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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그리스 교황대사관에서 교황과 예수회 회원들의 만남 주 그리스 교황대사관에서 교황과 예수회 회원들의 만남 

교황, 예수회 회원들에 “회원수는 줄어도 하느님 안에서 겸손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남읍시다”

지난 12월 4일 그리스 사도 순방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 아테네의 예수회 공동체 회원들과 나눈 대화가 예수회 교양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렸다. 교황은 예수회 회원들에게 “주인”이 아니라 “아버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열심히 일한 후에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김호열 신부

‘주인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후에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아버지가 돼야 한다. 특히 성소 위기로 인한 성소자 감소 문제에 직면해 사회학적 차원의 설명에 그치지 말고 겸손한 이가 돼야 한다.’ 지난 12월 4일 그리스 사도 순방의 첫 번째 날을 마무리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 그리스 교황대사관에서 그리스 아테네 예수회 공동체 회원 7명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이 같이 강조했다. 언제나 그렇듯 교황은 예수회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눈다. 당시 교황과의 대화 내용 전체는 관례에 따라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가 예수회 교양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었다.

숫자 감소

교황은 예수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자신의 사도직이나 학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원도 있었고, 인신매매범으로 오인돼 체포된 경험을 말하는 회원도 있었다. 아테네의 예수회 공동체 회원들은 한국, 폴란드, 벨기에 출신이다. 그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교황에게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본당과 젊은이들을 위해 다양한 사목 활동을 펼쳐온 84세의 세바스티앙 프레리스 신부는 그리스 예수회 공동체의 “쇠약해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예수회 공동체가 예전에는 숫자도 많고 활동적이며, 문화적이고 지적 수준에서 그리고 대화에 대한 개방성 측면에서 그리스에 큰 공헌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회의 전 세계적 상황으로 시선을 돌리며 “예수회의 약화 문제는 주의를 끄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자신이 수련을 받던 당시에는 예수회 회원이 3만300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거의 절반 수준이고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굴욕에 익숙해지기

교황은 “이 사실은 많은 수도회들이 함께 겪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의미 있고 우리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성소 감소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닙니다. 성소는 주님께서 보내시는 것입니다. 성소가 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성소 감소는 “수도생활을 위한 조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회 회원에게 있어서 성소 감소는 “굴욕이라는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을 인용한 교황은 “예수회 회원은 성소 감소를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그러한 설명은 기껏해야 진실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더 깊은 진실은 주님께서 우리를 이 성소 감소의 숫자에 대한 굴욕으로 인도하시어 우리 각각으로 하여금 유효하고 유일한 예수회적 결실인 ‘셋째 단계의 겸손’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굴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교황과 그리스 아테네 예수회 공동체 회원들의 만남
교황과 그리스 아테네 예수회 공동체 회원들의 만남

신경이 곤두선 피로는 안 됩니다

굴욕과 함께 자신의 삶을 다 바친 이들의 “피곤함”, “선한 피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은 아테네에서 난민을 위해 사목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예수회 회원 토니 코르네도 신부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벨기에 플랑드르 출신으로 모로코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벨기에에서 본당 주임신부로 사목했다. 인신매매범으로 오인돼 감옥에 갇힌 적도 있었다. 코르네도 신부의 이야기를 들은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예수회 회원의 마지막이 어때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많은 일을 하고, 아마도 지치고, 모순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으나 미소를 띤 채 자신의 일을 마쳤다는 기쁨으로 노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황은 “추하고 신경이 곤두선 피로가 있다”며 “이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선한 피로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미소를 볼 때,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 지쳐 있으나 언짢아 하는 게 아니라 미소 짓는 노년을 볼 때 여러분은 희망의 노래가 됩니다. 우리처럼 늙은 나이에 접어든 예수회 회원이 계속해서 일하고 모순을 겪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때, 그는 희망의 노래가 됩니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죽음에서도 예수회 회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증거해야 합니다. 이 기쁨의 씨앗을 뿌리는 일, 곧 미소는 충만한 삶을 살았다는 은총입니다. 물론 죄와 함께한 삶이지만, 하느님을 섬기는 기쁨으로 충만한 삶입니다.”

예수회 회원의 “좋은 식견”

성소 문제에 관해 교황은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평수사 ‘양성’에 대해 언급할 때는 항상 모든 것을, 심지어 학업까지도, 자신의 성소를 위한 도구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성소는 당사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이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예수회 관구장으로 재직할 당시 예수회 회원들을 사제품에 올리기 위해 그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 “최고의 정보들”을 평수사들로부터 얻었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교황은 예수회 회원들이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며 “왜냐하면 예수회 회원들은 아마도 감정을 손으로 하는 노동과 결합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회 회원들은 손으로 현실을 만집니다. 우리 사제들은 때때로 추상적입니다. 반면 평수사들은 구체적이고 갈등과 어려움을 잘 이해합니다. 이들은 좋은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유욕을 갖지 마십시오

그런 다음 교황은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아테네 아루페 센터(Centro Arrupe)를 설립하고 지금은 센터의 협력자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신부의 질문에 대답했다. 교황은 그에게 더 이상 자신이 설립한 아루페 센터의 “설립자”로서 센터의 책임자로 있지 않는 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사업이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놔둬야 합니다. 그런 다음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모든 예수회 회원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 어떤 사업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 사람은 창의적 무관심(indifferenza creativa)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돼야 합니다. 아이가 자라게 놔둬야 합니다.” 교황은 “모든 것을 잘 해낸 다음 그것을 소유하려 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야 한다”며 “이것이 훌륭한 태도”라고 말했다. “아버지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차지하려면 우리도 주인이 아니라 아버지가 돼야 합니다. (…) 위대한 원칙은 장소, 시간, 사람들의 상황에서 구체화돼야 합니다. 이는 식별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식별 없이 행동하는 예수회 회원은 예수회 회원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도전, 구체적인 해결책

교황은 예수회의 미래를 내다보며 “구체적인 도전과 구체적인 해결책”에 직면하기 위해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충실하고” “하느님 안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그리스 예수회 공동체가 시도한 정교회와의 대화에 박수를 보냈다. “정교회와의 대화는 여러분이 기도를 통해 모든 이의 소망과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의 씨앗을 잘 뿌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어 교황은 예수회 회원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논리, 모순의 논리, 설명할 수 없는 논리”를 따라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보여주시고 순명을 요구하는 곳으로” 가라고 초대했다. 끝으로 모든 것의 “중심”인 기도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만남을 마치기 전 공동체 원장은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의 젊은이들이 그린 그림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그런 다음 모두 함께 성모송을 바쳤고, 교황은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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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2월 2021,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