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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 미사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 미사 

“예수님처럼 바라보고, 나누고, 아무도 버려지지 않도록 지켜줍시다”

7월 25일 연중 제17주일,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가칭)을 지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주례한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황이 준비한 강론을 대독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조부모와 노인이 잉여인간이라거나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번역 이창욱

[미사를 시작하는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의 말]

형제자매 여러분, 사랑하는 조부모님들, 여러분은 당연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다리셨을 것입니다. 교황님은 미사 후에 있을 삼종기도 때 여러분에게 인사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며칠이 교황님의 회복기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황님이 더 피로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그래야 교황님이 기력을 완전히 회복하시고 사목 직무를 재개하시기 위해 이 시기를 푹 쉬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가 대독한 교황의 강론]

형제자매 여러분, 이 자리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준비하신 강론을 읽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교황 강론]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려고 자리에 앉으신 다음,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요한 6,5).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가르치실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깃들어 있는 굶주림에도 주의를 기울이십니다. 그리고 한 어린 아이에게서 받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눠주시면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그 후에, 먹고 남은 조각이 많았으므로, 그분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요한 6,12) 남은 조각을 모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조부모와 노인의 날인 오늘, 저는 다음의 세 가지 순간을 살펴보려 합니다. ‘군중의 굶주림을 보시는 예수님’, ‘빵을 나누어 주시는 예수님’, ‘남은 조각을 모으라고 명하시는 예수님.’ 이 세 순간은 세 동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곧 ‘보다’, ‘나누다’, ‘보호하다’입니다.

첫째, ‘보다’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야기의 첫 부분에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항을 강조합니다. 곧, 예수님께서 눈을 드시어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오랫 동안 먼 길을 걸은 뒤 굶주려 있는 군중을 보십니다. 이처럼 기적은 예수님의 눈길과 함께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무관심하지 않으시고, 지친 인류가 안고 있는 굶주림의 고통을 느끼는 데 있어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걱정하십니다. 우리를 돌보십니다. 삶과 사랑과 행복에 대한 우리의 굶주림을 배불리길 원하십니다. 예수님의 눈길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눈길을 봅니다. 그 눈길은 우리를 보살피고, 우리 마음에 품고 있는 희망을 주의 깊게 살피며, 우리를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희망과 지침, 고됨을 간파합니다. 그 눈길은 우리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볼 줄 압니다. 하느님의 눈에는 익명의 군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굶주림을 지닌 개개인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관상의 눈길(sguardo contemplativo)로 보십니다. 다시 말해 타인의 삶 앞에서 멈추고 그 내면을 읽어 내십니다. 

조부모와 노인들은 우리의 삶을 이와 같은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유년시절부터 그분들이 우리를 돌본 방식입니다. 희생으로 아로새겨진 삶을 살아온 그분들은 우리에게 무관심하거나 우리 없이 바쁘게 살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온유한 사랑으로 가득한 주의 깊은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인생의 도전에 대해 오해나 두려움을 느낄 때, 그분들은 우리를 지켜보았고 우리 마음의 변화, 우리의 감춰진 눈물, 우리가 품고 있는 꿈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를 팔로 안아주고 우리를 무릎에 앉혀준 조부모님의 사랑을 거쳤습니다. 이 사랑 덕분에 우리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조부모와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분들을 방문한 적이 언제인가요? 혹은 우리의 친밀함을 보여주거나 축복의 말을 듣기 위해 마지막으로 그분들에게 전화한 적이 언제인가요? 빠르게 달리고 바쁘고 무관심한 사회를 볼 때, 자신의 일에 너무 몰두해서 그분들에게 눈길 한번 주거나 인사나 포옹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회를 볼 때, 저는 고통스럽습니다. 우리 모두가 익명의 군중으로 살아가는 사회, 더 이상 눈을 들어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사회가 저는 두렵습니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한 조부모님들은 이제 우리, 곧 우리의 관심과 우리의 온유한 사랑에 굶주려 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를 가까이 느끼고 싶어합니다. 눈을 들어 그분들을 바라봅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둘째 동사는 ‘나누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보신 후 그들을 배불리 먹이길 원하십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온 한 어린 아이의 선물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약 오천 명이나 되는 많은 어른들을 먹이신 이 기적의 중심에서, 우리는 기꺼이 가진 것을 함께 나눴던 한 아이, 한 젊은이를 발견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과 노인들 간의 새 계약이 필요합니다. 삶의 공동 보화를 나누고, 함께 꿈을 꾸며,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여 모든 이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삶의 계약, 꿈의 계약, 미래의 계약이 없다면, 깨진 유대, 고독, 이기주의, 분열의 힘이 점차 커지면서 우리는 굶주림으로 죽을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각자 제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생각에 굴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람을 죽입니다! 복음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와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라고 명합니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배부를 수 있습니다. 저는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요엘 예언자의 말씀을 종종 언급했습니다(요엘 3,1 참조: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 젊은이는 자신의 역사를 잊지 않는 미래의 예언자입니다. 노인은 젊은이들의 길을 막지 않고 그들에게 경험을 나누며 꿈을 꾸는 데 지치지 않습니다. 젊은이와 노인, 전통의 보화와 영의 생생함입니다. 노인과 젊은이는 함께 가야 합니다. 사회에서, 교회에서, 함께 가야 합니다. 

세 번째 동사는 ‘보호하다’입니다. 사람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 복음서에는 먹고 남은 빵이 많이 남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명하십니다.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요한 6,12).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에게 주실 뿐 아니라, 한 조각도,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도록 염려하십니다. 빵의 작은 조각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아무것도 버려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그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우리의 내면과 세상 안에서 다시 듣도록 부름 받은 예언자적 초대입니다. 곧 ‘모으고, 소중히 간직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조부모와 노인들은 인생의 잉여인간이라거나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닙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향기, “자비와 기억의 향기”로 우리를 여전히 길러낼 수 있는, 우리 삶의 식탁 위에 남아 있는 소중한 빵 조각들입니다. 노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을 잃지 맙시다. 우리는 그 역사의 자손들이며, 뿌리가 없으면 우리는 시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은 우리가 성장하는 여정 곁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들의 삶을 보호하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며,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주고, 그분들이 외롭지 않게 일상의 절박함에 도움을 줄 차례입니다. 이렇게 자문해 봅시다. “나는 조부모를 방문한 적이 있는가? 내 친척 어른들이나 내가 사는 동네의 노인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나는 그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가? 나는 그분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가?” 그분들의 삶과 꿈에서 아무것도 잃지 않도록 그분들을 지켜줍시다. 우리를 사랑해 주고 우리에게 생명을 준 분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에 대한 내일의 후회를 막는 일은 오늘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조부모와 노인들은 우리의 생명을 양육하는 빵입니다. 우리를 보살핀 주의 깊은 눈길, 우리를 안아준 팔, 우리를 앉힌 무릎, 우리를 동행하며 우리를 들어올린 손, 우리와 함께했던 놀이, 우리를 위로했던 어루만짐에 감사합시다. 제발 그들을 잊지 맙시다. 그들과 계약을 맺읍시다. 멈추고, 그분들을 알아보고, 그분들의 말을 귀 담아 듣는 법을 배웁시다. 그들을 절대 버리지 맙시다. 사랑으로 그분들을 지킵시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법을 배웁시다. 우리는 더 나아질 겁니다. 그래서, 젊은이와 노인, 우리 모두는 다 함께, 하느님께서 축복하신 나눔의 식탁에서 배불리 먹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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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월 2021, 02:49