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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세계청년대회 미사에 참례한 젊은이들 파나마 세계청년대회 미사에 참례한 젊은이들  (Vatican Media)

교황, 유럽 젊은이에게 “더불어 살기 위해 전쟁에 저항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1일부터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젊은이 컨퍼런스(EU Youth Conference)’ 참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사랑하고 사유하도록 격려하는 한편, 타인이 가진 풍요로움과 진리를 바라보라고 권고했다. 교황의 마음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의미한 전쟁”도 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싸우게 하고 죽게 합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1-13일 열리는 ‘유럽연합 젊은이 컨퍼런스(EU Youth Conference)’에 참가한 젊은이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신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 의장국으로 수임한 체코의 프라하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유럽을 위한 공동의 헌신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황이 젊은이들을 초대한 내용은 분명하다. 곧, “구대륙”을 “신대륙”으로 탈바꿈하라는 것이다. 교황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젊은이들이 “좋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젊은이, 이념에 덜 종속되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 공부하는 데 익숙한 젊은이, 자원 봉사 경험에 열려 있고 환경 문제에 민감한 젊은이입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 있다고 제가 느끼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

젊은이들은 유럽에 새 얼굴을 선사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 너머를 바라볼 역량도 있다. 교황은 “유럽”이라는 단어의 여전히 덜 명확한 어원에 관해 설명하며 여러 가설 중 하나인 “유루스 옵(eurús op)”, 곧 “넓게 보는”, “폭넓은 시야”라는 매력적인 표현을 제시했다. 이어 교육자들과 젊은이 세대 간의 동맹을 위해 지난 2019년 출범한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되짚어보면서, 젊은이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라고 초대했다.

“혹시 사람들이 여러분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더 크게 소리치고, 시끄럽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미래와 관련된 것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비판적이길 바랍니다.”

타인이 자산입니다

이 대목에서 교황은 “환대에 마음을 열기”, 곧 포용의 가치에 마음을 여는 것을 첫 번째 단계로 삼는 여정을 설명했다. 타인은 항상 부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 누구도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나 성공의 이미지를 발산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간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십시오.”

교황은 젊은이들의 가장 큰 포부가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엘리트 교육 환경에 들어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공동선을 지향하는 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한 교육 경험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연대의 경험은 엘리트 학교들의 배타적(esclusive)이고 배제하는(escludenti) 경험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경험입니다. 탁월함(eccellenza)의 경험은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교황은 “형제애”가 자라날 수 있도록, 또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 회칙 「Fratelli tutti」와 알아즈하르의 대이맘과 함께 서명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을 읽으라고 초대했다.

구체적인 시도로 공동의 집 돌보기

교황은 공동의 집(지구)을 위한 돌봄과 관련해 오늘날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것이 제가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적기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교황은 “화석연료뿐 아니라 너무 많은 불필요한 것들의 소비를 줄일” 필요성을 강조하며 “세계 특정 지역에서 고기를 덜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생태론에 헌신하는 확고한 동기를 찾기 위해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읽으라고 초대했다.

“세계의 소수에게 유보된 사치스러운 삶을 제안하는 세이렌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우리의 작은 유럽 대륙보다 훨씬 더 큰 나머지 인류 모두를 보듬을 수 있도록 우리의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여러분이 사치와 낭비가 없는 존엄하고 절제된 삶을 열망하여 우리 세계의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무의미한 전쟁

교황은 “무의미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언급하며 형제애를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의 통일은 평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세상이 젊은이들에 의해 통치된다면 그렇게 많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는 무너뜨리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이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싸우게 하고 죽게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저항하는 것이 정당한 일입니다!” 

교황은 “폭넓은 시야를 가진” 두 젊은이의 사례를 제시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오른 프란츠 예거슈테터(Franz Jägerstätter)는 오스트리아의 젊은 소작농이었다. 그는 가톨릭 신앙 때문에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전쟁에 참전하라는 명령에 양심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독일의 젊은 루터교 신학자 겸 반나치 운동가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도 프란츠와 같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진리를 추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교황은 교육의 네 번째 차원을 설명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타인에 대한 지식, 창조에 대한 지식, 그 이후에 만물의 시작과 마침에 대한 앎입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위를 보고 저 너머를 바라보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본인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피며, 진리를 계속 찾으라고 초대했다. “우리가 진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진실하게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땅 위에 굳건히 서 있되 하늘과 폭넓은 지평으로 시야를 넓히며 걸어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젊은이를 위한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읽어보라고 권고하며 오는 2023년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 젊은이의 날(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초대했다. 

“한 가지 바람으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새로운 아이디어, 세계·경제·정치·사회적 공존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창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새로운 아이디어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새로운 길, 함께 걸어가야 할 길도 창안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오직 사랑의 열매인 새 생명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도 너그러운 마음을 품을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남편과 아내를 사랑하고, 가족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유럽을 사랑하여 유럽이 모든 이에게 평화, 자유, 존엄의 땅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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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7월 2022,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