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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성찬례를 통해 우리를 배불리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9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우리의 일상사에 들어오시며, 우리가 외로울 때 찾아오시고,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열정을 되찾아 주십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주일입니다!

오늘 이탈리아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냅니다. 최후의 만찬 중에 제정된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여러 가지 표징을 통해 예표하신 여정의 목적지와 같습니다. 특히 오늘 전례의 복음은 그 여러 가지 표징 가운데 빵을 많게 한 기적(루카 9,11ㄴ-17 참조)을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고 여러 가지 악에서 해방되기 위해 당신을 따라다닌 많은 군중을 돌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축복하신 다음 그것들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tutti mangiarono a sazietà)”(루카 9,17)고 복음은 말합니다. 성찬례에서 누구나 주님의 이러한 사랑스럽고 구체적인 관심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믿음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은 ‘먹고(mangia)’ ‘흡족해집니다(viene saziato).’ 성찬례에서 우리는 ‘먹고’ ‘흡족해지는 것’이라는 두 가지 필요를 충족합니다. 다시 말해 ‘배불리 먹게’ 됩니다. 

‘먹는 것’에 대해 살펴봅시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람들은 모두 (…) 먹었다”고 표현합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제자들은 예수님께 군중을 돌려보내 먹을 것을 구하러 가게 하도록 권합니다.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이 또한 마련해 주고자 하십니다. 당신의 말씀을 들은 이들을 먹여주려 하십니다. 그러나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구경거리를 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카나의 혼인잔치처럼 남몰래 일어납니다. 손에서 손을 거치면서 빵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군중은 빵을 먹는 동안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돌보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분이 바로 성찬례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하늘나라의 시민으로 부르시면서도 우리가 이 땅에 발 디디고 사는 존재임을 고려하십니다. 내 가방에 빵이 조금 밖에 없어도 주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챙겨주십니다.

때로는 성찬례를 모호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차원으로 국한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감미롭지만 일상생활의 곤경과는 멀리 떨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모든 필요를 당신 마음에 담아두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온종일 당신의 말씀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13절 참조) 하고 이르시면서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성체조배는 예수님처럼 우리가 이웃을 돌볼 때 입증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먹을 것에 대한 굶주림이 있지만 관계에 대한 굶주림도 있습니다. 위로에 대한 굶주림, 우정에 대한 굶주림, 편안한 분위기에 대한 굶주림이 있습니다. 관심에 대한 굶주림, 복음화에 대한 굶주림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찬의 빵, 곧 성체 안에서 이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필요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는 것,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초대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먹어야’ 하고 또한 다른 이들도 ‘먹여야’ 합니다. 

하지만 ‘먹는 것’ 외에 ‘흡족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군중은 먹고 흡족해집니다. 먹을 것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예수님에게서 놀라움과 기쁨을 받았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물론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랑에서’ 영양분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흡족해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안에서 우리는 주님의 ‘현존’을, 우리 각자를 위해 내어 주신 그분의 생명을 발견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우리의 일상사에 들어오시며, 우리가 외로울 때 찾아오시고,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열정을 되찾아 주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삶에, 우리의 어둠에, 우리의 의혹에 의미를 주실 때, ‘우리는 흡족해집니다.’ 주님께서는 그 의미를 보시고, 주님께서 주신 이 의미가 우리를 흡족하게 합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찾는 것보다 “더 많은” 것, 곧 주님의 현존을 우리에게 줍니다! 주님 현존의 따스함으로 우리 삶이 바뀝니다. 주님이 없다면 모든 것이 암담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경배하며 마음을 다해 주님께 청합시다. “주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용할 양식을 저에게 주소서. 주님, 당신 현존으로 저를 배불리소서!”

동정 마리아께서 성찬례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을 경배하고 예수님을 우리 형제자매들과 함께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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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6월 2022, 23:45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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