읽을 줄 알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식별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뜻을 심화하기 위해 우리가 밟는 단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령께 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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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월 2023,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