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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루마니아 신학원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비오 루마니아 신학원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루마니아 신학원 공동체에 “하느님 백성 가까이에 있는 사제가 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9일 바티칸에서 ‘교황청립 비오 루마니아 신학원’ 공동체의 예방을 받았다. 교황은 수년간 루마니아 공산정권의 박해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충실성을 증거한 모범을 강조했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김호열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9일 ‘교황청립 비오 루마니아 신학원(이하 비오 신학원)’ 공동체의 예방을 받고 루마니아 교회의 신앙을 ‘뿌리’에 비유하며 연설했다. 비오 신학원은 설립 85주년을 맞아 이날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그 뿌리가 지옥 같은 상황 한가운데서도 복음으로 굳건히 견뎌낸 이들의 회복력을 간직했다며, 믿음을 좀먹고 말라죽게 만드는 영적 세속화의 경직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뿌리

교황은 루고지교구장을 지낸 고(故) 이오안 플로스카루(Ioan Ploscaru) 주교의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플로스카루 주교는 루마니아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순교한 다른 7명의 형제 주교들과 달리 목숨은 구했으나 15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 순교한 7명의 주교들은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블라지 ‘자유의 광장’에서 복자품에 올랐다. 교황은 플로스카루 주교가 오늘날 루마니아 교회의 뿌리 중 하나라면서,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은 루마니아 교회의 열매”라고 말했다. 이어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여러분, 뿌리가 양분을 흡수하지 않으면 모든 종교 전통은 풍요한 결실을 잃게 됩니다. 실제로 위험한 과정이 일어납니다. 곧,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점점 더 자기 자신, 자신의 소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초심의 역동성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다음에는 제도적·외부적 측면이나 자신의 단체, 역사, 특권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물의 맛을 잃게 됩니다.”

교황은 이러한 상황에선 출세지상주의, 성과주의, 안락한 삶, 개인의 쾌락 추구 사이에서 헤매다 인생이 시들게 된다고 경고했다. 

“출세하고, 권력을 얻고, 돈을 챙기고, 명성을 얻고, 안락하게 살고, 경력을 쌓으려는 태도는 뿌리 없이 자라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 뿌리로 가야 힘을 얻고 수액을 받아 계속 자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뿌리에서 살 수 없지만 뿌리 없이 나무에서만 살 수도 없습니다. 전통은 우리가 뿌리에서 받는 메시지와 같습니다. 곧, 어제의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오늘 정진할 수 있게끔 초심의 힘을 주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겨두지 마십시오

그러한 뿌리를 물려받은 이들은 “무익하게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쇄신하는” 책임이 있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풍요한 결실을 맺는 비결”이라며, 며칠 후면 91세가 되는 루치안 무레샨(Lucian Mureşan) 추기경을 예로 들었다. 무레샨 추기경은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의 모범이자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복음 안에서는 부유했던 목자들”의 본보기다. 교황은 무레샨 추기경이 박해에서 벗어난 루마니아 교회를 재건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십시오. 여러분이 물려받은 신앙에 대한 기쁨의 사도가 되십시오. 스스로를 위해 아무것도 남겨두지 말고, 모든 이와 기꺼이 화해하고, 모든 적개심과 피해의식을 이겨내고, 기꺼이 용서하고 기꺼이 화합을 이루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씨앗도 복음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땅과 사투리

따라서 “뿌리에 물을 잘 줘야” 나무가 잘 자라고 “영적 세속성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없다. 아울러 교황은 “여러분의 조부모와 부모”가 일구고 가꾼 “땅”, 곧 “신앙의 좋은 땅”을 잊지 말고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이란 복잡한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단순한 일상어로 즉각 마음에 와 닿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탁합니다. 국가를 섬기는 성직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하느님 백성의 목자가 되십시오. (…) 하느님 백성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도 그 백성에게서 나왔습니다. ‘신학 작업실’의 성직자가 되지 마십시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백성 냄새와 양떼 냄새 나는 하느님 백성의 사제가 되십시오. 저는 복음이 복잡한 말로 선포되는 게 아니라 사투리로 선포되는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약 10년 전부터 비오 신학원과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는 아랍어권 학생들도 기억했다. 이들은 과거 ‘성 에프렘 신학원’ 소속이었다. “여러분이 한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한다고 해서 여러분 각각의 독특한 특징이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로마에 소재한 여러 나라의 신학원들, 동방 교회 신학원들, 라틴 교회 신학원들은 하루 종일 학업에 전념하고 돌아와 마치 고향에서 지내는 것처럼 살아가는 ‘고립된 섬(enclave)’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여러분이 진정한 보편성, 교회의 보편성을 체험할 수 있는 형제적 친교의 작업실이 돼야 합니다. (...) 복음화를 가로막는 지역배타주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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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5월 2022,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