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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장애 있는 사람이 모든 사람의 관심의 중심에 있어야” “이것이 문명의 목표”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3일 설립 150주년을 맞이하는 아시시의 장애 청소년 보호시설 세라픽 재단의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인간 생명의 중요성,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모든 인간은 소중합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사실, 곧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3일 아시시 세라픽 재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이 단체는 올해 설립 150주년을 지내는 비영리 교회 재단으로, 장애 청소년 및 아동들을 위해 재활, 심리교육, 사회-보건 지원활동을 증진하고 수행한다.

알현 참석자들
알현 참석자들

바오로 6세 홀에는 세라픽 재단이 돌보는 청소년들의 대표단, 그들의 부모, 직원, 자원봉사자, 후원자를 비롯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단체를 운영해온 예수성심의 로가찌오니스티 수도회 회원들, 엘리사벳 비지(프란치스칸) 수녀회의 수녀들, 아시시교구장 도메니코 소렌티노(Domenico Sorrentino) 주교, 아시시 사크로 콘벤토(Sacro Convento)의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이 함께 모였다. 이들은 긴 박수로 교황을 맞이했다. 세라픽 재단의 대표 프란체스카 디 마올로는 이날 사제수품 52주년을 맞이한 교황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항상 가치 있는 삶

교황은 지난 2013년 10월 4일 세라픽 재단 공동체를 방문했던 일과 창설자 카소리아의 성 루도비코를 떠올리며 연설을 시작했다. 창설자 성 루도비코는 병자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사랑스러운 관심에서 영감을 받아,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과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단체를 세우려 한 인물이다. 교황은 “장애나 질병이 삶을 더 힘들게 하더라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으며 완전히 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우리의 돌봄과 관심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우리 중 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문명의 목표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저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을 돌본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선물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알현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교황
알현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교황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교황에게 있어서 이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왜냐하면 이 원칙은 “모든 인간 사이에서 일치하는 우리의 상황을 느끼게 만드는 양심”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교황이 아시시에서 인준한 회칙 「Fratelli tutti」가 말하는 대로 “형제애의 유대”를 통해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원칙을 완전히 인식하고 그 결과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심지어 공동의 부를 분배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연대와 관련 기관들의 공헌

교황은 아시시의 세라픽 재단처럼 이러한 봉사(서비스)를 제공하고 “때로는 생존하기 위해 혹은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조직들”을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와 공공기관은 자신들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많은 가정들을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앞으로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리라는 큰 걱정과 함께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랑, 세라픽 재단을 움직이는 논리

교황은 세라픽 재단이 돌보는 청소년들의 부모와 맺은 특별한 유대를 강조하며 “재단의 봉사활동이 전문적인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의 깊고 세심하며 개인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세라픽’의 논리는 사랑입니다. 여러분이 성 프란치스코의 학교와 성 루도비코의 학교에서 복음을 통해 배운 그 사랑입니다. 눈빛과 행동을 읽어낼 줄 알고, 욕구를 예상하며, 피로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찾으며,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작은 진전을 보고 기뻐하는 사랑입니다.”

‘프란치스코의 경제’와 같은 맥락에서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보잘것없는 이들을 다시 생각하도록 사회를 자극하는” 목적에서 재단이 세운 사회-정치 학교를 언급했다. 이어 이 학교가 “정의와 연대 안에서 경제를 쇄신하는 데 기여하는 ‘프란치스코의 경제(Economy of Francesco)’ 이니셔티브의 뼈대에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황은 아시시의 세라픽 재단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활동이 “언제나 선교사명의 맛과 기쁨을 간직하길” 바란다며,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전진하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연설 말미에 세라픽 재단의 젊은 환우들, 그들의 부모, 수도자, 세라픽 재단 관계자, 바오로 6세 홀에 참석한 모든 이들과 함께 담소를 나눴다. 교황은 아무도 잊지 않고 이들을 따뜻한 애정으로 환대했다. 합창곡이 울려 퍼지는 동안 교황은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세라픽 재단 대표의 인사

교황의 연설에 앞서 프란체스카 디 마올로 아시시 세라픽 재단 대표의 인사말이 있었다. 그녀는 재단의 150년 세월이 “형제애의 길 위에서 사랑으로 이끌리는 열린 바다에서의 여정”이라고 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사명은 때때로 지배적인 문화와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자원의 제약으로 인한 경제 위기의 시기에 이들은 나을 수 있다는 검진결과에 기초해 의료봉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습니다. ‘불치(不治)는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l’inguaribile è incurabile)’는 말을 따르는 위험한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결론은 상식을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불치병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움직일 수 없는 신체라도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날아오를 수 있는 영혼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프란체스카 디 마올로 대표는 “세라픽 재단은 오작동하는 기계의 한 부분을 수리하는 작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의 임무와 관련해 “지원과 의료행위보다 앞서 시작하는 돌봄”이 관계 안에서 생기고 자라나며 “아름다움, 음악, 미술, 기도, 애정에 대한 관심으로도 표현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돌봄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꾸준히 호소한”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고 “모든 사람이 돌봄, 노동,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문명, 한 국가의 복지의 기반이 되는 초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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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월 2021,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