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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눔을 실천할 때 하느님께서 기적을 이루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이날 복음 말씀인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 사화를 풀이했다. 교황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어도 예수님께서 위대한 일을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기적의 밑바탕에는 선물의 논리가 깔려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지 한 아이가 내어놓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다.

번역 이창욱

이번 주일 전례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약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유명한 사화를 들려줍니다(요한 6,1-15 참조). 이 기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를 무에서 창조하시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제자들이 당신에게 가져온 것에서 시작하여 기적을 행하십니다. 제자들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 6,9) 그것은 적은 양이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수님께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제자들은 아이가 먹어야 할 것을 모두 나누어 달라고 그 아이에게 부탁합니다. 불합리한 제안, 아니 오히려 부당한 제안인 것 같습니다. 어찌하여 한 사람에게서, 사실 어린 아이가 자기 자신을 위해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빼앗아야 합니까? 어차피 모든 이를 배불리기에 충분치 않은 것을 왜 한 사람에게서 빼앗습니까? 인간적으로 볼 때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저 내어주는 영웅적인 아이의 작은 선물 덕분에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가 그분께 적은 것을 드려도 주님께서는 많은 것을 하실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오늘 나는 예수님께 무엇을 드리는가?” 이렇게 매일 자문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와 타인을 위한 사랑의 행동으로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으며, 심지어 우리의 불행도 그분의 자비에 맡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드리는 작은 것으로 그분께서 기적을 이루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행동하시는 걸 좋아하십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작은 것, 거저 내어준 것에서 시작하여 큰일을 행하십니다.

성경의 모든 위대한 주인공들은 – 아브라함부터 마리아까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아이에 이르기까지 – 이 ‘작음의 논리와 선물의 논리’를 드러냅니다. 선물의 논리는 우리의 논리와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가진 것을 쌓고 늘리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어주고 줄이라고 요구하십니다. 우리는 늘리기를 좋아하고, 덧셈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뺄셈을 좋아하시고, 무언가를 빼서 타인에게 주시는 걸 좋아하십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많게 하길 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타인들과 나눌 때, 우리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눌 때, 그럴 때 우리를 높이 평가하십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빵을 많게 하신’ 사화엔 “많게 하다(moltiplicare)”라는 동사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사용된 동사들은 그와 반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곧 “(빵을) 떼다”, “주다”, “나누어 주다”(요한 6,11; 마태 14,19; 마르 6,41; 루카 9,16 참조)입니다. “많게 하다”라는 동사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참된 기적이란 교만이나 권력을 낳는 ‘많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키우고 하느님께서 기적을 이루시도록 하는 ‘나눔’ 그리고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더 많이 나누도록 노력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이 길을 가도록 노력합시다.

오늘날에도, 공정한 나눔 없이 상품을 많게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기아의 비극이 떠오릅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7000명가량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해 영양실조로 사망합니다. 이와 같은 스캔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복음서에 나오는 그 이름 없는 아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아이가 받은 것과 유사한 초대장을 우리에게도 보내십니다. “용기를 내라. 너희가 가진 작은 것, 너희의 탈렌트, 너희의 재산을 내어주고, 그것들을 예수님과 형제들이 사용할 수 있게 내어놓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만일 너희가 나눈다면, 하느님께서 많게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짓 겸손을 버리고 나를 믿어라. 사랑을 믿고, 섬김의 힘을 믿고, 무상의 힘을 믿어라.”

하느님의 유례없는 제안에 “네”라고 응답하신 동정 마리아께서 주님의 초대와 타인의 필요에 우리의 마음을 열도록 우리를 도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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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월 2021, 23:00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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