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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은 섬김이 진정한 권력이며 사랑이 진정한 통치임을 가르쳐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승천 대축일 삼종기도에서 ‘마니피캇(Magnificat)’, 곧 ‘성모의 노래’의 의미를 설명했다. 루카복음이 전하는 성모의 노래는 역사 안에서 이룩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찬미하며 노래할 뿐 아니라, 머지않아 예수님께서 선포하실 예언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생각하는 가치가 모두 뒤집어질 것을 선포하는 노래다.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권력, 성공, 돈이 아니다. 마리아는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첫 번째 피조물이다.

번역 이재협 신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모 승천 대축일을 기쁘게 보내시길 빕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 복음은 성모님과 사촌 엘리사벳의 대화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들어가 인사하자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믿음과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엘리사벳의 이 말은 ‘성모송’의 한 구절이 됐습니다. 이 아름답고 친숙한 기도(성모송)를 바칠 때마다 우리는 엘리사벳처럼 성모님께 인사하고 성모님을 축복합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우리에게 모시고 오셨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의 축복을 받은 마리아는 노래로 응답합니다. 이 노래는 우리 인류 역사에게 선물과도 같은 ‘마니피캇(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합니다)’, 곧 성모의 노래입니다. 이 찬양의 노래는 우리를 위한 “희망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하느님께서 그녀 안에서 이루신 위대한 일에 대한 찬미와 환희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모든 역사 안에서 당신 백성에게 베푸신 업적을 다음과 같이 찬양합니다. 주님께서는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 1,52-53). 이 구절을 들으며 우리는 ‘성모님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묘사하면서 다소 과장하시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성모님의 찬미가 묘사한 현실은 당시 실제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헤로데와 같은 당시 통치자들은 몰락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왕좌에 확고히 앉아 있었습니다. 또한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은 여전히 그 상태로 살고 있는 반면, 부유한 자들은 계속 자신들의 재산을 불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마리아의 이 노래는 무슨 뜻일까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마리아는 기자처럼 당시 현실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그녀를 통해 역사적 전환을 시작하셨다는 사실, 모든 것의 질서를 결정적으로 새롭게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작고 겸손한 마리아는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것처럼 하늘의 영광 속으로 들어올림 받으셨습니다. 반면 세상의 통치자들은 빈손으로 내침을 당하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부자와 거지 나자로의 비유를 생각해 봅시다. 부자의 끝은 어떠했나요? 모든 것을 잃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모님은 근본적인 변화, 가치의 전복을 선포하시며, 당신 아드님이 선포하실 내용을 앞서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마리아의 아들 예수님은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이 복되다고, 자기 만족에 빠져 있는 부유한 자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포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님은 오늘 이 노래, 이 기도를 통해 권력, 성공, 돈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 겸손, 사랑이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 기쁨으로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섬김이 진정한 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잘 이해합시다. 이를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진정한 힘, 진정한 권력은 섬김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통치는 사랑입니다. 이것이 하늘나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선포하신 근본적인 변화가 내 삶에 영향을 주는가? 나는 사랑이 진정한 다스림이라고, 섬김이 진정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삶의 목표가 하늘나라, 곧 천국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오직 이 지상의 삶을 잘 살아내기만을, 지상의 물질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고 걱정하는가? 나는 여전히 세상 일에 관심을 두며 비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성모님처럼 온유함과 작음 안에서 위대한 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업적을 알아볼 수 있는가?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님께서는 오늘 희망을 노래하시고, 우리 안에 다시 희망의 불을 밝혀 주십니다.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여정의 목적지를 바라봅니다. 성모님은 온전한 그녀 자신 전부, 곧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나라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첫 피조물이십니다. 성모님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보여줍니다. 어떻게요? 맞습니다. 만약 우리도 죄에 물들지 않은 채 겸손과 다른 이를 섬김으로써 하느님을 찬양한다면, 하느님 나라는 가까이 와 있다고 말입니다. 죄에 물들지 않는 것과 관련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부님, 저는 약한 인간입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주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에 언제나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친밀함, 연민, 온유한 사랑이 하느님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당신의 방식으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우리 어머니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고, 우리가 영광에 이를 때까지 동행하시며, 우리가 천국을 꿈꾸며 기뻐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우리의 기도로 성모님을 축복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서 천국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 달라고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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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월 2022, 12:34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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