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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보호구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지보호구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커뮤니케이션은 형제애 건설에 도움이 돼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7일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지보호구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중동 사회의 삶과 이야기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 여러 그리스도교 교회를 비롯해 이주민, 피난민, 난민들 사이에서 “공동체를 조성”하는 일을 이어가라고 격려했다. “신발이 닳도록 발로 뛰어다니며 여러분의 일을 수행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앞으로도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잡지 『라 테라 산타』(La Terra Santa) 창간 100주년을 맞아 1월 17일 바티칸에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의 성지보호구 봉사자 프란치스코 파톤 신부가 이끄는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대표단은 ‘라 테라 산타 출판사(Edizione Terra Santa)’를 위해 일하는 다양한 언어판 편집인들, 누리집과 소셜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그리스도인 미디어 센터(Christian Media Center)’의 협력자들로 꾸려져 있었다. 교황은 이들의 봉사가 100년 전 보호구 봉사자 페르디난도 디오탈레비(Ferdinando Diotallevi) 신부가 창간호에 썼던 대로 “성스러운 땅(이스라엘 성지), 하느님의 땅, 그리스도교의 요람, 인류의 구원이 이뤄진 숭고한 성소들을 널리 알리는” 통찰력 있는 소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성지를 알리는 것은 “다섯 번째 복음서”를 전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계시됐던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환경은 나자렛의 예수님 안에서 살이 됐으며, 우리와 우리의 구원을 위해 구체화됐다. “다섯 번째 복음서”에 대해 말할 때는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복음서”라는 명칭은 사실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시노드(2008년)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은 오늘날 성경의 장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는 성지의 전달자들(comunicatori)에 주목했다. “또한 중동 사회처럼 복합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형제적인 사회를 건설하려고 시도하는 그리스도교라 불리는 교회들과 여러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의 삶뿐 아니라, 유다인과 무슬림들의 삶을 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천 가능한 모든 형제애를 이야기하도록 격려

교황은 지난 2019년 제53차 홍보주일 담화를 인용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이 ‘공동체’를, 더 나아가 ‘형제애’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실천 가능한 형제애를 이야기로 전하도록 격려하는 바입니다. 여러 그리스도교 교회들 간의 형제애 말입니다. 이들은 불행히도 여전히 분리돼 있지만 성지에서는 종종 일치에 벌써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한 아브라함의 모든 자녀들, 곧 유다인과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사이에서 가능한 형제애를 이야기로 전하는 것입니다. 이주민, 실향민, 난민들에게 열려 있고 또한 이들이 자신과 자녀의 미래를 찾아 고국을 떠나야 했을 때 빼앗긴 존엄성을 회복하는 교회적 형제애를 이야기로 전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야기로 전하십시오.”

선한 이야기, 전쟁에 저항한 이야기, 화해의 이야기

교황은 이날 참석한 이들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고 “사람들을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만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지를 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제55차 홍보주일 교황 담화 참조). 아울러 교황은 “보다 평온한 영토”에 머물지 않고 보다 험난한 곳에서 봉사, 조사, 출판에 힘쓴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여러분은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처럼 더 어렵고 고통받는 현실도 찾아갑니다. 저는 여러분이 선한 이야기, 전쟁의 악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이야기, 화해의 이야기, 유년시절을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존엄을 회복시켜 주는 이야기, 자신의 비극뿐 아니라 꿈과 희망을 안고 인생을 꾸려간 난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발이 닳도록 발로 뛰어다니며 이런 식으로 여러분의 일을 수행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앞으로도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남과 대화를 경험하십시오

교황은 “어떤 현실을 전하는 데 있어서 그 무엇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만남에 참석한 이들을 가리켜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신 바로 그 자리,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만날 수 있게” 된 그 자리에서 살고 일한다고 떠올렸다. 교황은 우리가 “말로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말투로도, 몸짓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만난 이들을 끌어당기셨던 힘은 당신께서 전하신 진리에서도 비롯되었지만, 그 말씀의 효력은 예수님의 눈길과 자세, 심지어 침묵과도 불가분의 연결 고리를 지녔습니다. 제자들은 그분 말씀에 귀 기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그분을 지켜보았습니다. 강생하신 말씀(Logos)인 예수님 안에서 참으로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보고 듣고 만지게 해 주십니다. 말은 눈에 ‘보일’ 때에만, 체험과 대화로 우리를 이끌어 들일 때에만 효과적입니다.”

상처와 분쟁으로 얼룩진 사람들

교황은 다섯 번째 복음이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가 구원의 역사와 지리적 차원이 만나 성경 본문, 특히 복음서 본문을 새로이 읽도록 해 주는 성지를 언급했다. 이어 13년 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성지를 “다섯 번째 복음”이라고 언급했던 내용을 인용했다(2009년 5월 17일, 부활 삼종기도). “바로 거기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인간들과 이루셨던 역사의 현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질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삶의 장소에서 시작해 예수님의 삶의 장소에 이르기까지, 육화의 순간부터 그분의 부활의 표징인 빈 무덤에 이르기까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땅에 들어오셨고,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행동하셨습니다.”

“파스카 신비는 오늘날의 역사에도 빛을 비추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또한 오늘날 그 성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여정, 유감스럽게도 지금도 상처와 분쟁으로 얼룩져 있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항상 희망, 형제애의 희망, 평화에 열려 있는 여정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지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 계속 써내려 가시는 복음인 ‘다섯 번째 복음’의 이야기를 전하게 됩니다.”

순례, 커뮤니케이션

교황은 성지의 전달자들이 전개한 활동의 특징을 부각했다. “여러분은 사회홍보수단을 통해 많은 이들의 신앙뿐 아니라 성지에서 순례를 할 수 없는 이들의 신앙까지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헌신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매일 복음을 섬기면서 능숙하게 수행하는 것이죠.”

“그 일은 전 세계의 신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일인 동시에 예수님의 성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을 지지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어 그들에게 저의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그들을 기억합니다.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귀국하시면 성지의 가족들과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저의 인사와 축복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파톤 신부 “성지의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적인 순교의 증인들”

연설에 앞서 교황은 “다리 통증” 때문에 서서 연설을 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시작인사에서 파톤 신부는 100년 전 역사적 상황을 떠올리며 50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 대유행을 언급했다. 당시 창간된 잡지는 편집자들이 “역사의 어두운 밭고랑에 뿌린 선의 씨앗들”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희망의 표징”이 됐다. 파톤 신부는 여전히 “전 세계에 복음적인 삶, 행동으로 실천하는 교회일치운동, 일상적인 순교의 증거를 비롯해 대화, 교육, 노동을 통해 영속적이고 성장하는 사회적 헌신의 증거를 보여주는” 작은 규모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변하기 쉽고 복합적인 상황에서의 헌신

성지보호구 봉사자 파톤 신부는 이 기회를 통해 성지의 지정학적 입지에서 발생하는 다각적인 변화를 알리는 한편, 100년 전 소수의 폐허만 남은 성지를 어떻게 구입, 재건, 복원했는지 강조했다. 아울러 성지를 떠난 수많은 지역 그리스도인들과, 이주노동자나 난민 신분으로 성지에 도착한 이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보호구의 형제들 가운데에도 지속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동체가 언어권별로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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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2022,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