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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국경에서 손녀를 품에 안고 있는 할머니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국경에서 손녀를 품에 안고 있는 할머니  (AFP or licensors)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교황 담화 “노인은 세상을 전쟁에서 해방시키는 온유한 사랑의 혁명의 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2022년 7월 24일) 교황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은 조부모와 노인이 세상을 보호하고, 노년을 마음의 회심의 때로 삼아야 한다며 “온유한 사랑의 혁명”에 기여하는 장인이 되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본당과 공동체가 독거노인을 방문해 자비의 활동을 펼치라고 초대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창욱

세상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맹렬한 폭풍”에 이어 “전 세계적인 규모로 평화와 발전을 훼손하는” 전쟁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에서 또 다른 “유행병”, “인류 가족과 우리 공동의 집을 위협하는 또 다른 광범위한 형태의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구체적인 위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러한 폭력 중 하나가 노인을 잊어버리고 그들이 더 이상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방치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는 7월 24일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위해 교황이 택한 주제는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시편 92[91],15)는 구절에 잘 집약돼 있다. 교황은 이 구절이 “세상이 생각하는 것”과 상반되지만 “더 이상 미래에 거는 기대도 없고 아무 희망도 없는 우리 노인 가운데 몇몇이 보여주는 암울한 체념의 태도”와도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복된 노년

교황은 많은 이가 “노년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노년을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하며 노인과 만나는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기에, 굳이 노인의 문제를 다룰 필요 없이 노인을 보살피는 기관에 맡기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마음가짐, 곧 “버리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장수는 축복입니다. 노인은 외면당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하느님 호의의 생생한 표징입니다. 노인을 지키는 집은 행복합니다! 조부모를 공경하는 가정은 행복합니다!”

노년은 형벌이 아닙니다

교황은 노년기를 제대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노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을 위한 지원 계획”은 있어도 노인이라는 존재 자체를 위한 계획이나 “노인이 온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획”이 없다는 점도 그 원인이다. 결국 우리는 얼굴 주름살을 감추기에 급급하며 ‘버리는 문화’를 내면화하고 만다. 이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 교황은 시편 71편을 인용했다. 왜냐하면 주님께 신뢰를 두면 “찬양에 찬양을 더할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시편 71[70],14-20 참조).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단순히 육체의 자연적인 쇠퇴나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그 이상이라는 것, 장수의 선물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늙는다는 것은 형벌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한낱 “방관자”로 느끼지 않도록 합시다

교황은 말년에 능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지내야 한다며 “하느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읽고, 매일 기도하고, 성사를 받고 전례에 참여”하면서 영적인 관점에서 내면을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과의 관계 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우리의 이웃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세상이라는 무대를 바라보는 한낱 구경꾼이나 창밖을 내다보는 ‘방관자’로 느끼지 않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현존을 알아보도록 영적 감각을 예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 집에 있는 푸른 올리브 나무’(시편 52[51],10)처럼 곁에 있는 이를 위한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온유한 사랑의 혁명

담화에서 노인과 조부모를 “우리”로 지칭한 교황은 이들이 “온유한 사랑의 혁명”에 기여하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곧, “정신의 혁명이자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혁명”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동반”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를 통해 “장인”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로써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른 이들을 우리의 형제나 자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기도하는 시인”이 된다는 것은 “삶의 현장에서 고생하고 분투하는 공동체”를 탄원 기도와 찬양 기도로 지지하는 위대한 “합창”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리 조부모와 노인에게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곧,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우리 손자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이해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돌보며 인류애를 함양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받는 아이들의 보호자

교황은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 중 하나는 바로 세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유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던 요셉 성인처럼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남수단의 아이들을 마음속에 간직합시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가 홀로 구원받지 못하고 행복은 우리가 함께 먹는 빵”이라는 것을 아는 데서 나온다. 교황은 분쟁이나 갈등 속에서 개인적인 성취나 성공을 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 앞에서 노인과 조부모가 이를 증거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누구나, 심지어 우리 중 가장 약한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종종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살피게 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 평화로이 함께 살아가는 게 가능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노인 방문

교황은 담화를 마무리하면서 모두 함께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기념하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첫 만남에서 새로운 우정이 싹틀 수 있다며, 본당과 공동체가 독거노인이나 요양원에 있는 노인을 방문하도록 초대했다. “아무도 이날을 외롭게 지내지 않도록 합시다. 독거노인을 방문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서 자비의 활동입니다!”

“우리가 함께 이 세상을 외로움과 전쟁의 악마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도록 온유한 사랑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우리 모두를 온유한 사랑의 혁명의 장인으로 삼아 달라고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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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월 2022,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