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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밀로회 신임 총장 페드로 트라몬틴 신부와 총회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가밀로회 신임 총장 페드로 트라몬틴 신부와 총회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가밀로회 회원들에게 “‘야전병원’ 교회 안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병자간호성직수도회(가밀로회)’ 제59차 총회 참석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연약한 형제자매들의 상처와 실존적 불안을 짊어지라”고 당부했다. 이번 제59차 가밀로회 총회는 미국 관구장을 역임하던 페드로 트라몬틴 신부를 신임 총장으로 선출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재협 신부

제59차 총회를 위해 로마를 방문한 60여 명의 가밀로회 회원들이 5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은 교황청 콘치스토로 홀에서 성 가밀로 데 렐리스가 창립한 ‘병자간호성직수도회(가밀로회)’ 회원들을 만나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만약 우리가 훌륭한 야전병원, 곧 다친 이들이 그리스도의 친밀함과 온유한 사랑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려 한다면, 가밀로 데 렐리스 성인이 보여준 자비의 카리스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인이 보여준 자비의 카리스마는 성인의 자녀, 곧 가밀로회로 알려진 ‘병자간호성직수도회’ 회원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가장 연약한 형제자매들의 상처와 실존적 불안을 짊어지라고 여러분을 재촉하는 가밀로회의 예언자적 정신”을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현 시대에서 가밀로회의 예언자적 정신”을 식별하기 위한 제59차 총회

미국 관구장을 역임하던 페드로 트라몬틴(Pedro Tramontin) 신부가 네미에서 열린 제59차 가밀로회 총회 기간(5월 2-22일) 동안 새 총장으로 선출됐다. 신임 총장 신부는 교황과의 만남을 시작하며 총회에 참석한 60여 명의 가밀로 회원들을 대표해 교황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교황은 “현 시대에서 가밀로회의 예언자적 정신은 무엇인가”라는 가밀로회 제59차 총회 주제를 상기하며 전 세계에서 모인 총회 대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자들을 위한 봉사에 힘쓰는 여러분의 카리스마를 역동적인 충실성으로 실현하기 위해 복음화의 새로운 길과 친밀함의 길을 모색하길 바랍니다.”

가밀로회 회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가밀로회 회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사랑: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대항하는 그리스도인의 응답

교황은 성 가밀로 데 렐리스가 하느님 사랑으로 변화돼 “영육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연민과 온유한 사랑을 본받아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새로운 수도 가족에게 자신의 삶을 바치라는 부르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밀로 데 렐리스 성인은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가장 연약한 이들을 돌보라는 사랑의 계명에 따라 살았습니다.”

“우리 시대는 외로움을 낳고 수많은 삶을 버리는 개인주의와 무관심이 특징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문화, 곧 버리는 문화입니다. 여기서 그리스도인의 응답은 체념의 태도로 현재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 섭리에 힘입어 시대를 사랑할 줄 알고 겸손하게 복음을 증거하는 사랑에 있습니다.”

성 가밀로와 착한 사마리아인

교황은 “상처 입은 형제에게 다가간 착한 사마리아인의 방식을 가장 잘 실천한 성인 중 한 명”인 성 가밀로가 이 같은 응답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자세가 바로 “닫힌 세상의 그림자를 벗어나 열린 세상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밀로 수도회원들을 향해 창립자 성인의 모범을 이어받아 “고통, 질병, 죽음의 현실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라”고 초대했다. 

“이로써 여러분은 가장 연약한 형제자매들의 상처와 실존적 불안을 짊어지라고 여러분을 재촉하는 가밀로회의 예언자적 정신을 살아가게 됩니다.”

교황청 콘치스토로 홀에서 가밀로회 총회에 참석한 60명의 회원들의 예방을 받은 교황
교황청 콘치스토로 홀에서 가밀로회 총회에 참석한 60명의 회원들의 예방을 받은 교황

성령께서 알려주시는 길, 대담하게 걸어야 할 길

교황은 가밀로회의 이 같은 예언자적 삶을 위해 성령께 마음을 열고 대담함을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지의 길을 발견하고 함께 걸어가거나 가밀로회의 카리스마와 사명의 잠재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성령께 순종하려는 마음과 어느 정도의 대담함이 필요합니다.”

“병자들, 연약하고 연로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여러분의 이러한 삶의 자세와 사도직은 그리스도인 삶의 두 가지 본질적 차원을 결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다른 이를 향해 나아가는 구체적 증거에 대한 열망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적 작음이라는 계명에 따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필요성입니다.”

참행복

교황은 가밀로회 회원들이 “온유함과 검소함으로 오늘날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행복’에서 언제나 영감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고난을 받는 형제자매들에게 베푸는 선은 예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서로를 격려하십시오. 또한 여러분이 매일 기쁨으로 살아가고 베푸는 것들이 비록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결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씨앗처럼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이어 “예수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마음”을 기억하라며 “축성생활의 삶을 선택한 여러분의 첫마음을 늘 새롭게 하라”고 당부했다.

‘야전병원’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될 가밀로회 회원들

교황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밀로 성인의 ‘자비’의 카리스마를 살아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신도, 특히 의료 종사자들과의 협력을 최대한 값진 기회로 삼으십시오.” 교황은 모든 이와 친교를 나누는 가운데 “여러분에게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 힘쓰라”고 당부했다.

“만약 우리가 훌륭한 야전병원, 곧 다친 이들이 그리스도의 친밀함과 온유한 사랑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려 한다면, 가밀로 데 렐리스 성인이 보여준 자비의 카리스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에 손과 발, 정신과 마음을 더하는 일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시대에 하느님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습니다.”

5월 22일까지 네미에서 열리는 가밀로회 총회

5월 2-22일 로마 인근 네미에 위치한 말씀의 선교수도회 피정센터에서 열리는 제59차 가밀로회 총회는 향후 6년간 봉사할 가밀로회 총장과 총참사위원들이 새로 선출됐다. 60여 명의 가밀로회 총회 참석자들은 “현 시대에서 가밀로회의 예언자적 정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과거를 돌아보면서,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베푸는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함께 걸어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제59차 총회를 이어가고 있다. 

가밀로회 신임 총장 트라몬틴 신부

지난 5월 11일 치러진 1차 총장 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을 받은 미국 관구장 페드로 트라몬틴 신부가 제61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1967년 7월 3일 브라질 산타 카타리나 주의 살토 벨로조에서 출생한 그는 1992년 종신서원을 하고, 1996년 9월 28일 사제로 서품됐다. 트라몬틴 신부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영성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수련원장직을 맡았으며, 2008년에는 브라질 관구 성소 담당을 역임했다. 트라몬틴 신부는 2009년 미국 밀워키로 건너가 2013년부터 미국 관구장을 역임해 왔다. 한편 총회에 참석한 가밀로회 회원들은 이탈리아 북부 관구 출신 잔프랑코 루나돈(Gianfranco Lunardon) 신부를 부총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총장 신부의 인사

가밀로회 신임 총장 트라몬틴 신부는 자신을 믿고 사명을 맡긴 회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예수님께서 두려워하는 가밀로 성인에게 사명을 맡기시며 하신 말씀을 상기했다. “‘겁내는 사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이것은 네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다!’ (…) 저는 우리 수도회가 겪는 어려움과 도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기회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할 다가올 몇 년 동안 우리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저는 26년 전 사제로 서품됐습니다. 그때부터 제 목표는 언제나 가장 궁핍한 이들을 섬기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겸손한 종입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대로 겸손하려고 노력합니다. (…) 하느님께서 저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식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어 회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항상 기억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서둘러 가고자 한다면 혼자 갈 것이고, 멀리 가고자 한다면 함께 가야 한다.’ 이 말은 여러분을 향한 제 초대입니다. 함께 갑시다. 함께 가는 여정은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고, 함께 간다면 우리는 분명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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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5월 2022,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