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하느님의 말씀 주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3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연중 제3주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무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언제나 인간 가까이에 계시는 하느님의 참다운 얼굴을 발견하라고 초대했다. 이날 미사 전례 중에 교황은 여러 국가의 평신도들에게 독서직과 교리 교사 직무를 수여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3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연중 제3주일) 미사의 강론을 통해 성경은 “우리의 여흥이나 천상적인 영성생활로 우리를 애지중지하려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삶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변화시키지도 않는 외적 예배로 축소된 신성한 신앙심”으로 격하되면 안 된다며, 이러한 신앙심을 “우상숭배”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형제들을 만나고” “그들의 상처에 다가가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2019년 9월 30일 자의 교서 형태의 교황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통해 매년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한 바 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은 연중시기 제의 색깔인 녹색으로 두드러졌다. 제대 옆에는 하느님의 어머니 성상이 있었으며, 발다키노가 덮고 있는 사도들의 으뜸인 성 베드로의 무덤 위 중앙제대 주변은 흰 꽃과 노란 꽃, 많은 잎으로 풍성하게 장식돼 있었다. 

꽃으로 장식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제대
꽃으로 장식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제대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에 따라 2000명만 참례한 미사에서 교황은 2명의 남성과 6명의 여성에게 독서직의 직무를, 그리고 5명의 남성과 3명의 여성에게 – 이번 수여식만을 위해 시안으로 승인된 예식서를 통해 – 교리 교사의 직무를 수여했다. 다양한 국적의 평신도들이 독서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그들이 선포해야 할 하느님 말씀의 상징인 성경을 전달했다. 이날 미사는 교리 교사 직무를 받은 이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의 상징인 십자가를 교황에게서 받은 최초의 전례이기도 했다. 16명의 후보자들은 복음 봉독이 끝난 다음 소개됐다. 교황은 복음에서 실마리를 잡아 강론에서 두 가지 측면을 심화했다. 하나는 “말씀은 하느님을 계시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말씀은 우리를 사람에게로 인도한다”이다. 

하느님의 참다운 얼굴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한 구절을 해설하시며 “가난한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하러”(루카 4,18 참조) 오셨다고 선포하셨다. 교황은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정확히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얼굴을 계시하신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하늘 높은 곳에 자리잡은 멀리 계신 주인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발걸음을 따라오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무심하고 무감각한 차가운 방관자나 ‘계산적인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열정적으로 우리의 삶을 우려하시고, 우리의 삶에 참여하시며, 심지어 우리의 눈물도 함께 나누십니다.” 교황은 “가까이 있음”을 강조하며 “하느님께서는 그런 분”이라고 덧붙였다.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 연민의 하느님, 온유한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짓누르는 짐을 덜어주고, 여러분의 쌀쌀맞은 마음을 녹여주며, 여러분의 어두운 나날을 밝혀주고, 여러분의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도우려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통해 이 같이 행하십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이 잿더미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슬픔의 미궁 속에서 기쁨을 재발견하며, 외로움의 쓰라림을 희망으로 채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내면에서 하느님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제거합시다

교황은 참다운 하느님의 모습을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에 대한 해방시키는 이미지, 곧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 연민의 하느님, 온유한 사랑의 하느님의 모습을 마음속에 품고 있나요? 혹시 하느님을 엄격한 심판관 혹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무자비한 세관원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나요? 우리의 믿음은 희망과 기쁨을 낳는 믿음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두려움으로 가득한 믿음인가요? 우리가 교회에서 선포하는 하느님의 얼굴은 무엇인가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고 낫게 하시는 구세주이신가요, 아니면 죄책감으로 우리를 짓누르시는 무시무시한 하느님이신가요?” 교황은 우리가 참다운 하느님의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하려면 ‘하느님의 말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신앙의 기쁨을 꺼트리는 그분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거짓 우상들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예상을 폭로하며, 지나치게 인간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허물고, 그분의 참다운 얼굴과 그분의 자비를 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믿음을 기르고 새롭게 합니다. 우리의 기도와 영성생활의 중심에 하느님의 말씀을 다시 두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우리에게 계시하는 말씀을 중심에 둡시다. 우리를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말씀을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그 다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에서 솟아나는 움직임, 활동이 있다. 가난한 이들을 만나러 가시는 예수님의 활동이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일련의 율법 목록을 전하거나 종교 의식을 집전하기 위해 오신 게 아니”라며 “상처 입은 인류를 만나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부서진 마음을 낫게 하고 우리 영혼을 가두는 사슬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세상의 거리로 내려오셨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방식으로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드리는 예배를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곧, 이웃을 돌보는 것입니다.” 교황은 이런 태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 일종의 왜곡인 엄격함의 유혹이 있을 때, 하느님을 찾는 것은 더 많은 규정, 올바른 것, 분명한 것들로 더 엄격해지고 더 완고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엄격한 제안이나 엄격한 모습을 볼 때, 즉각 이렇게 생각하도록 합시다. ‘이것은 우상이지 하느님이 아니야. 우리의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엄격함은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쌍날칼처럼 영혼을 꿰찌르며”(히브 4,12 참조) 우리를 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하느님의 말씀은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위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모순을 일깨우며 우리를 자극하고 뒤흔듭니다. 우리를 위기에 빠뜨립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불의와 굶주림으로 찢긴 세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평화를 주지 않습니다. 그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이들이 치르는 것입니다.” 교황은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새로운 나라로 가려다가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떠올렸다. 아울러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들의 입항을 거부한다고 한탄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복합적인 문제 뒤에 숨지 않고 열린 곳으로 나오게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어쩔 수 없어요’라거나 ‘그 사람의 문제죠’ 혹은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그냥 그 사람들을 내버려 두세요’라는 변명 뒤에 숨지 않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행동을 촉구합니다. 하느님 예배와 인간 돌봄을 결합하라고 말입니다.” 교황은 완고해지지 말라며 “교회의 유혹 중 하나인 현대의 펠라지우스주의”와 영지주의를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지주의는 하느님의 말씀을 현실과 동떨어진 무엇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주변과 타인의 요구를 바라보십시오

교황은 “사람이 되신 말씀이 우리 가운데 살고자 하신다”고 말했다. “그분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 타인의 고통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고, 사회와 지구에 상처를 입힌 폭력과 불의 속으로 뛰어들게 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어떤 이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현실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의 신비가 마들렌 델브렐(Madeleine Delbrêl)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의 일상생활의 상황과 이웃의 요구”야말로 주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독서직과 교리 교사 직무를 받은 이들의 의무를 상기했다. 그 의무란 복음, 곧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다.

평신도들에게 독서직과 교리 교사 직무를 수여하는 교황
평신도들에게 독서직과 교리 교사 직무를 수여하는 교황

교황은 이 의무가 모든 이에게 속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새로우심을 계시하고 지침 없이 다른 이들을 사랑하도록 이끌어주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내면을 파고들 수 있게 합시다.” 아울러 “하느님의 말씀을 교회의 삶과 사목활동의 중심에 두자”고 권고하는 한편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고 실천에 옮기자”고 초대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3 1월 2022,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