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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회일치운동 대표단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핀란드 교회일치운동 대표단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핀란드 교회일치운동 대표단에 “하느님 자비의 빛으로 분열의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7일 핀란드 교회일치운동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교황청은 매년 초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 주간’을 시작하기 전날 교회일치운동 대표자들과 만남을 갖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교황은 구세주를 찾으려는 노력이 하느님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우리의 응답은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함께 걸어온 동방박사들의 여정과 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7일 핀란드 교회일치운동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오늘날에도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소유한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 되라고 재촉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 일치의 여정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걸음 쉬어가는 휴식, 무엇보다 만남, 협력, 함께하는 작업으로 걸어가야 할 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표단은 핀란드의 첫 주교이자 순교자인 성 헨리 축일(1월 19일)을 맞아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는 주제로 1월 18일부터 시작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에 앞서 로마를 방문해 교황을 예방했다. 

함께 걸어온 여정

교황이 이번 연설에서 여러 번 반복한 핵심어는 ‘걷기’라는 단어다. 동방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걸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주님께서 먼저 별이라는 “표징”을 보내주시어 동방박사들이 구세주를 찾아 나서고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도록 하셨다.

“이렇게 구세주를 찾는 여정으로 삶을 이해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삶은 우리 스스로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를 찾아 나서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응답은 동방박사들의 대답과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함께 걷는 여정이죠.”

형제애 안에서 빛나는 빛

교황은 전통적으로 교회가 동방박사들 안에서 다양한 문화와 민족의 대표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동방박사들의 자취를 따라 걷는 교회일치운동 또한 이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과제,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도전 과제는 구체적인 현실 안에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형제자매들과 손을 맞잡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우리는 분열의 어둠을 몰아내고 일치의 여정으로 이끄는 하느님 자비의 빛의 인도를 따라 함께 걷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욱 충만한 친교를 향해 형제자매로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교회 일치를 위한 우리의 순례 여정을 걸어가며, 성 베네딕토의 규칙서 62장 4항이 말하는 것처럼 ‘하느님께로 더욱 나아가기 위해서’ 서로를 도웁시다. 세상은 하느님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이 빛은 오직 사랑, 친교, 형제애 안에서만 빛납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이들

교황은 교회 일치를 위해 함께 걷는 여정 중에 인내로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좀 더 쉬운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 쉬운 단계란 “많은 사랑의 길, 곧 우리가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면서,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 안에서 하나로 일치하는 길”이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하지만 교회 일치를 위한 여정에서 피로와 좌절을 겪고 “목표가 너무 멀어 도착하기 힘들고 어렵게만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이미 하느님을 소유한 이들의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을 계속 찾는 이들의 모습으로 여정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이로써 우리는 겸손과 인내를 갖고 서로를 도우며 격려하기 위해 항상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까요.”

그리스도께 매달립시다

교황은 함께 걸어가는 데 있어 두 번의 중요한 행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행사는 오는 2025년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이다.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참 하느님에게서 나온 참 하느님으로서 성부와 한 본체’이심을 공적으로 승인한 이 공의회는 세례 받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엮어 줍니다.” 이 공동 신앙고백으로부터 “그리스도의 길이며, 길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걷기 위한 쇄신된 열정”을 향한 초대가 나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과 예수님의 새로움 그리고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쁨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매달려야 비로소 완전한 일치로 이어지는 여정의 끝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시대의 남녀가 찾고 있는 분,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는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천국의 길을 더 기꺼이 따르기

교황은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사건은 오는 2030년 기념하는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500주년이라며 “이 신앙고백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각자 다양한 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일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신앙고백”이라고 설명했다. 

*편집주: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은 1530년 독일 종교개혁 당시 루터교회의 신앙고백으로 필리프 멜란히톤이 작성했다. 마르틴 루터의 사상에 기반한 프로테스탄트 신앙고백문이다. 

“우리는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이 분열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을 기념하는 것은 친교의 여정에 있는 우리를 더욱 하나 되게 하고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더욱 순종하고, 인간적 논리에 덜 얽매이며,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는 지상의 목표를 기꺼이 걸어가기 위한 유익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목자는 꿈꾸고 구체적 삶을 함께 사는 사람

교황은 사미족 대표로 참석한 주카 케스키탈로(Jukka Keskitalo) 주교를 향해 핀란드 원주민을 향한 사목과 꿈꾸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사람들과 함께 구체적인 일을 하되 꿈꾸는 일을 그치지 않는 사람이 목자임을 상기하는 바입니다. 꿈꾸는 데 지친 목자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어 교황은 교회 일치를 위한 여정에 있어서 신학자들의 연구뿐 아니라 “기도, 자선활동, 협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연설을 마치며 모두 각자의 언어로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초대했다. 

인사말

이번 만남을 시작할 때 교황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핀란드 원주민 사미족 대표에게도 다음과 같은 말로 인사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화해와 기억의 치유의 길에 동행하시어 모든 그리스도인이 진리를 찾는 진지한 탐구에서 자유롭고도 결연한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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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2022,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