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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 바오로 동굴 방문… “동정과 환대가 말로만 그치지 않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방인의 사도’의 거처로 알려진 성 바오로 동굴을 찾았다. 이 동굴은 수세기 동안 예배의 장소이자 순례의 목적지였다. 이곳에 봉헌램프를 선물한 교황은 고국을 떠나온 난민들이 다른 나라에서 환대받고 모든 이가 하나의 가족이 되길 기도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정숙

라바트의 성 바오로 대성당 광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교황은 대성당 안에서 잠시 머문 후 성 바오로 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에 따르면 이 동굴은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 성인이 3개월 동안 거처한 곳이다. 바오로 성인은 로마로 향하던 배가 난파당하자 이곳에 머물렀다. 동굴에는 난파 사건을 재현하는 배의 형상에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성 바오로 동굴에서 기도하는 교황과 ‘이방인의 사도’의 난파 사건을 기억하는 봉헌램프
성 바오로 동굴에서 기도하는 교황과 ‘이방인의 사도’의 난파 사건을 기억하는 봉헌램프

성 바오로를 기억하는 기도

교황은 바위로 둘러싸인 이 작은 공간에서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성 바오로가 설교를 마치고 매일 머물렀던 곳이자 예비신자들을 가르치고 병자들을 위해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간구하고 돌아온 곳이다. 

성 바오로 동굴에 선물로 남겨둘 봉헌램프에 불을 붙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 바오로 동굴에 선물로 남겨둘 봉헌램프에 불을 붙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이방인의 사도’ 동상 쪽으로 천천히 걸은 다음 은도금 놋쇠로 주조된 긴 봉헌램프에 불을 붙였다. 램프에는 교황 문장을 새긴 메달이 달려 있고, 발판에 “평화(Pax)”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교황은 이 램프를 선물로 남겼다. 잠시 침묵한 교황은 바오로 성인이 몰타에서 받은 각별한 환대를 떠올리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몰타인들이 난파된 이방인들에게 보여준 “보기 드문 인류애”의 모범은 교황으로 하여금 하늘의 도움을 청하도록 이끌었다. 교황은 “바다의 파도와 싸우며 미지의 해안가 암초에 부딪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을 멀리서도 알아보고” “우리의 연민이 헛된 말로 그치지 않고” 환대로 구체화되길 청했다. 

성 바오로 동굴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 바오로 동굴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기도를 마치고도 이방인의 사도에게 더 많은 기도를 청하려는 듯 계속 자리에 머물렀다. 그런 다음 동굴 앞쪽으로 나와 방명록에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그는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이방인의 사도이자 몰타의 믿음의 아버지인 성 바오로를 기억하는 이 거룩한 장소에서 주님께 감사드리며, 주님께서 몰타인들에게 항상 위로의 성령과 선포의 열정을 허락하시길 기도합니다.” 교황은 성 바오로의 초상을 재현한 테라코타 부조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주케토와 똑같은 것을 선물로 받았다. 교황은 선물받은 주케토를 잠시 착용했다가 벗은 다음, 주케토에 서명을 한 후 자신의 방문을 기념해 보관하길 바라며 되돌려줬다. 

방명록에 서명하는 교황
방명록에 서명하는 교황

대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교황은 현재는 예배의 장소가 된 ‘이방인의 사도’가 다녔던 장소들을 가로질러 성 바오로 대성당 내 성 풀비오 경당에 이르렀다. 전통에 따르면 풀비오 성인은 자신의 집에 성 바오로를 맞이한 몰타의 총독이자 초대 주교다. 교황은 이곳에서 14명의 종교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대성당으로 이동한 후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중앙제대 앞에 섰다.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교황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교황

무한하신 자비와 

선하신 사랑이 끝없으신 하느님, 

당신께 봉헌된 백성의 믿음이 은혜롭게 자라게 하시어, 

그들을 창조하신 사랑,

그들을 구원하신 피,

그들을 새롭게 하신 성령을 

지혜를 통해 모두가 깨닫게 하소서.

병자, 노숙인과의 만남… 카리타스의 도움

교황은 대성당을 떠나기 전 본당의 몇몇 환우, 산타 베네라 소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몇몇 노숙인, 재활센터에서 지내는 약물중독자 30여 명에게 인사를 전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몰타 카리타스는 몰타 교회의 26개 구호단체를 조정하며 이들을 돌보고 있다. 

한 소녀와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 소녀와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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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4월 2022,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