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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형제애는 증오를 근절하면서 건설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7일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지난 1월 25일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언급한 내용을 트윗 메시지를 통해 상기했다. “증오와 폭력은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부추겼습니다.”

Maria Milvia Morciano / 번역 안주영

“수백만 명의 유다인과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집단적으로 학살됐다는 기억을 잊거나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부추긴 증오와 폭력의 뿌리를 먼저 근절하지 않고는 형제애가 있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7일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트윗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은 지난 2005년 유엔이 제정했다. 

1945년 밝혀진 참상

1945년 1월 27일 오전 8시 소비에트연방군이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 진입해 그곳을 해방시켰다. 소비에트연방의 ‘붉은 군대’는 7000여 명의 수감자를 발견했다. 수감자의 대부분은 어린이였다. 다큐멘터리, 사진, 영화 등이 다룬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 당시 진상이 알려졌다. 생존자들의 얼굴은 뼈만 앙상했고 눈은 초점을 잃은 모습이었다. 고통, 추위, 굶주림으로 말을 잃고 쇠약해진 이들은 해방 앞에서 기쁨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 많은 이름 없는 유골, 학살당한 사람들, 손목 위에 적힌 숫자로 겨우 식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잘 정돈돼 쌓여 있는 인간의 유해와 물건들은 지워버리고 싶은 인류에게 부여된 이질적 질서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겪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 작가가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말했듯이, 그것은 증오와 인종차별로 구분된 인간에게서 모든 존엄성을 빼앗기 위한 시도, 곧 쇼아(Shoah, 홀로코스트)였기 때문이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합니다

압도적인 증거 앞에서는 결코 없었던 일처럼 속일 수 없다. 지난 1월 25일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교황이 거듭 강조했듯이, 수많은 잔혹함 앞에서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수백만 명의 유다인과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집단적으로 학살됐다는 기억을 잊거나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부추긴 증오와 폭력의 뿌리를 먼저 근절하지 않고는 형제애를 함께 건설하겠다는 끊임없는 약속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월 23일 밀라노에서 릴리아나 세그레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이 표명한 쓰라린 성찰을 상기한 것처럼 보인다. 세그레 상원의원은 “망각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몇 년 안에 역사책에 한 줄로 기록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그마저도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교황과 에디트 브루츠크와의 만남

교황은 작가 겸 시인인 아우슈비츠 생존자 에디트 브루츠크를 여러 차례 만났다. 교황은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당신의 증언에 감사드리고, 나치 포퓰리즘의 광기로 순교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당신을 방문했습니다. 당신과 당신처럼 나치의 광기로 많은 고통을 받았던 모든 사람에게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진심으로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인류를 대신해 주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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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월 2023,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