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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보스섬 난민캠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레스보스섬 난민캠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 자녀들”의 아버지 교황을 향한 감사

수많은 이들의 얼굴, 목소리, 각자의 이야기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 난민캠프에 머무는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순간 기쁨과 슬픔, 고통의 시간을 떠올리며 수많은 감정에 휩싸였다. 교황의 방문으로 상처 입은 인류를 향한 문이 열렸다. 하느님께 기꺼이 의탁하는 이들에게는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온 수많은 난민이 교황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들을 돌보는 이들의 헌신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재협 신부

난민캠프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키프로스·그리스 사도 순방 여정에서 가장 고대했던 순간이다. 교황은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들의 눈을 바라보고, 많은 고통을 겪고 상처 입은 이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12월 5일 레스보스섬을 방문했다. 난민들은 이곳에서 보호와 회복, 치유와 희망을 찾고 있다. 이날 교황을 둘러싼 약 200명의 사람들은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위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전 세계 각지의 많은 이들, 특히 지중해나 에게해를 건너는 수많은 이들을 대변한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이 상징적인 캠프에 도착하는 교황을 맞이하기 위해 “교황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글씨가 곳곳에 보였다. 교황은 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손을 내미는 이들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많은 아이들을 애정으로 쓰다듬었다. 어떤 이들은 교황과 두 번 인사하려고 멀리 한 바퀴 돌아 앞서 가기도 했다. 이주민과 난민들은 교황이 행사를 위해 마련된 무대에 도착할 때까지 아직 멀리 있는 소중한 가족들, 혹은 미처 떠나오지 못한 이들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들과 포옹하는 교황
아이들과 포옹하는 교황

낙소스-안드로스-티노스-미코노스대교구장 조지프 프린테지스(Josif Printezis) 대주교는 5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에게해의 섬을 방문한 순례자 교황을 환영했다. “자기 양들의 진정한 목자이신 교황님이 우리를 방문해 주셔서 매우 기쁩니다.” 레스보스섬은 많은 이들이 배를 타고 떠나는 에게해 북쪽의 터키 해안을 마주하고 있다. 프린테지스 대주교는 그리스의 가톨릭 교회가 작기 때문에 모든 이를 맞아들이지는 못한다면서도, 이곳에 “우리는 함께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프린테지스 대주교의 환영사에 앞서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의 환영사 대독이 있었다. 난민캠프 부소장은 지난해 화재 발생 이후 새로 건설 중에 있는 난민을 위한 센터를 통해 이들에게 더 나은 조건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곳에 도착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서도 상황이 개선되길 희망합니다.”

교황은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이자 평화의 목소리

콩코민주공화국 출신 난민 크리스티앙 씨와 레스보스섬 자원봉사자 렌 씨는 입을 모아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교황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교황이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이자 “평화의 목소리”라며 감사를 전했다. 프린테지스 대주교는 교황이 이주민과 난민을 위한 “당국의 민첩한 대응”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몇 년간 “갑작스럽게 다수의 이주민이 유입”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환대와 보호에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섬의 주민들에게도 감사를 표한 사실에 주목하며 말했다. “교황님의 말씀은 억압받는 이를 위로하며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라고 격려합니다.” 한 예로, 그리스 카리타스는 교황의 지향에 따라 난민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프린테지스 대주교는 설명했다. 

프린테지스 대주교의 환영사
프린테지스 대주교의 환영사

안전한 항구를 찾는 한 순례자의 이야기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크리스티앙 탕고 무카야(30세) 씨는 아내와 셋째 아이와 헤어진 채 다른 자녀 두 명과 함께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이래로 1년 넘도록 이들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크리스티앙 씨는 자신이 겪은 “무수한 어려움”의 여정을 전하며 그 안에서 발견한 감사와 믿음에 대해 불어로 말했다. 그는 교황을 가리켜 “당신 자녀들인 이주민과 난민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로 부르며, 하느님께서 갚아주시길 기도했다. 이어 크리스티앙 씨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스 정부와 주민들의 도움으로 주거지, 돌봄, “어느 정도의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며, 특히 지역 가톨릭 교회가 자신을 “어린이처럼 사랑해주고” 기도할 장소를 마련해줬음에 감사했다. 이 청년은 굳건한 믿음을 간직하며 증언했다. 그는 고국에서의 억압과 죽음의 위협을 피해 피난이라는 순례길을 떠나야 했지만, 많은 어려움의 순간 속에서도 하느님께 의탁했으며, 기도의 힘과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청년의 이야기와 삶을 전해들은 교황은 이 청년과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동료들이 유럽 안에서 안전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되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탕고 무카야 씨와 악수하는 교황
크리스티앙 탕고 무카야 씨와 악수하는 교황

음식이나 옷가지보다 더 귀중한 것은 이들을 향해 내미는 손길

작지만 매우 활발한 레스보스섬의 가톨릭 신자이자 “전 세계의 이주민과 난민 형제자매들”의 곁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렌 메아킴 씨도 교황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했다. 렌 씨는 봉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모든 믿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교황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교황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자원봉사라는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단어, 오늘날 다른 어떤 것보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 단어, 곧 “곁에 있음(vicinanza)”에 대해 교황에게 말했다. 렌 씨는 언젠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환대의 의미를 담아 내민 우애의 손길이 단순한 음식이나 옷가지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렌 씨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터키와 아프리카에서 이 섬에 도착하는 모든 복된 이들을 환대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렌 씨
교황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렌 씨

숫자가 아니라 풍요와 기쁨

렌 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 사람들의 존재로 축복받았습니다. 우리 형제자매들(이주민과 난민)은 단순히 인구 수의 증가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새로운 삶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이 과거에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닌 믿음과 희망의 힘은 우리에게 모범이 됩니다. 그들은 그들이 지닌 기쁨, 열정, 젊은 역동성,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신앙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레스보스섬 지역 가톨릭 교회는 세계 여러 곳에서 도착한 기금과 도움의 손길을 바탕으로 섬에 도착한 모든 이들을 지원한다. 렌 씨는 후원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무엇보다 “특별한” 형제자매들(자원봉사자)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각자의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앙이 있든 없든 이들은 우리 형제자매들(이주민과 난민)을 위해 우리와 깊은 연민으로 결합된 능력 있고, 책임감 있고, 유능하고, 훌륭한 이들입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움, 개인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도움을 베풀어 주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호소

렌 씨는 교황 앞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호소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었다. “최종 목적지인 ‘약속된 땅’에 도착하기까지 이들에게 우애의 손길을 내밀어 이들을 지원할 수 있길 빕니다.” 렌 씨가 체험한 삶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확고한 신념을 세워줬다. 곧, 고국을 떠나도록 강요된 이 사람들은 “우리가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만큼 이들도 우리를 위해 베풀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이들에게도 현실이 돼야 한다는 신념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두 어린이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두 어린이

아이들을 쓰다듬은 교황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교황과의 만남을 마치며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두 어린이가 자신들의 다양한 과제(역할)를 적은 공책을 교황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이 공책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상징이다. 외투를 입은 검정 곱슬머리의 두 소녀는 교황 곁으로 다가와 몇 마디를 속삭이고 애정을 담아 인사했다. 이어 모든 아이들이 교황 앞으로 나왔고, 교황은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인사했다. 교황은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무한한 애정을 담아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레스보스섬 난민캠프 방문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 난민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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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12월 2021,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