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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쿠바 신자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쿠바 신자들 

교황 “고통 겪는 쿠바인들과 함께합니다. 대화가 시급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 삼종기도 말미에 경제난과 보건위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를 위해 호소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는 쿠바 국기가 휘날렸다. 전날인 7월 17일 쿠바에서 10만 명 이상이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평화, 대화, 연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에 평화의 회복을 청하고자 쿠바의 주보성인 ‘자비의 동정’ 성모님의 전구를 빌었다. 쿠바는 지난 7월 11일 음식, 백신, 물가 안정, 봉쇄 조치의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 특히 젊은이의 –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산 안토니오 데 로스 바노스의 작은 중심가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수도인 아바나를 포함해 전국 25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시위는 두 가지 위기로 상처입은 쿠바 사람들의 불만에서 나왔다. 하나는 관광산업 침체로 가중된 경제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보건 시스템의 결함을 여실히 보여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보건위기(약 27만5000명의 확진자)다. 쿠바에서 많은 이들이 연행되고 억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기초 생필품의 자유로운 반입을 위한 큰 개방이 기대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함께한다는 말이 쿠바에 다다랐다.

“저는 이 어려운 순간에 사랑하는 쿠바인들과 가까이 있습니다. 특히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과 함께합니다. 쿠바인들이 평화, 대화, 연대를 통해 더욱 정의롭고 형제적인 사회를 건설하도록 주님께서 도우시길 빕니다.”

교황은 ‘자비의 동정 마리아’의 모성애적 보호에 의탁하도록 모든 쿠바인들을 격려했다. “성모님이 이 여정에서 여러분을 동반하실 것입니다.” 교황의 말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쿠바 신자 단체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교황이 쿠바에 관해 호소하는 동안 국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10만 명의 시위

전날인 7월 17일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국가를 불안정케 하는 시도의 종식”을 요구하기 위해 친정부 시위에 나섰다. 쿠바 국영 통신사 「프렌사 라티나」(Prensa Latina)는 라 피라구아에서 열린 행사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가 참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쿠바의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난 라울 카스트로는 올해 4월 쿠바 공산당 총서기직을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혁명군 지도자다.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수십년 동안 이 같은 반정부 시위를 본 적이 없었던 쿠바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미겔 디아스카넬 정부의 “용인할 수 없는 진압”을 비난했다. 친정부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의 경제 봉쇄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인근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도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봉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쿠바 정부는 식료품, 의약품, 기타 기초물자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생필품의 자유로운 반입을 허가하기도 했다. 

주교단의 호소

상황은 여전히 초긴장 상태다. 최근 쿠바 주교단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 “쿠바인들은 요구, 열망, 희망을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쿠바 주교단은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부정적인 대응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바 주교단에 따르면, 오직 “서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동 합의를 모색하며, 구체적이고 확실한 단계로 나아갈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쿠바 주교회의 의장 겸 올긴교구장 에밀리오 아란구렌 에체베리아(Emilio Aranguren Echeverrìa) 주교는 쿠바가 현재 “특별한 무엇인가”를 겪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교육, 시민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식하는 교육, 공동선을 돌보고 증진하는 교육”을 뜻한다. 에체베리아 주교는 “몇몇 폭력에 똑같은 폭력으로 맞섰다”고 비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의 불만과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이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찾을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동 프로젝트의 실현 역량이 함께해야 합니다.”

아직 완전히 작동되지 않는 인터넷망

지난 12일 쿠바 정부는 전국의 인터넷을 끊어버렸다. 현재 아바나의 인터넷 상황은 정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지난 14일 인터넷 접속이 다시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작동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웹검색은 가능하지만, 핸드폰 모바일 데이터(3G, 4G)를 통해 소셜네트워크(SNS)나 ‘왓츠앱(WhatsApp)’과 ‘텔레그램(Telegram)’ 등 메시징앱들은 차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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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월 2021, 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