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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바레인 젊은이 만남 “형제애의 훈련장이 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레인 사도 순방 3일차인 11월 5일 바레인 젊은이들을 만나 삶을 관망하는 “인생의 관광객”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돌봄의 문화”를 전파하라고 초대했다. 이를 위해 우호적이고 따뜻한 사회를 위한 좋은 누룩이 되라고 당부했다. 좋은 누룩인 젊은이들은 갈등이 심화되고 인종, 문화, 종교적 차이가 함께 성장할 기회가 되기보다는 골칫거리가 될 위험이 있는 갈등의 시대에 희망이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박수현

돌봄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전파하고, 형제애의 “챔피언”이 되고, 하느님의 충실한 창조성과 훌륭한 조언자의 안내를 받아 인생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5일 아왈리 예수 성심 학교에서 약 800명의 바레인 젊은이들을 만나 이 같이 세 가지를 당부했다. 교황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전쟁 상황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학교장 로즐린 토마스 A.C. 수녀의 환영사, 무슬림 학생과 가톨릭 학생의 증거에 이어 춤과 합창으로 어우러진 기쁨의 환대 분위기에서 연설했다. 젊은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과 신앙 체험에 비추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교황은 삶에 필수적인 형제애를 살아내라고 격려했다.

젊은이는 우호적이고 연대적인 사회의 기초입니다

교황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아시아 대륙”의 관문이라 불리는 바레인에서 다시 한번 “형제애의 훈련장”이 되라고 초대했다. 현대의 다원적 상황에서는 울타리를 무너뜨려야 한다. 교황은 학교장의 말을 인용해 공감하는 태도를 당부하며 자신에게서 벗어나 무관심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이라는 반죽 속에서 여러분은 형제애와 혁신의 성장을 촉진하고 수많은 사회문화적 장벽을 허물며 자라나는 좋은 누룩입니다. 부단한 여행자인 젊은이 여러분은 뜻밖의 것들에 마음을 열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대화하고,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들과 뒤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우호적이고 연대적인 사회의 기초가 됩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전쟁의 광풍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교황 연설의 중심에는 형제애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 한가운데에서 형제애를 다시금 강조한 교황은 압둘라 씨가 증언한 스포츠에 관한 은유를 활용했다. 성 바오로 사도가 사랑으로 경쟁하라고 당부한 것처럼 교황도 젊은이들에게 ‘챔피언’, 곧 “경기장 밖에서도 챔피언”이 되라고 초대했다. 그것은 오늘날의 도전이다. 교황은 오늘날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도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전쟁의 광풍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은 지역에서 긴장과 위협이 고조되고 때로는 분쟁이 발생하는 광경을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마음으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마음으로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거리를 두면 결과적으로 인종, 문화, 종교 및 기타 차이들은 함께 성장할 기회가 되기보다는 우리를 고립에 빠뜨리는 골칫거리가 되고 두려움이 됩니다. 그러한 차이가 우리를 하나로 묶는 형제애보다 우세해 보일 때 충돌할 위험에 빠집니다.”

예수 성심 학교를 방문한 교황을 젊은이들이 춤으로 환영하고 있다.
예수 성심 학교를 방문한 교황을 젊은이들이 춤으로 환영하고 있다.

사랑으로 보살피는 관계의 장인이 되십시오

교황은 지상 생애 동안 다른 사람을 돌보시고, 관계를 회복하시고, 상처를 어루만지셨던 예수님을 떠올렸다. 아울러 젊은이들이 “슬픔에 갇힌” 세상에서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예수님을 따르며 무엇보다도 기도와 침묵으로 훈련해야 한다고 초대했다. 교황은 잠시 원고를 내려 두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슬픈 영혼이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요. 큰 해를 끼칩니다!” 

“만일 우리가 다른 이들, 도시, 사회, 환경 등 우리 주변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서두르고, 뛰어다니고, 한 번에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평생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정과 관대함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슬프고 외로운 상태로 남을 것입니다.”

삶을 관망하는 “관광객”이 되지 마십시오

교황은 젊은이들이 다른 이들을 섬기는 맛을 내적으로 느껴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버리며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인생을 “안전한 금고에 가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모든 것을 겉으로만 피상적으로 바라보고 삶을 관망하는 ‘인생 관광객’이 되지 마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의 이유로 또는 종종 특정 시간을 그냥 흘려 보냅니다. 여러분이 ‘관광객’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인생의 모든 부분을 잃어버릴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교황은 모든 사람이 다음과 같이 자문하도록 초대했다.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하느님 섭리에 이끌려 당도한 이곳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사랑은 연속극이 아니라 상대방을 마음에 품는 것

교황은 사랑이 연속극이나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랑을 쉽사리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며, 사랑의 어려움을 간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을 마음에 품고, 다른 이들을 돌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선물을 내어주고, 삶을 훨씬 더 위대한 삶으로 빚어내는 선물로 만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한 가지만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 모두는 보화입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유일무이하고 귀중한 보화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마음에 품는 것
사랑은 상대방을 마음에 품는 것

형제애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사랑의 첫째 계명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할 게 아니라 모든 이들과 가깝게 지내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사회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며 매일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말만 하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고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을 여행하는 법, 내면의 경계를 넓히는 법을 배우십시오! 다른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불신의 여백을 좁히며, 두려움의 울타리를 허물어뜨리고, 형제애와 우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기 전에 인생의 훌륭한 조언자를 먼저 찾으십시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이 가르친 영적식별을 통해 훈련을 받은 탁월한 예수회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택을 내리기에 앞서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를 위해 침묵 속에 기도하고 하느님과 내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하느님의 빛이 생각과 감정을 비추도록 내어 맡기라고 초대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의 가장 깊은 생각과 여러분의 속마음, 마음속 열망 그리고 여러분 안에서 성숙해지고 있는 판단을 깨우쳐주기를 원하십니다.” 교황은 연설 전에 메리나 양이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삶의 방향을 묻는 용기에 기뻐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세 번 강조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되 혼자 가지 마십시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기 전에 항상 인생의 훌륭한 조언자, 여러분을 안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지혜롭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찾으십시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어르신들, 조부모님들도 좋은 영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은 바레인 젊은이들에게 “절대 혼자 가지 말라”며 “우리는 함께 삶의 길에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바레인 젊은이들에게 “절대 혼자 가지 말라”며 “우리는 함께 삶의 길에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 교육은 평화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절대 혼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절대 혼자 가지 마십시오. 우리는 함께 삶의 길에 동행해야 합니다.”  

“교황으로서 저는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교회는 여러분과 함께 있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매우 필요로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새로워지고, 새로운 길을 탐험하며, 새로운 언어를 실험하고, 더 기쁘고 친절해질 수 있습니다.”

이후 교황은 여느 때와 같이 현지어로 축복하고 기도로 작별인사를 했다. “알라 마아쿰!(Allah ma’akum,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빕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교황 앞에서 낭독한 평화를 위한 기도문을 차례로 생명나무에 매달아 세상의 화해를 위해 입을 모아 호소하는 표지로 장식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학교의 방명록에 서명했다. “젊은이들의 교육에 시간, 열정, 에너지를 쏟는 것은 평화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 학교와 모든 학교가 가장 작은 이들의 가장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방적이고 형제적인 희망의 터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학교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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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11월 2022,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