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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람」의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와 인터뷰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텔람」의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와 인터뷰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텔람」 인터뷰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짓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일 아르헨티나 국영통신사 「텔람」(Télam)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갈등과 분쟁이 대화의 부재로 발생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유엔이 이를 종식할 수 없다는 점에 실망감을 표했다. 아울러 오는 2023년 교황 재위 10주년에 앞서 자신의 교황직무가 추기경단의 요청에 대한 촉매 역할이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또한 중남미 민중과 주권의 만남을 촉진함으로써 “제국주의의 착취”에서 벗어나도록 초대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박수현

“우리는 이전의 정치경제 구조의 잘못된 확신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국영통신사 「텔람」(Télam)의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와 나눈 장시간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과 공동의 집인 지구 돌봄, 젊은이와 정치 참여, 중남미 교회와 제도의 위기, 전쟁과 국제기구의 위기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교황은 위기에서 벗어나되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나 분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갈등은 닫힌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만 해결책을 찾으며 스스로를 무너뜨립니다.”

백신 없는 아프리카: 잘못된 감염병 관리 사례

교황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행동을 생각하며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충분한 백신 공급 없이 방치된 아프리카를 예로 들며, 이런 백신 분배 관리를 두고 “무언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를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혼자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교황은 한 집단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정을 비판했다. 실제로 이는 착각일 뿐이다. 교황은 그것이 “특정 권력층을 위한 부분적, 경제적, 정치적 구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부재로 발생하는 전쟁

가장 비극적인 위기 중 하나는 단연 전쟁이다. 교황은 인터뷰의 두 번째 부분에서 많은 비중을 할애해 전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물론 우크라이나를 언급했으나 우리 시대에 대한 진보적인 접근방식으로 르완다, 시리아, 레바논, 미얀마의 비극도 함께 떠올렸다. “불행히도 전쟁은 잔혹한 일상입니다. 전쟁은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미뉴에트 같은 사교춤을 추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짓입니다.” 교황은 이 같이 신랄하게 지적하며 전쟁이 선호하는 무기판매 구조를 다시 한번 규탄했다. 또한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개념을 되짚었다.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개념을 재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정당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죠. 하지만 우리는 이 개념이 오늘날 사용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합니다.” 교황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대화를 통해 갈등과 분쟁에 이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북부 레디풀리아 군인묘지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7년 로마 근교의 안치오 군인묘지를 방문한 일을 떠올리며 “정말 잔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해변에서 목숨을 잃은 3만 명의 젊은이를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요?” 교황은 유럽 내 군인묘지를 방문하는 게 이 같은 무모함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전쟁을 종식할 힘이 없습니다 

교황은 유엔의 활동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교황은 유엔이 유엔 키프로스 완충지대와 같이 전쟁을 막는 데 기여한다면서도 전쟁을 종식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전쟁을 종식할 힘이 없습니다.” 기자가 힘의 균형이 변했느냐고 묻자 교황은 “몇몇 저명한 기관들은 위기에 빠져 있거나 더 심하게는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은 한편으로 발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준다. 하지만 교황은 “갈등 속에 있는 사람들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쁘다”고 덧붙였다. “지금 우리에게는 용기와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매우 심각한 갈등, 이 치명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제기구도 없을 것입니다.” 

자연을 남용하면 “자연이 용서하지 않을 것”

약 10년의 재위기간 동안 교도권에 영감을 준 방식을 요약하기에 앞서 교황은 다시 찾아온 또 다른 위기인 환경위기도 간과하지 않았다. 교황은 인간이 자연을 남용하는 위험을 경계하며 “자연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피조물, 우주와 조화를 이루지 않고 제멋대로 남용하면 자연은 우리를 집어 삼킨다. 교황은 “우리는 우리 힘을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며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기원을 재차 설명했다. 이어 자연은 보복적이지 않지만 우리가 계속 자연을 파괴한다면 “자연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의 인터뷰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의 인터뷰 모습

젊은이들이 낙심하더라도 그들을 신뢰하십시오. 전통은 퇴보하지 않습니다 

교황의 인터뷰는 젊은이들의 세계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교황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이탈을 언급했다. “젊은이들이 낙담했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마피아 거래와 부패를 보았기에 낙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안으로 “젊은이들이 정치를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또한 우리 이기심을 씻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치적 투쟁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고 초대했다. 젊은이들이 보통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더라도 교황은 젊은이들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성장하고 그들의 곁에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인용하며 “전통이야말로 미래의 보증”이라고 말했다. “전통은 단순히 박물관 작품이 아닙니다. 전통이 여러분을 자라나게 하는 한,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전통이 퇴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보수주의가 퇴보입니다.”

‘거울의 악’을 물리치는 타인의 철학

교황은 △나르시시즘 △낙담 △비관주의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악으로 묘사하며, 이러한 것들이 소위 “거울 심리학”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의 상처를 후벼 파며 한탄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인과 대면하는 철학, 그리고 유머감각이 필요하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유머감각은 여러분을 더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2023년, 교황 재위 10주년

오는 2023년은 교황으로 선출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2023년을 앞두고 베드로좌에서의 자신의 활동을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 교황은 “콘클라베(교황 선거) 준비과정에서 열린 추기경 전체회합에서 추기경들이 요청했던 것들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제가 독창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함께 결정한 것을 실행에 옮겼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교황청 개혁은 8년 반 동안의 작업과 협의 끝에 추기경단이 요구한 것, 이미 움직이고 있는 변화를 포함한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로 마무리됐다. 이는 오늘날 ‘선교사 방식’의 체험으로 드러난다. 교황은 과정을 촉진했을 뿐이지 자신의 공헌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러한 것들은 저만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이점을 분명하게 했으면 합니다. 곧, 이러한 것들은 전체 추기경단의 요청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중남미적 접근방식

교황은 하느님의 백성과 대화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적 접근방식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교도권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교회는 변질되고 결국 사목요원들을 거느린 트레일 보스(trail boss: 소떼를 시장까지 맡아서 몰아가는 사람) 교회가 됐다”고 떠올렸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철학자 로돌포 쿠시의 저서를 읽으라고 조언하며 “민중이 무엇인지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중남미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 점점 더 많이 표현하면서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면서도, 해방신학의 현실분석에 마르크스주의 개념을 끌어오는 등 이데올로기화의 시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중남미 교회의 경험입니다. 이념적으로 사용했으나 중남미 민중 교회의 해방의 길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중과 대중 영합주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르나르다 요렌테 기자

민중과 주권의 결합: 이념을 넘어 중남미를 위한 일

“중남미 교회는 이념적으로 종속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신심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알고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교회입니다.” 교황은 실존적 변방과 사회적 변방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자, 어린이, 이웃, 공장, 대학을 방문하라고 초대했다. “일상이 펼쳐지는 곳, 민중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대륙을 바라보는 교황의 시선은 산 마르틴과 시몬 볼리바르가 이 지역을 통일하려 했던 꿈의 길, 곧 느린 투쟁의 길에 닿는다. 교황은 중남미 대륙이 “언제나 희생자였으며 제국주의의 착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까지 희생자일 것”이라며, 모든 국가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모든 중남미 민중의 통일은 이념을 넘어 주권에 대한 문제”라며 “민중은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 동시에 다른 사람의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론의 현실 왜곡에 주의하십시오

오늘날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관련해 교황은 하느님 앞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것 사이의 일관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행동과 확언의 지침이 된다. 교황은 그 목소리들이 정말로 유용하길 바라지만 실제로 상황을 바꿀지 안 바꿀지에 대해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의 입맛대로 조작될 위험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발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지 않는다는 논란을 예로 들었다. “현실은 전쟁의 상태가 더 보편적이고 더 심각하다는 것,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관련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를 배워야 합니다.” 교황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현실을 왜곡하는 언론의 경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허위정보(나에게 편리한 것만 말하기) △명예훼손(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지어내기) △중상(어떤 사람이 변했다는 생각을 퍼뜨리기) △코프로필리아(Coprophilia, 추잡한 추문에 대한 병적 흥미) 등 저널리즘의 네 가지 “죄”를 설명했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은 신성한 것”이라며 “우리는 정직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언론에 건강한 객관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합니다. 증류수처럼 돼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교황은 “좋은 전달자가 되려면 올바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느님의 방식대로 기다릴 줄 알면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에서 교황은 콘클라베 이후 자신의 삶의 변화와 교황이 되기 전의 삶을 회상했다. 교황은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많은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제 삶은 하느님께서 주신 많은 선물과 제 편에서의 많은 결점,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은 태도를 견지한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인생을 통해 보편적으로 변하고, 자선을 베풀며, 나쁘지 않게 행동하는 법을 배웁니다.” 교황은 인생여정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하는 한편, 외롭지 않을 정도로 동행을 해주고 도와준 많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자신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질문하자 교황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말했다. “‘불쌍한 사람! 어쩌다 당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그러나 교황이 되는 게 그다지 비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좋은 목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는 그가 교황이 된 이후의 베르골료의 모습에 대한 일종의 자기분석으로 끝났다. “제 인생에서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엄격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이끄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부성애와 관련이 있습니다.” 교황은 주교 시절의 태도에 대해 지나친 가혹함을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다려 주신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성숙해 갔을 하느님 방식의 특성, 곧 ‘아버지처럼 기다리는 법’을 안다면 인생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더 오래 만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진행자가 이 같이 묻자 교황은 “위에 계신 분이 답하게 두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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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7월 2022,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